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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 키타이 발톱 >2<알로펜의 아시아(AD 610~1625) 천년여행 [ 215 ] / 사제 왕 요한 ⑳
조효근  |  dsr12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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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1호] 승인 2017.08.09  14:2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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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돈황 시내의 모습


을지 고는 카간(황제) 앞에 나아가서 태자 요한의 용맹과 부하 군대를 아끼는 마음이 너무도 마음 든든했노라고 극찬하고, 모의 전투에 참여해 상대역을 맡아서 수고한 야율 직고 대장군을 불러서 위무해 주고 큰 상을 내려주십사 하는 보고를 했다.

카간 야율 이열의 궁궐에 불려갔던 야율 직고 대장군은 입이 귀밑까지 찢어졌다. 을지 고를 만나자마자 허리가 땅에 닿을 만큼 정중하게 인사를 올린다.

을지 고는 전군 지휘관들을 한자리로 불렀다. 15개 군단 장군들이 두툼한 보따리를 하나씩 들고 있었다. 을지 고 총사령관으로부터 한 달 전에 지시 받은 ‘카라 진’(특수부대) 조직을 위한 정예병 명단이었다. 을지 고는 참모장 지 언덕 장군을 불렀다.

“이 명단대로 지금 즉시 전원 소집해 면담하고 신체검사도 세밀히 하시오.”

을지 고는 서둘러서 십자군 부대 유학생들을 면담하려고 사령관실로 갔다. 십자군 유학생이란 유럽 기독교 십자군 중에서 주요 책임자들 7명이 카라 키타이 군부에 와있는 사람들이다.

유럽 십자군이니까 로마 교황청 군관계자들이다. 저들은 일찍이 야율 대석 카간이 셀주크 산자르 술탄과의 카트완 전투에서 대승을 거둔 날 이후부터 ‘사제 왕 전설’이 있어왔음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2차 십자군 전쟁으로 예루살렘 등 주요 성지를 사라센의 이슬람에게 다시 내준 후 카라 키타이를 주목하고 군사 고문단을 파송했는데 을지 고는 그들을 한 수 배우라는 뜻으로 유학생으로 호칭했다. 저들이 오늘은 또 무엇을 요구하려들까.

을지 고가 집무실에 돌아오자 참모들이 십자군 유학생 전원을 사령관 접견실로 이끌었다. 그들은 을지 고 앞에서 군례를 올려 경의를 표했다.

“귀관들, 고국으로 돌아가려고 인사차 들렀는가?”

을지 고가 넘겨짚었다.

“총사령관님, 무슨 말씀이세요. 저희들을 이제는 내쫓으시려 하십니까?”

책임반장인 앙고르 히터가 약간은 불만스럽다는 표정을 하면서 반문했다. 그러나 그는 얼굴에 기대감에 찬 미소를 잃지 않고 있었다.

“아니, 그게 아니고 갑자기 내게 인사를 오니 하는 말이지요.”

“총사령관님, 오늘은 장군님은 물론 카라 키타이 국의 기독교 신앙에 의문이 생겨서 항의하려고 찾아뵙기로 했습니다.”

“뭐라? 신앙…. 그럼 당신들 그 잘난 교황청 신앙과 우리 네스토리우스 파의 신앙을 다시 비교하도 또 시비할 내용이 남아있다는 것인가? 그러려면 당신들 여기에 뭐하려 왔나?”

을지 고는 화를 버럭 냈다. 아직도 네스토리우스 파에게 이단 시비를 하고 있다는 것인가. 그러면서 십자군을 도와달라고 애걸복걸 하는 이유는 뭐란 말인가.

“사령관님, 저희가 언제 우리 사이의 기독교 신앙을 시비 삼는다 했습니까. 그게 아니라 이곳 중앙아시아나 중원대륙은 물론 저 초원지대의 유목민들도 우리 기독교와 불교나 도교를 다 같은 종교로 인정한다고 들었습니다. 불교나 공자 숭배는 또 모르지만 도교는 미신 종교로 아는데 그들을 용납하고 마치 동일한 기독교 신자 취급한다고 들었습니다. 이 점이 저희는 걱정되고, 또 저희가 사제 왕의 나라로 믿고 존경하는 귀국의 선택이 과연 옳은지 걱정되어서 찾아뵈었습니다.”

“이 사람들, 매우 순진하군. 그리고 참으로 한가한 사람들이구먼.”

“….”

십자군 유학생들은 을지 고의 말을 미처 알아듣지 못하고 자기들끼리 마주보면서 눈만 껌벅거린다. 그래도 반장인 앙고르 히트는 다시 입을 열었다.

“총사령관님, 저희들은 우매합니다. 깨우쳐 주옵소서. 저희가 겸허한 마음으로 배우려 합니다.”

“그럼 좋아요. 종교는 예비과정이 있는 거야. 우리 기독교의 구약 시대를 봅시다. 우리의 메시아 예수님이 오시기 전, 1천년 훨씬 이전에 아브라함이나 모세의 시대가 있었소. 그 시대를 우리는 복음의 예비시대라고 합니다. 마찬가지예요. 아시아에서라고 예비시대가 없겠습니까? 다 있었어요. 석가모니나 공자 ,노자 등 위대한 선지자 역할을 했고 그 후에 우리의 메시아 예수님이 여기에 오신 겁니다. 여러분, 서방 기독교가 아브라함이나 모세를 존중하듯이 동방의 땅인 여기서도 아브라함이나 모세와 함께 석가, 공자는 물론 노자의 도교마저 메시아 대망기의 인물들로 존경하고 그들의 종교들을 존중합니다. 특히 여러분이 지금 지적하고 있는 도교는 종교이면서도 자기 특성을 고집하기보다는 마치 어머니의 마음처럼 자애로움을 가르치고 검소하고 서둘러 남을 앞서려고 다투지 않는 자연의 모습과도 같은 가르침을 말한다고 할 수 있어요. 아시겠어요?”

을지 고는 그들의 답변은커녕 반응도 살피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코가 납작해진 십자군 요원들은 을지 고가 밖으로 나가려 하는데도 자리에 앉아서 꼼작하려들지 않았다.

“이 사람들, 남의 방에서 뭘 하려드는 거야? 주인이 일어서는데도….”

을지 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들 모두가 의자에서 내려와 무릎을 꿇었다.

“총사령관님. 용서해 주셔야만 저희가 움직이겠습니다.”

앙고르 히트가 울먹이면서 말했다.

“좋아. 그럼 내일 아침 대강당에서 주요 모임이 있으니 전원 참석하도록….”

을지 고가 앙고르 히트의 등을 토닥여주면서 말했다. 그는 십자군 청년들의 답변을 듣지도 않고 접견실을 떠나버렸다.

접견실에서 나온 7인의 십자군 무사들은 지 언덕 장군과 마주쳤다.

“장군님, 저희를 좀 도와주세요.”

앙고르 히트가 마치 구세주를 만나기나 한 듯이 지 언덕 장군을 가로막고 섰다.

“왜 그러나?”

“지 장군님! 총사령관님이 우리를 버리시려 합니다. 저희는 십자군 부대로 돌아갈 처지가 되었습니다. 장군님이 저희를 도와주세요.”

“무슨 소리야. 자세히 말해 봐요.”

앙고르 히트는 자초지종을 말했다.

“이 사람들, 지금이 어느 때인데 종교타령을 하는가? 지금 총사령관님은 원대한 구상을 하고 계세요. 쓸데없는 걱정 말고 내일 대강당에서 만나요.”

다음날 7인의 십자군 무사는 군지휘부 건물로 갔다. 전군 사령관들의 회합인가? 전투복으로 갈아입은 각 군 사령관들 앞에서 을지 고 총사령관이 훈시하고 있었다.

“우리는 더 이상 서쪽으로 밀려난 요 제국의 잔존 세력이 아니다. 드디어 때가 왔다. 북으로는 키르키즈나 위구르족 지역은 물론 몽골 초원 일대와 우리 옛 제국을 탈취한 여진의 금나라도 정벌할 것이다. 부하라를 위시해 히바의 아랄해는 물론 카쉬가르나 허탄 저 너머의 호레즘 왕조가 도사리고 있는 곳, 우리들 네스토리우스 파 동방 지휘부가 있는 메르브와 박트리아까지도 우리는 장악해갈 비책을 지금부터 말하겠다….”

여기까지 말하자 장군들과 주요 참모들이 침을 꿀꺽 삼키면서 눈들이 휘둥그레진다. 을지 고의 훈시는 계속됐다.

“여러분 중에서 고구려 제국 역사를 아는 사람이 있는가?”

을지 고는 느닷없이 고구려 이야기를 꺼냈다. 아무도 그의 질문에 응대하지 않는다.

“고구려 제국은 말이다 몽골 초원의 동남방의 옛 제국으로 아는 사람들이 있으나 고구려의 정신적 고향은 천산과 곤륜산 일대인 지금 우리들의 터전 가까이 있었으며, 우리들 키타이(요 제국)와 카라 키타이(흑 거란) 조상의 나라이며, 우리들 요 제국을 침략한 여진족의 금나라, 돌궐 등 북방의 강자들이 모두 고구려 정신과 문명의 후예들이다.”

“그럼 우리의 조상도 고구려입니까?”

지 언덕 장군이 을지 고 총사령관의 말허리를 자르고 뛰어들었다.

“그렇다고 볼 수 있다. 그럼 고구려가 그토록 강성했던 배경을 말하겠다. 고구려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여러 부족들의 연합세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종족들 간의 편견이나 차별이 없는 강한 조직력을 가진 중앙정부가 있었다. 국왕을 목숨 다해 지키는 강하고 날쌘 친위군이 있었다. ‘조의 선인’이라는 이름의 집단으로 마치 특수부대와 같은 조직이다. 그들의 강하고 충성심 높은 태도는 대외정벌에서는 마치 신의 군사와 같았으며 국왕이나 지휘관을 보좌하는 자세는 자기 목숨 지키기와 같았다. 그뿐 아니라 그들은 높은 수준의 훈련과 강한 체력의 소유자들이었다. 지금 여러분이 보고 있다. 저 광장의 젊은이들이 바로 고구려의 ‘조의 선인’의 부활체가 되어 카라 키타이 제국이 동방아시아의 빛나는 제국으로 일어날 것이다.”

을지 고가 한껏 높은 목소리로 외치자 광장의 3천 용사들이 두 손을 높이 들어서 환호했다.

을지 고는 고구려 전성기인 광개토 대왕의 후손이었다. 당나라와 신라 연합군이 평양을 함락시킬 때 당나라로 끌려가서 포로 생활을 했고, 요나라와 지금의 카라 키타이 창업자인 야율 대석의 호위무사 신분으로 오늘에 이른 인물이다. 그는 카라 키타이를 제2의 고구려 제국처럼 만들고 싶었다.

그는 ‘조의 선인’과 같은 특수부대를 조직해 직접 교육과 훈련을 시켰다. 50살이 훨씬 넘은 늙은 몸이지만 젊은이들에게 뒤지지 않을 힘과 고난도의 기술을 가졌다. 도교 선사들이 지녔던 신통술이나 축지법과 같은 비술도 가지고 있었다.

을지 고는 제국 통치 방식도 그들의 모국인 요 제국을 따르지 않았다. 중국식 정치 체제가 아닌 지배국들을 간접통치를 통한 중세가 아닌 근세국가형 정치체제를 실현코자 했다.

조효근/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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