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릴 교종 25년간의 논문·연설문 엮어

▲ <러시아정교회 키릴
교종의 자유와 책임>
키릴 교종 지음/
강영광 옮김/
대한기독교서회

“실제로 개인의 윤리는 그리스도교 도덕성의 핵심입니다. 그리스도의 가르침은 먼저 한 개인을 향하며, 영혼의 변화를 향한 길을 열어주는 개인적인 영적 체험과 이에 다른 행동의 변화를 추구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내면세계에 구원을 가져오는 변화는 외부와 단절된 고립적 상황이나 특수한 실험실의 조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 사람들과 실제적이고 살아 있는 접촉을 통해서 일어납니다.”

우리에게는 조금은 낯설지만 세계적으로는 오랜 전통과 역사를 간직한 그리스도교의 한 종파 러시아정교회, 그 수장인 키릴 교종의 책이다. 키릴 교종은 1천년 만에 가톨릭 프란치스코 교황과 만나 기독교의 일치와 평화를 촉구한 인물로 더욱 관심을 모았다. 책은 키릴 교종이 지난 25년에 걸쳐 출판한 논문과 연설문을 모은 것으로 인간의 권리와 자유에 대한 그리스도교적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키릴 교종은 책에서 오늘날 현대 사회의 가장 근본적인 갈등이 문명화를 이루어온 자유주의, 세속주의, 인본주의 사상과 이와 반대편에 있는 전통적, 종교적 정체성 사이의 대립이라고 진단하고 이 두 사상 간의 대립을 해결하는 일은 인류문명의 미래에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키릴 교종은 경제, 정치, 국제관계에서 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자유주의 사상, 이를 기반으로 한 공동체(기관)와 전통적 공동체의 공존이 가능한가를 묻는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러시아정교회 전통에 흐르고 있는 영적 에너지와 원천이 양극단의 공존과 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살핀다.

 

▲ 2016년 2월 키릴 교종(좌)과 프란치스코 교황(우)은 1054년 동방정교회와 로마가톨릭이 분리된 지 1천여년 만에 만나 세계의 평화를 위해 함께 일할 것을 약속하는 공동성명에 서명했다.

이를 위해 키릴 교종은 세상 속에서 마치 별도의 삶을 살아가듯이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을 선택하고 신앙을 사유화하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이는 그리스도인들이 세상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상이한 문화와 사상 체계가 동등한 권리를 가짐을 인정해야만 합니다. 이렇게 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사상적 제국주의가 형성되어 식민지 시대보다 더 큰 갈등을 촉발시킬 것입니다. 우리는 각 민족이 스스로 선택한 대로 조화 속에서 자유롭게 살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국제적 체제는 이러한 선택을 존중해야 하며 다른 선택을 하도록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키릴 교종은 20세기의 양 극단적 세계가 초래한 대립에 주목하면서 이제는 소모적인 경쟁을 할 것이 아니라 세계를 다극적으로 만들어서 다양한 문화와 문명이 서로 공존하며 상호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역설한다. 자유주의와 세속주의를 폐지하자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사상이 전통적, 문화적, 철학적, 종교적 사상으로 보완되어 상호 존중뿐 아니라 법률 제정과 국제관계 개선에도 도움을 주며 조화를 이루어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키릴 교종은 무엇보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인간의 자유의지와 존엄성을 신학적으로 설명하면서, 국제적 인권기구와 함께 세계 모은 민족의 의견이 반영된 ‘보편적 인권’의 재해석과 적용을 위해 노력할 것을 제시한다.

키릴은 현재 모스크바와 전 러시아의 교종으로서 러시아정교회의 수장이다. 2009년 2월 1일 교종 착좌에 앞서 1989년부터 모스크바 교종청 외교부 의장을 지냈고 러시아정교회 주교회의 종신회원이었다. 러시아의 지도적 신학자이자 설교자로서 다수의 저서를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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