교회 지도자의 심리‌‌‌‌‌[191]

“현대 교인들은 리더의 고통이나 괴로움을 이해하고
아는 이들이 적다. 그래도 리더는 포수처럼 알아주든 말든 우리 팀이 
승리하도록 자기 일을 묵묵히 감당해야 한다.”

 

▲ 최종인 목사
평화교회 담임

마침 가까운 곳에 돔구장이 생겨서 가족과 간다. 그동안 내가 사는 동네를 물을 때면 ‘고척동’ 해도 아는 사람들이 드물었는데, 이제는 ‘고척 스카이돔’이란 근사한 이름으로 많이 유명해졌다. 구민 혜택을 받아 7천원만 주면 경기장을 걸어서 가니 신나는 일이다. 멀리 외야에 앉아도 응원열기와 선수들의 열정에 푹 빠지게 된다.

언젠가 연동교회 이성희 목사께서 강연 중에 “야구는 과학입니다”라고 해서 웃었는데 실제로 경기를 보다보면 감탄할 때가 많다. 야구를 보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운다. 연달아 헛방망이질을 하고 계면쩍게 돌아서는 타자들을 보면서 동질감을 느낄 때도 있다. 정말 필요할 때 안타 한방이 중요한지 알면서도, 책임감과 중압감을 갖고 타석에 들어서지만, 어쩌랴!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것은 야구뿐이 아니다. 

나는 포수들을 보면서 특히 많은 것을 배운다. 흔히 야구의 꽃은 투수라고 한다. 투수는 정말 중요하다. 4번 타자들의 위용은 멋지다. 헛방망이질을 해도 그들은 아낌없이 박수를 받을 만 하다. 몸을 날려서 날아가는 공을 잡아 낚아채는 유격수들도 멋지다. 그런데 포수에 대해 관심을 갖는 이는 많지 않다. 교회 리더들은 포수를 통해 배워야 할 것이 많다.

좋은 포수는 넓은 시야를 갖고 있다. 투수는 타자와 포수만 보면 된다. 타자는 타격코치의 사인을 받고 공만 노려보면 된다. 그러나 포수는 내내 투수와 눈을 맞춘다. 그러면서도 감독의 사인도 지속적으로 확인한다. 동시에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를 힐끗 힐끗 쳐다보는 것을 발견하시는가? 게다가 누상에 나가있는 주자들의 움직임도 끊임없이 관찰해야 한다.

그리고 그라운드에 널려져 있는 우리 수비 팀의 위치도 수시로 확인해 두어야 한다. 그러면서 최종적으로 판단해 투수에게 공을 던져달라고 사인을 보낸다. 크거나 작거나 조직을 이끄는 리더는 좋은 시야를 가져야 한다. 좁게 보거나, 우리 편만 보면 게임에서 이길 수 없다. 투수처럼 끊임없이 성도들을 관찰하고 세상을 조망하면서 계획을 세우고 판단해야 한다. 

좋은 포수는 심리 파악을 잘한다. 특히 투수가 공을 던지는 것을 보면서 투수의 심리를 얼른 알아 대처한다. 위기 때에는 흐름을 끊고 격려하거나 도전하기 위해 마운드에 나가기도 한다.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들의 숨소리나 몸짓을 보면서 투수에게 적절한 사인을 보내주기도 한다. 심판의 스트라이크존 성향도 알아 투수에게 전달하는 것도 포수의 중요한 역할이다.

이 칼럼의 주제는 ‘심리’이다. 그만큼 교회지도자들에게는 심리가 중요하다. 성도들의 심리를 알아야 건강한 교회를 유지할 수 있다. 포수가 적절하게 심리를 활용할 줄 아는 것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많은 연구와 실제 경기경험이 그렇게 만들어준다. 뛰어난 리더와 그렇지 못한 리더의 차이는 학습량에서, 경험에서 차이가 있다. 

좋은 포수는 묵묵히 자기 일을 잘 감당한다. 경기를 보면 투수가 잘못 던지는 공에 맞고, 타자가 친 파울 공에 맞기도 한다. 4-5시간씩 구부리고 앉아 공을 받아 넘기는 포수는 다른 어떤 포지션의 선수보다 활동량도 많고, 위험 부담도 크다. 그러나 묵묵히 자기 감당을 한다. 교회 리더는 포수와 같이 무거운 보호 장구처럼 책임감을 입고 있다. 그러면서도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감당한다. 그런 리더들을 성도들은 이해하고 격려해 주어야 한다. 

조직을 이끄는 리더의 자리는 외롭고 힘들다. 그러나 현대 교인들은 리더의 고통이나 괴로움을 이해하고 아는 이들이 적다. 그래도 리더는 포수처럼 알아주든 말든 우리 팀이 승리하도록 자기 일을 묵묵히 감당해야 한다. 승리하면 온갖 괴로움이 한방에 다 날아간다. 야구는 이길 때 정말 재미있다. 야구 못지않게 목회도 잘되면 재미있다. 문제는 목회가 야구보다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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