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후명 소설전집>(전12권) 시와 소설의 경계를 탈주하는 윤후명 문학의 묘미

수록작 전체를 새롭게 교정, 
보완하는 한편, 몇몇 작품들을 과감히 통폐합
하고 개작하면서 
‘길 위에 선 자의 기록’이라는 자신의 오랜 
문학적 주제를 구현하기 위해 심혈 기울여

 

▲ 윤후명 작가, 등단 50주년을 맞았다.

시인의 소설, 소설가의 시?
올해 등단 50주년을 맞이한 윤후명 작가의 작품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이다. 분명히 소설을 읽었는데 한 편의 시를 감상한 듯한 느낌. ‘시와 소설의 경계를 탈주하는 언어의 아름다움을 형상화하며 우리 문학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의 주인공답다.

윤후명 작품의 이러한 특징은 그의 작가로서의 여정과 맞닿아 있다. 그는 1946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나 196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197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각각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시인에서 소설기로 전향하기까지의 사투어린 시간은 전집 1권에 자리한 <강릉> 작가의 말에서 엿볼 수 있다. “이제까지의 모든 생활 기반을 깡그리 잃고서야, 홀로 된 그해 여름, 나는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첫 시집을 낸 뒤, 막다른 골목에서 소설가가 되는 배수진을 친 것이다.”

끼니를 잇기 위해 출판사 임시직으로 일하면서 신춘문예를 준비, 그해 당선하지 못하면 죽음을 선택하겠다는 막다른 길에서 발견한 “소설가는 소설을 쓰려 해서는 안 된다. 오직 진실을 쓰려 해야 한다”는 깨달음은 고향의 기억을 그린 <강릉>에서뿐 아니라 그의 작품마다 녹아있다.

윤후명의 중·단편, 장편소설을 총망라한 <윤후명 소설전집>이 이번에 3차분 여섯 권 출간되어 전 12권으로 완간됐다. 2013년 봄에 전집을 내기로 결정한 지 4년 만에 완성된 것으로 지난해 봄 신작소설집이자 첫 권인 <강릉>을 내며 본격적으로 시작된 전집 발간이 1년 만에 마무리 된 것은 작가의 열정과 강한 의지를 엿보게 한다.

이번 전집에는 작가의 반세기 문학 여정이 집적돼 있다. 기존의 작품 목록을 발표순으로 정리하는 차원을 벗어나 자신의 모던한 문학관을 반영해 새롭고도 방대한 분량의 ‘하나의 소설’로 완성되기를 바라며, 각각 다른 시기에 발표했던 소설들이 한 작품으로 거듭나고, 각 권에서 보이는 주인공의 여정이 유기적으로 서로 이어짐으로써 ‘길 위에 선 자’로 대표되는 하나의 서사를 그려나가는 점이 돋보인다.

이번 전집 완간을 위해 윤후명은 수록작 전체를 새롭게 교정, 보완하는 한편, 몇몇 작품들을 과감히 통폐합하고 개작하면서 ‘길 위에 선 자의 기록’이라는 자신의 오랜 문학적 주제를 구현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 <윤후명 소설전집>

<윤후명 소설전집>은 작가 생애에 있어 출발점이자 귀환점인 고향 ‘강릉’을 모티프로 쓰인 열 편의 소설을 모은 <강릉>을 첫 번째 권으로 시작해 사랑과 존재의 의미를 탐사하는 <둔황의 사랑>, 협궤열차가 다니는 수인선을 무대로 아련한 옛 사랑과의 재회와 그에 얽힌 추억, 인간 본연의 쓸쓸함을 몽환적인 문체로 그려낸 <협궤열차>, 국경과 이념을 초월한 민족어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자아의 정체성을 찾아 떠도는 인물의 각성을 담은 작품들을 수록한 <한국어의 시간>, 지심도를 배경으로 쓴 <팔색조>를 비롯해 이른바 ‘섬’ 연작이 수록된 <섬, 사랑의 방법>, ‘모든 별들은 음악소리를 낸다’, 제39회 현대문학상 수상작 ‘별을 사랑하는 마음으로’와 ‘여우사냥’을 엮어 확대, 개작한 ‘별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등 두 편의 중편소설이 수록된 <모든 별들은 음악소리를 낸다>, 전쟁과 사랑의 아우라를 탐색한 소설 ‘무지개 나라의 길’을 비롯해 여섯 편의 단편을 실은 <강릉의 사랑>, 초기에서 중기까지 작가의 문학적 열정이 가장 뜨거울 때 쓰여진 작품 중 선별해 실은 <원숭이는 없다>, 사랑을 통해 허무와 냉소를 극복하는 과정을 그린 <바오밥나무의 학교>, 중편 ‘가장 멀리 있는 나’와 ‘기타와 호궁’이 수록된 <가장 멀리 있는 나>, 70년대라는 시대의 암벽에 새긴 한 소외된 자아의 숙명적 고독의 장면들이 미학적 문체로 그려진 <약속의 그림자>, <삼국유사>의 감춰진 뜻을 오늘에 되살려내는 내용의 <삼국유사 읽는 호텔> 등 12권이다.

이 여름, 윤후명 소설의 숲에서 뜨거운 더위를 식혀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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