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단순하게 말해 종이묶음이다. 보통 무선은 표지, 면지, 본문지로 구성된다. 양장은 겉표지라고 일컬어지는 자켓과 속표지라는 싸바리, 싸바리로 싸여 있는 합지로 구성된다. 띠지도 있다. 또 면지와 본문 사이에 화보를 구성할 경우에는 삽지가 들어간다.

어떤 종이를 선택할지에 따라 책의 모양새가 달라진다. 느낌이 달라진다. 종이는 텍스트를 입은 그릇이자, 외투다. 일반적으로 종이는 디자인을 잘 구현해줄 수 있는 물성(物性)을 갖고 있어 디자이너들이 종이를 신중하게 선택한다. 종이의 질감을 오롯이 드러내기 위해 일체의 장식이나 디자인 없이(?) 표지를 디자인하기도 한다.

이번 글에서는 본문 종이에 대해 알아보자.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종이는 미색모조 80g 혹은 100g이다(80g, 100g은 종이의 단위 면적당 무게를 나타내는 것으로 1㎡당 g수로 나타낸다). 

거의 모든 단행본에서 미색모조를 사용한다. 색깔이 백색이 아닌 미색인 것은 가독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눈에 피로를 덜 주고, 빛의 반사도 별로 없다. 가독이 쉽고 익숙한 종이라서 독자들에게 거부감도 없다. 사진이나 일러스트의 컬러감을 살리거나 돋보이게 하기 위해 매트지 계열을 사용하기도 한다. 보통 컬러풀한 사진이 많이 들어간 책이나 화가나 예술가를 다룬 책에서 많이 사용한다. 반면 광택이 나는 만큼 빛의 반사가 심해 가독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이-라이트(E-Light)와 그린라이트 등은 표면이 거칠고 색깔도 거무스름하다. 보통 우리가 재생지로 착각하는 종이인데, 미색모조와 마찬가지로 기계펄프다. 재생지(再生紙)는 말 그대로 한 번 쓴 종이를 녹여서 다시 만든 종이를 말한다. 

재생지를 사용하는 1차적 목적은 환경을 생각해서다. 종이를 다시 사용하는 것이니 나무를 베지 않아도 책을 만들 수 있다. 신국판 300쪽짜리 책 한 권을 만들기 위해서는 20년생 나무 두 그루를 베어야 한다. 환경을 생각하는 출판사는 고집스럽게 재생지만 사용한다.

이-라이트와 그린라이트 등은 가볍고 훅훅훅 페이지를 빨리 넘겨야 하는 책에 맞춤하다. 판매 주기가 짧거나 책을 가볍게 보이게 하기 위한 책들에서 주로 사용된다. 그런데 습기에 약한 단점이 있다. 요즘처럼 비가 많이 오거나 눈이 많이 오는 겨울철에 이 종이를 사용하면, 책이 축 처지는 느낌이 든다. 습기를 먹었기 때문이다. 인쇄 시 색을 먹기 때문에 색감이 좋지 않는 단점도 있다. 
본문 페이지가 적을 때 볼륨을 두껍게 하기 위해서도 사용된다.

박상문 / 인물과 사상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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