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생활신앙
“존재 자체로 사랑받기 충분한 자녀입니다!”발달장애 딸 예지와 엄마 오민주 집사의 “행복한 동행”
정찬양 기자  |  dsr123@daum.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1646호] 승인 2017.10.18  17:02:17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발달장애 딸 예지와 엄마의 성장기 담은 
<예지맘의 괜찮아> 출판, 
“같은 아픔 겪는 가정에 힘과 위로 되길”

장애가 더 이상 불행이 아닌 세상,
장애를 인정하되 서로 다르지 않다는
인식 키워가야

 

   
▲ 오민주 집사

“딸아이가 컵라면을 혼자 끓여 한 그릇 다 먹고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는데 저도 덩달아 배가 부르고 너무 행복했어요.”

최근 가장 행복했던 때를 묻는 질문에 오민주 집사(38, 김포 아름다운교회)의 얼굴에 장난스런 미소가 번졌다. 아이가 컵라면 끓여 먹은 게 뭐 대수라고 이렇게 행복해하는 걸까. 올해 9살인 딸 예지는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다. 컵라면이 먹고 싶다는 욕구와 열정이 아이가 혼자 복잡한(?) 과정을 기억하며 완수하게 했고, 자칫 뜨거운 물에 델 수도 있는 상황을 참견하지 않고 곁에서 기다리며 지켜볼 수 있을 만큼 엄마인 자신도 자란 것을 보면서 큰 행복을 느꼈다.

누구에겐 자연스러운 일상이 어떤 이들에겐 기적이 되는 법. 그렇다. 오 집사는 요즘 부쩍 자란 예지와 자신을 보며 매일의 삶을 기적처럼 맞아들이고 그 하루하루를 감사와 기쁨으로 채워가고 있다. 부모가 된다는 건 아이와 함께 자라가는 거라는 걸 새삼 느끼고 있다.

이런 행복은 “내 아이의 장애를 치료할 수 있다”는 뜨거운 집념을 내려놓고 자녀를 평가하고 고치려는 엄마가 아닌 “아이와 노는 엄마”가 되어서야 비로소 느끼게 됐다. 치료를 포기했다는 건가?

“아니요. 예지는 하나님께서 세상에 태어나게 하신 때부터 고칠 것 없는 건강한 아이였는걸요! 단지 자라는 중일 뿐이에요.”

오 집사는 딸아이와 함께해온 9년간의 시간을 “믿음을 배우고 경험하는 시간”이었다고 고백하며 그동안의 이야기를 엮어 용기 내어 책 <예지맘의 괜찮아>(젤리판다 간)를 펴냈다.

책에는 남편의 성악공부를 위해 떠난 독일 유학 시절 예지를 임신하고 기뻐하며 아이가 태어나기를 기다리던 시간들, 예쁘기만 하던 아이에게 장애 진단이 내려진 후 그것을 인정하기까지 아프고 또 아팠던 기억, 학교를 포기하고 홈스쿨링으로 아이를 양육하면서 겪은 놀라운 변화, 예지와 함께 그리는 그림, 온라인 팟캐스트 방송 ‘맘스라디오’에서 ‘예지맘의 괜찮아’ 진행을 맡아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과 소통했던 경험 등이 담겨있다.

 

   
▲ <예지맘의 괜찮아> 책 표지

# 부모가 자란 만큼 아이도 자란다

부모라면 누구에게나 내 아이는 특별하다. 또 그러기를 바란다. 이것을 욕심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것이 욕심이라 여기고 내려놓고 또 내려놓아야 하는 사람들, 장애를 입은 자녀의 부모들이다. 내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것,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기까지는 쉽지 않았다.

예지는 34개월에 발달 지연과 언어 지연을 진단받고 36개월 이후 자폐성발달장애의 길을 걸어야 했다.

“처음엔 아이의 장애를 인정하는 것이 두려웠고, 어떻게 해서든 치료해야 한다는 생각이 컸어요. 그것이 부모로서 사랑하는 아이를 위한 길이라고 여겼지만 돌이켜보면 결국 내 욕심이었어요.”

발달장애 아이들의 치료와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대안학교를 통해 예지에게 다양한 치료방법을 동원한 것도 아이를 위한 길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예민한 성격의 예지는 치료도, 아이들과의 관계도 너무나 힘들어했다. 그래도 치료를 위해서는 견뎌야 한다고, 언젠가는 비장애인이 아이들에게 뒤지지 않을 만큼 나을 거라고 믿으며 아이에게 “넌 할 수 있다”는 말을 자주 들려주었다. 아빠는 학교의 이사로, 오 집사는 색채미술을 공부하고 컬러리스트로 활동해온 이력을 살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방과 후 교사로 미술지도하며 봉사하는 등 열심이었다.

그런데 우연히 교실 한 구석에서 웅크리고 앉아 두려움에 떨고 있는 예지를 발견했다. 아이를 위한 선택이었지만 예지는 그곳에서 괴로워하고 있었다. 은연중에 말이 트이도록 몸에 통증을 가하는 치료는 예지가 특히 무서워했다. 반감을 드러내는 아이에게 “이렇게 해야 낫는다”며 치료를 강요하는 엄마는 예지에게 어떤 존재로 보였을까. 

결정적으로 예지의 치료를 포기하게 된 사건이 있었다. 오 집사가 예지와 단둘이 차를 타고 지방으로 이동하던 중 예지가 뒷좌석에서 심하게 경기를 일으킨 것이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웃으며 그림을 그리던 아이가 온몸이 비틀리고  눈이 돌아가고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오 집사는 1차선 도로를 가로막고 지나가는 차들을 세워 도움을 요청했다. “제발 내 딸 좀 살려 주세요”라며 울부짖었다. 그때 비로소 존재의 소중함에 대해 절절히 깨달았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했던 일들인데 정작 중요한 게 빠져 있었어요. 예지의 감정은 안중에도 없었던 거예요.”

결정을 내려야 했다. 오 집사 부부는 예지를 홈스쿨링하기로 결정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과연 감당할 수 있을지 두려움이 컸지만, “엄마랑 학교 갈래? 안 가래?” 묻는 말에 “안가”하고 대답하는 아이. 올해 초 결국 학교를 포기했다. 그리고 오 집사는 아이와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함께 전국투어에 나선 것이다. 단둘이 곳곳을 다니며 자연을 보고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함께 웃었다.

 

# 성장, 기다림의 시간

예지와 함께하면서 성장에는 기다림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고 했다. 홈스쿨링에 있어 교육은 대부분 몸으로 하는 식이었다. 예지가 나비를 보고 반응하면 “예지야! 나비 보러 박물관 갈래?” 아이가 자연반응으로 “갈래”라는 말이 튀어나오면 곧장 아이 손을 잡고 박물관으로 달려갔다. ‘간다’는 의미를 알려 주기 위해서다. 박물관에 가서도 아이는 곧장 나비를 보지 않는다. 이리저리 탐색하고 엉뚱한 것에 매달려 한참이나 시간을 보낸다. 그래도 엄마는 그것이 허튼 짓이라는 생각을 접고 아이의 동선을 따라가고 눈을 맞추고 함께 반응해주며 기다린다.

“아이가 실수하고 부딪치고 넘어지며 배워가야 할 것들을 부모가 채워주면 아이는 자신의 영역을 확장할 기회를 잃어버려요.”

놀라운 것은 엄마와 함께하면서 예지의 말이 트인 것이다. 9살이 되어서는 드디어 문장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엄마, 배고파요”, “나 이거 주세요”, “엄마, 여기에 있어요”, “새 그림 그려주세요”…. 이런 예지의 모습에 오 집사는 “우리 딸 잘한다. 최고다!”하며 칭찬 연발이다. 그런 모습을 보는 아빠의 말, “당신 보여? 예지가 행복해하는 모습!” 아빠의 지지와 신뢰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더 이상 장애인이기 때문에 불행한 사회가 되지 않으려면 장애와 비장애가 ‘틀리다’는 인식을 바꿔야 해요. 그 첫 번째는 부모부터 장애를 치료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오 집사는 장애가 있다는 것은 남과 다를 뿐 고칠 것이 있다는 말이 아니라고 말한다. 장애가 더 이상 불행이 아닌 세상은 장애를 인정하되 다르지 않다는 인식을 장애인이나 비장애인 모두가 키워가야 한다는 것이다.

장애 자녀를 둔 부모에게 해주고픈 말을 묻자 많은 얼굴이 스쳐간다며 한참 만에 어렵게 입을 열었다.

“슬퍼도, 아파도 괜찮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당신이 감사하려고 애쓰는 거 하나님이 아세요. 그래서 괜찮아요.”

예지와 함께 걸어갈 길이 앞으로도 만만치 않을 것을 알지만 이제는 더 이상 두려움이 아닌 기대와 희망으로 열어갈 것이라며 오민주 집사는 환하게 웃었다.

정찬양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110-460 서울시 종로구 창경궁로 16길 73-6(연건동)  |  대표전화 : 02-3676-3082~5  |  팩스 : 02-3676-3087
신문등록번호 : 서울 다 06483  |  등록일 : 1988.5.31  |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 조효근  |  이메일 : dsr123@daum.net
Copyright © 2013 들소리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