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진 / 침신대 교회사, 명예교수

종교개혁이란 부패하고 타락한 교회를 개혁하기 위한 운동이었다. 침례교회를 비롯한 자유교회(Free Church) 전통에서는, 교회의 타락 시점을 콘스탄틴 황제의 기독교 공인(313년, 밀라노 칙령)으로 본다. 로마제국에 의한 기독교의 공인 즉 기독교인들에 대하여 신교의 자유를 선포한 것은, 한편에서는 기독교 혹은 복음이 로마제국을 정복하고 점령한 교회 승리의 날이었지만, 동시에 다른 한편에서는 교회가 세속정치에 타협했거나 굴복했거나 이용당했던 교회 타락의 첫 발걸음을 내디딘 날이었다. 국가는 교회와 결탁하여 그리스도인들로부터 정치적인 지지를 받고자 했고 교회 역시도 국가권력을 등에 업고 교세의 확장을 도모했다.

교회와 국가가 결탁된 상황이 1,000년 이상 지속되면서 유럽에서는 로마교황청이 성·속을 총괄하는 최고의 권위를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두 세기에 걸친 십자군 전쟁(The Crusade, 1095-1291)을 겪으면서 중세 유럽사회의 기저는 서서히 흔들리기 시작했으며, 유럽의 지식인들이 희랍의 고전들을 재발견하고 접하면서 14-15세기에 르네상스(문예부흥) 운동이 일어나게 되었다. 교황청이 약 70년 동안 프랑스 왕실의 간섭과 통제를 받는 “교황청의 아비뇽 유수”(1309-1377)와 “교황청의 대분열(1378-1417)을 겪으면서 교황의 권위는 땅에 떨어지게 되었고, 유럽주민들은 로마교황을 따르느냐 아비뇽교황을 따르느냐에 따라 양분이 되었다. 또한 각국에서 일어나기 시작한 민족주의 의식으로 인해 중세의 “통일성”과 “안정성”은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하였다. 종교개혁운동은 단순히 교회개혁에 머물지 않았고 유럽사회 전체의 변혁을 불러왔다.

“관료후원적 종교개혁”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크리스천 세속 정치인들의 정치적 후원을 입은 종교개혁, 다른 말로 하면 정치와 종교가 협력하고 결탁해서 성취한 종교개혁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러한 범주에 드는 대표적인 개혁의 흐름은 루터교회, 개혁교회(장로교회), 그리고 영국국교회(성공회)다. 

관료후원적 종교개혁가들은 모두 로마가톨릭교회의 유아뱁티즘 전통을 그대로 견지했다. 이것은 교회와 국가의 합일과도 깊이 연관되어 있다. 즉 어린 아이가 출생하면 그 지역을 관장하는 행정관청에 “호적신고”를 하고, 동시에 그 행정관청의 관할 하에 있는 교구교회(Parish Church)에서 유아뱁티즘을 받으면서 “교적신고”를 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중세시대와 종교개혁시대에는 유아뱁티즘이 국가와 교회를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했던 것이다.

관료후원적 종교개혁가들은 당시의 로마가톨릭교회를 많은 부분에서 개혁을 하기는 했지만, 동시에 여전히 그 교회의 잔재를 가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그들의 개혁은 “반혁명적”이며 “과도기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 그들의 교회는 16세기의 로마가톨릭교회와 1세기의 신약성서적 교회 사이에서 어정쩡한 타협을 맺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이 이 땅 위에 세운 교회는 “충분히 신약성서에 계시된 초대교회로 돌아가지 못한 교회”였으며 “충분히 신약 성서적이지 못한 교회”였다고 진단할 수 있다. 

한국교회는 예수님이 지상에 세우고자 하셨던 교회의 모습, 신약성서가 말하고 있는 교회의 모습을 회복해야 한다. 사람들이 교회당 안에 있다고 해서 모두 교회는 아닌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분명한 신앙고백을 하는 자들에게만 뱁티즘을 베풀고 그렇게 뱁티즘을 받은 신자들로 이루어진 교회, 세상이나 세속권력과 결탁하지 않은 순수한 그리스도의 신부로서의 교회(Church as Bride of Christ)가 자유교회 전통 속에 있는 교회인 것이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한국교회는 신약성서적인 “참 교회”를 회복하여야 한다.

* 이 내용은 10월 16일 기독교한국침례회 역사신학회가 주최한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논문발표회에서 발제한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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