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상훈 원장
한국생명의전화

일찍이 철학자이자 신학자, 교육자였던 마틴 부버는 ‘나와 너’라는 명작을 쓴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인간은 두 개의 근원어를 갖고 있는데 하나는 ‘나와 너’이고 다른 하나는 ‘나와 그것’이다. ‘나와 너’는 ‘나’의 존재는 ‘너’라는 인격적인 존재와의 만남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러나 요즘 우리는 ‘너’를 인격적인 존재로 대하지 못하고 ‘그것’으로 대하는 경향이 있다. ‘그것’ 은 3인칭 단수로서 물건을 지칭할 때 쓰인다. 물건은 필요할 때 써먹고 필요 없을 때 언제든 버릴 수 있다. ‘너’가 ‘그것’으로 바뀌는 순간 우리는 물신주의에 빠지고 비정과 단절의 세계에서 살게 된다. 과연 나는 너를 인격적으로 존중하며 살고 있는가, 아니면 너를 하나의 이용가치, 수단가치로 보고 있지는 않은가.

얼마 전 부산의 한 다세대 주택 1층에서 혼자 살던 A(44)씨가 숨진 지 보름 만에 발견되었다. A씨가 오랫동안 보이지 않고 집에서 심한 악취가 난다는 집주인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방안 침대에서 가지런히 누워있는 A씨를 발견했다. 이렇게 살 때도 혼자 살고 갈 때도 혼자 간 고독사한 분들이 부산에서만 2개월째 17명이 되었다. 부산시는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고독사 문제의 해결에 나섰다. 그리고 ‘부산형 고독사 예방 종합대책’을 마련하여 실태조사를 하고, 그 결과 고위험군이 발견되면 즉시 돌봄 관리와 복지 서비스를 연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인간 소외의 가장 극단적인 현상이 우리 주변에 만연하고 있다. 한 사람이 외롭게 혼자 살다가 병이 들었다. 그런데도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결국 혼자 두려움 속에서 죽어가고 부패한 시신이 한참 만에 발견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인간 사회에 이런 일들이 있을 수 있는가.  

지난 5월 국회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기동민의원은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무연고 사망자 현황’을 발표했다. 기 의원은 “초고령화 현상, 1인 가구의 증가 등이 맞물리며 혼자 쓸쓸히 죽음을 맞는 고독사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로 ‘무연고 사망자 현황자료’에 의하면 2016년 무연고 사망자는 1,232명이었으며, 이는 5년 전인 2011년 693명에 비해 77.8% 급증했다고 한다. 2012년 741명, 2013년 922명, 2014년 1,008명, 2015년 1,245명으로 매년 증가하다가 지난해는 전년과 비슷한 수치를 기록했다. 

무연고 사망자는 거주지, 길거리, 병원 등에서 사망했으나 유가족이 없거나 유가족이 시신 인수를 거부해 사망지역의 지방자치단체가 시신을 처리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홀로 사는 중장년층, 노년층 또는 노숙인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도대체 우리에게 ‘너’란 누구인가. 나에게 ‘너’는 모두 ‘그것’으로 전락한 것인가. ‘나와 너’라는 근원어가 ‘나와 그것’으로 바뀌면서 우리의 불행과 비극이 시작되었다. 왜냐하면 인간은 ‘그것’처럼 언제든 버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천하보다 귀한 인간이 ‘그것’되어 아무 쓸모없이 버려지는 것이다. 쓰레기처럼 버려지는 이 안타까운 현실을 우리 교회와 기독인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것은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니 우리가 상관할 바가 아닌 것인가.   

우리 교회와 기독인들은 이 땅에 ‘너’를 ‘그것’으로 바뀌게 하는 ‘물신(物神)’에 대항해야 하는 사명이 있다. 물신주의를 극복하면 ‘너’가 ‘그것’으로 바뀌지 않는다. 하나님께서는 죄악 된 ‘나’에게 사랑과 용서를 베풀어 주셔서 버림받은 삶을 살지 않게 하시고 참 삶과 구원의 길을 열어 주셨다. 

필자는 이 세상에서 버림받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정부가 ‘고독사 종합대책’ 같은 것을 만들어서 이런 비극이 되풀이 되지 말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보다도 먼저 각 동네마다 다 들어가 있는 우리 교회가 지역사회에 구석구석에서 ‘나와 너’의 참 만남 운동을 벌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가 사는 세상을 사랑의 끈으로 하나 되게 해야 한다. ‘그것’으로 전락하여 버려지는 사람들에게 ‘너’라고 불러주고, ‘너’는 값으로 살 수 없는 소중한 사람이라고 손을 꼭 잡아 주어야 한다. 그래야 하나님께서 흐뭇하게 우리를 바라보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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