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병인 소장
고병인가족상담연구소

수치심을 형성하는 주요 장소는 바로 우리의 가정이며 세대로 이어져 전수된다. 이러한 가정에서 성장하면 수치심에 기반을 둔 정체감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수치심이 많은 사람들은 수치심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 결혼하는 경우가 많다. 내면이 채워지지 않은 이들은 사랑에 빠지면서 유아기에 부모와 융합되어 하나 되었던 경험을 하게 되고, 사랑 속에서 온전하다고 느끼기를 원하며 강력한 판타지를 경험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들의 사랑은 곧 끝나고 만다. 판타지 사랑이란 불안정한 사람의 수치심에 기반을 둔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처음에 느꼈던 사랑의 감정도 서로에 대한 참 모습을 알아갈수록 식어가기 시작한다. 완전히 서로에 몰입해 모든 것이 좋아보였다가 감정이 식으면서 그들의 원가족에서 겪었던 수치심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수치심을 많이 가진 사람일수록 상대방이 자신과 다른 점을 참지 못한다.

필자가 신대원에서 ‘가족치료’ 과목을 강의할 때였다. 졸업을 앞둔 자매가 학기초반에 강의를 듣고 상담하고 싶다고 필자의 연구실에 찾아왔다. 자신의 어린 시절은 아버지의 알코올 중독과 폭력, 끊임없는 부부싸움과 이혼의 압박으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 과거라고 했다. 신대원에 입학하게 된 동기도 아버지 같은 알코올 중독자를 만나지 않기 위해서라고, 신앙심 좋은 미래의 목회자들을 배우자로 선택하고 싶어서였다고 한다.

학기 중간쯤 되어서부터 자매는 한 청년과 같이 나란히 앉아 강의를 들었다. 청년은 평소에 필자가 잘 아는 장로님의 아들로 학부 때부터 모범적인 학생이었다. 학기가 거의 끝날 즈음 자매가 다시 찾아와 그와 헤어졌다는 것이다. 헤어진 이유를 묻자 “오빠가 너무 거룩해서 다가갈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 신대원 졸업식을 앞둔 시기에 자매가 다시 찾아와 사회복지대학원에 재학 중인 사람을 만나 교제하고 있고 졸업하면 결혼할 것이라고 했다. 서로 기분이 통해 편안하다고 했다. 수업시간에 교수님께서 혼전예비 상담 받고 결혼하는 것이 필수조건이라고 했던 것이 생각나 함께 상담 받아보자고 권했으나 “나는 문제가 없는 사람”이라고 거절하더라는 것이었다. 

다음 해 가을학기 중간쯤 자매가 다시 찾아왔다. 임신했는지 배가 불러 있었고 안색이 잿빛으로 변해 있었다. 자매는 “교수님의 혼전예비 상담을 꼭 받았어야 했는데…”, 후회된다며 남편이 아버지보다 더 심각한 알코올중독자라는 것이었다. 임신한 몸으로 이혼할 수도 없고 이일을 어찌하면 좋으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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