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조년
한남대 명예교수

몇 번 말하고 희망한 것이지만, 평생을 하고 해도 후회하지 않을 삶이 무엇일까를 생각하는 중에, ‘화평한 맘을 먹고 살아가는 것’과 ‘내 자신이 평화가 되는 것’이 나로서는 매우 중요한 평화활동이라고 확신했다. 

평화로운 사회를 이렇게 만들자고 외치면서, 내 자신이 평화 자체가 되는 삶의 수련이나 훈련은 떨어질 수 없이 동시에 일어나야 한다는 일이다. 그렇게 하기 위한 일 중 하나가 AVP(Alternatives to Violence Project) 운동에 참여하는 일이다. 이것은 우리 속에 있거나 밖에 있는 온갖 폭력성을 비폭력 평화의 기운으로 바꾸어 살아가자는 운동이요 훈련이다.

1971년 9월 9일에 미국의 뉴욕 에티카 감옥에서 굉장한 사건이 일어났다. 70달러를 훔쳤다는 죄명으로 무기징역형을 받고 캘리포니아 주 살러대드 교도소에서 10년간 수감생활을 하던 조지 잭슨(George Jackson)이 여러 번의 감옥개선과 감옥 내 민권운동을 하던 중, 탈옥을 시도하다가 간수가 쏜 총에 맞아 사망한 것을 기념하여 수감자들이 봉기한 날이다. 이 감옥의 수감자 54%가 흑인이었고, 간수는 100% 백인이었다. 물론 다른 인종의 수감자들도 있었다. 이날 그들은 점심과 저녁을 거부하였고, 허술한 문을 부수고 간수 40명을 인질로 하여 교도소 운동장에서 모였다. 여기에서 5일간 인종차별이 없는 공동체를 스스로 꾸려나갔다. 

그러나 당시 뉴욕시장 넬슨 록펠러는 군사공격을 명령하고 기관총으로 사격하여 31명이, 이 중에는 인질로 잡혔던 간수 9명도 함께 사살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감옥 안에서 수감자들 스스로 항의방법을 바꾸고, 성찰하며, 바깥에서 감옥 안의 인권을 위하여 일하는 사람들과 연대하게 되었다. 이 사건으로 에티카 감옥은 폐쇄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그린 헤이븐 감옥으로 이감되었다.

그린 헤이븐 감옥에서는 끊임없이 출소한 수감자들이 재범자가 되어 다시 수감되는 문제에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때 스스로 폭력이 난무한 세상에서 평화롭게 살고, 감옥에 들어갈 폭력을 사용하지 않도록 자신의 자녀들을 평상시에 교육하고 양육하는 퀘이커 교도들에게 그린 헤이븐 감옥 당국자는 이 문제에 대하여 개입해 달라고 요청, 1975년 그들은 민권운동가들과 함께 어떻게 하면 폭력성을 근본부터 비폭력 평화의 상황으로 바꿀 것인가를 실험했다. 자신들의 자녀들을 가르치고 양육하였던 것을 교도소 수감자들에게 실험했다. 

그 결과는 매우 탁월하게 달라졌다. 그로부터 미국에 있는 여러 교도소에서 그 방법을 도입하였고, 지금은 다른 나라로도 전달되어 세계에 약 60여 개국에서 이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여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처음에는 퀘이커교도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모든 사람, 모든 종교와 인종에 속하는 사람들이 이 운동에 참여한다. 우리나라에는 2007년에 도입되어 10년이 되었다. 나는 바로 이 운동에 몇 몇 친구들과 함께 처음부터 지금까지 참여하고 있다.

금년 11월 5일부터 11일까지 네팔의 카트만두에서 전 세계 AVP 활동가들 160여명이 모여서 큰 워크숍과 회의를 했다. 우리나라 활동가들 11명과 함께 필자도 참여했다. 감옥에서 시작된 훈련과정이지만, 폭력의 원천으로부터 바꾸어야 한다는 운동으로, 학교, 지역사회, 군대, 난민지역, 유치원, 가족공동체, 갈등지역 등에서 아주 다양하게 이 운동이 펼쳐지는 것을 배웠다. 스스로 속과 겉에 있는 폭력성을 비폭력 평화의 기운으로 바꾸는 운동이다. 

이 운동과 훈련을 통하여 그것을 극복하는 것으로 이렇게 단순하게 정리하여 본다. 일단 우리는 모두 자신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다른 사람을(사물을) 존중하고 배려한다. 최선에 대한 기대를 가진다. 반응하거나 행동하기 전에 생각한다. 그리고 모든 것에서 비폭력적 해결의 길을 찾는다. 이 길이 개인이나 집단이나 민족이나 국가들 사이에서도 찾아진다면 분명히 평화로운 사회를 만드는 길은 잘 닦여질 것이라 믿는다. 평화의 삶은 어느 순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는 동안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 닦는 수련과정이다. 평화는 그런 수련과정이면서 동시에 그 결과로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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