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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보다 봉사, 그 현장에서 만난 “나의 하나님”국내외 가난한 이들 위해 자비량 의료봉사 펴는 빛과소금치과 원장 이 기 하 집사
정찬양 기자  |  dsr12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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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2호] 승인 2017.08.23  17: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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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디스크로 더 이상 일할 수 없는 상태에서 
하나님이 주신 봉사의 기회 깨달아

낮에는 봉사, 밤에는 진료 
“봉사 통해 하나님 만나고 신앙을 알아가는 기쁨 커”

 

   
▲ 빛과소금치과 원장 이기하 집사와 아내 김희정 집사.

저녁 시간에만 문을 여는 치과병원이 있다. 경기도 시흥시 하중로 233에 위치한 빛과소금치과. 이곳의 정규 진료 시간은 평일과 주일에는 저녁 6시부터 10시까지이고 토요일에는 문을 열지 않는다. 일명 ‘야간진료 전문’, 왜 밤에만 문을 여는 걸까?

“봉사를 중단하지 않고 치과병원을 병행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야간진료를 생각해냈어요.”

낮에는 봉사, 밤에는 진료, 토요일에는 아예 병원 문을 닫고 먼 곳까지 봉사를 간다. 돈보다 봉사가 먼저라는 얘기, 이만하면 봉사에 대한 열정을 알아줄 만하다.

빛과소금치과 원장 이기하 집사(53)는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치과 치료 봉사가 필요한 곳을 알려 달라”며 부탁의 말부터 꺼냈다. 봉사를 통해서 희미하게 보이던 하나님이 분명해지고 신앙이란 무엇인가를 알아가는 기쁨이 크다는 것, 봉사가 돈보다 먼저인 이유다.

 

# 봉사, 일하시는 하나님과의 만남

평일 오후시간, 빛과소금치과에 들어서니 치료실과 응접실로 나누어진 여느 치과병원과 다르지 않은데 한쪽 벽면에 여러 컷의 사진이 붙어있다. ‘부설 빛과소금치과 전 세계 의료봉사센터’(이하 봉사센터) 이름으로 누빈 국내외 곳곳의 사진들이다. 국내 쪽방촌, 달동네, 복지시설과 요양원을 비롯해 세계 곳곳의 선교지에서 펼친 의료봉사 현장의 생생한 모습들이 담겨 있다.

국내 봉사는 일주일에 두 번, 해외봉사는 1년에 두 차례로 모두 자비량으로 진행한다. 올해는 5월에 필리핀, 8월에 몽골에 다녀온 데 이어 11월에는 태국 일정이 잡혀 있다. 해외 봉사 갈 때면 언제까지 돌아오겠다는 현수막을 내걸고 병원 문을 닫는다.  그래도 환자들은 불편한 기색 없이 “잘 다녀왔느냐”고 인사할 정도로 빛과소금치과의 봉사우선 원칙에 공감하는 눈치다.

치과 진료는 재료비가 만만치 않은데 모두 ‘공짜’이다보니 재정이 많이 들어간다. 선교지와 연계하는 해외봉사 때면 힘겹게 사역하는 선교사님들께 힘내시도록 작지만 선교비도 드리고 온다. 

“다시는 치과 병원을 운영하지 않는다”고 선언하고 봉사를 위해 한창 잘나가던 병원을 폐업했지만 “평생 봉사”를 결심한 만큼 전략을 다시 구상해 올해 초 빛과소금치과를 개원했다. 치과에서 번 돈으로 봉사에 사용하는 구조, 봉사가 주업이고 병원은 부업이 된 것이다. 하지만 치과 진료든 봉사든 모두 “하나님 나라를 위한 일”이라는 투철함으로 하기에 정직과 최선 다한 진료에 심혈을 기울인다. ‘빛과소금’ 이름처럼 어디서든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나야 하기 때문이다.

치과 진료는 “최대한 본래 이를 살린다”는 일념으로 하니 다른 곳에서 여러 개의 이를 뽑아야 한다는 말에 걱정하던 환자들이 이곳에서 치료받고 얼굴이 환해지고 고맙다며 다음 방문 때는 선물로 반찬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봉사 현장에서는 불편하던 이가 편안해졌다며 눈물맺힌 모습으로 손 잡아줄 때가 이 집사에게는 보람이요 기쁨이다.

 

   
▲ 선교지 아이들과 함께.

 

# 모든 것 잃은 나를 일으키신 하나님

이 집사는 한국경제의 중심으로 꼽히는 강남 은행단지의 치과병원에서 원장으로 일했다. 그러던 중 IMF를 만났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기를 당했다. 모든 것을 접고 경기도 시흥 지역으로 옮겨 치과병원을 개원한 게 2000년, 그때부터 지역을 중심으로 작게 봉사를 시작했다. 젊은 시절부터 가졌던 “나만 잘 먹고 잘 사는 것은 욕심”이라는 생각을 봉사로 실천한 것이었다.

치과는 이 집사가 신념처럼 지켜온 ‘정직한 진료’와 치료 실력이 입소문을 타면서 전국에서 환자가 그야말로 물밀듯 몰렸다. 돈도 많이 벌었다. 10년쯤 지나 나름대로 성공지점에 다다랐다고 여길 즈음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했다.

“목이 너무 아파서 꼼짝할 수 없었어요. 병원에 가보니 목 디스크로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했어요. 고민이 컸지만 하나님이 제게 주신 기회라고 여기고 전적으로 봉사하며 살기로 결심했습니다.”

기독교 집안으로 어린 시절부터 교회를 다녔지만 배워서 아는 신앙이다 보니 세상에 섞여 살 때가 더 많았다. 이제 하나님께로 돌아서야 할 때라는 깨달음이 강하게 느껴졌다. 병원을 그만두고 1년 반 동안 재활치료 받은 후 어느 정도 나아졌을 때부터 본격적으로 봉사를 시작했다. 그렇게 5년을 해오다 빛과소금치과를 다시 개원한 것이다.

말이 좋아 봉사지 누가 오라는 곳 없이 일일이 찾아다니며 봉사할 곳을 물색했다.

“달동네의 기준이 뭔지 아세요? 도심에서는 가장 흔한 김밥 집과 미용실이 없어요. 산꼭대기 가까이에 고립돼 살다보니 수요가 없어 운영이 안 되는 것이지요.”

뉴타운 사업으로 많이 사라졌지만 아직도 달동네 몇 곳이 남아있어 한동안은 그곳들을 중심으로 봉사했다. 봉사할 장소를 찾고 일정을 정하고 치료가 필요한 이들을 모으고… 모든 것을 챙겨야 하니 한 번 봉사하는 것도 쉽지 않다. 고마운 것은 아내인 김희정 집사(51, 평안교회)가 남편과 뜻을 같이해 간호사 자격을 취득하고 함께 봉사에 나서고 있다.

봉사센터가 찾아가는 곳의 기준은 어디가 됐든 가난으로 인해 치과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이들이 있는 곳이다. 그런데 그동안 봉사해오던 곳들 중 적지 않은 곳들이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한 것을 발견하고 최근에 다수를 정리했다. 이 집사가 직접 발로 뛰며 발굴한 봉사 현장들이지만 절반가량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곳들을 중단했다. 그 중에는 기독교를 표방한 곳들도 포함돼 있어 이들을 정리하는 이 집사의 마음은 씁쓸함을 넘어 참담했다. 어찌 하나님의 이름으로 이익만을 추구한다는 말인가…. 정말 도움이 필요한, 드러나지 않은 사람들을 찾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게 요즘 드는 생각이다.

“무료 봉사한다고 모두 환영하는 건 아니에요. 귀찮아하기도 해요. 혜택 받을 사람들을 생각하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면 참 안타깝지요.”

봉사 현장에서는 주로 스케일링과 충치 치료, 틀니 수리 등 간단한 것들을 중심으로 하고 더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병원으로 내원해 치료를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물론 봉사를 통해 내원한 이들에게 진료비는 모두 공짜다.

 

   
▲ 불교국가에서 승려를 치료하고 있다.

 

# 하나님이 판 벌이고 나는 흥 돋운다

이 집사는 봉사현장을 통해 살아계신 하나님, 나의 하나님을 만나고 있다고 했다.

“최근에 인도차이나 5개 나라의 선교지를 섭외하면서 내가 이뤘다고 자부했어요. 그런데 전혀 가망 없던 곳에 길이 열린 것을 돌아보며 내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이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하나님 나라를 위해 하나님이 일하고 계셨어요. 하나님이 복음이 전해질 수 있도록 판을 벌이시고 저는 거기서 의료봉사를 통해 흥을 돋우는 역할을 할 뿐입니다.”

하나님의 일을 자신의 공로로 여겼던 것이 너무도 부끄럽고 한편으로는 그동안 하나님이 일하시는 현장에서 함께했다는 것에 눈물겹도록 감사했다.

이 집사는 “하나님을 지식으로 아는 것을 넘어 삶으로 경험할 때 비로소 나의 하나님을 만나게 된다”면서 “봉사현장은 하나님을 만나는 곳”이라며 건강을 허락하실 때까지 봉사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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