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단순성과 솔직함… 사막 교부들의 삶과 금언 정리

“사막 교부들은 사회에서 물러나 사막의 고독을 찾았으며,
영적 사부를 만나 철저히 순종하며 살았다.
그들은 초라한 움막과 돗자리, 양가죽, 등잔, 물이나
기름 그릇으로 충분했으며, 삶은 무척 단순했고
하나님을 향한 삶 전부를 기도로 여겼다.”

▲ <사막 교부들의 금언>
베네딕다 워드 엮음/
허성석 옮김/분도출판사

“내가 이곳 사막에 와서 내 암자를 짓고 거기 거주한 이래 내 손으로 일해서 얻지 않은 빵을 먹은 기억이 없고 지금까지 내가 했던 말에 후회한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나는 아직 하느님 섬기는 일을 시작하지도 않은 사람처럼 그분께 갑니다.”
-압바 팜부스

교회와 그리스도인들마저 세상이 요구하는 속도전에 자신을 내어주며 눈에 보이는 ‘성공’을 좇아가는 속에서 사랑과 겸손을 몸에 지니기 위해 전 삶을 하나님을 향한 기도로 채워가고자 몸부림했던 사막 교부들의 이야기는 마치 사막의 신기루처럼 아득하기만 하다.

잠깐의 시간도 스마트폰에 점령당하는 현대인의 삶에서 자신의 생각과 욕심을 내려놓고 철저한 단순성과 솔직함으로 일상을 채우는 것은 과연 가능할까.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조차 얻기 힘든 불모지에 자발적으로 들어간 사람들, 그들은 왜 스스로를 고행의 길로 몰아넣은 것일까? 사막 교부들이 살아내고자 했던 하나님과 마주한 삶, 그 자유함을 엿보게 하는 책이다.

성공회 수도회인 하느님 사랑의 수녀회 소속 수도자이며 사막 수도승 전문가인 베네딕다 워드는 책을 통해 사막 교부들에 대한 역사와 그들의 삶에 대해 소개하고 130여 명의 사막 교부들의 금언을 알파벳 순으로 정리했다.

사막 교부란 주로 이집트 북부 켈리아와 스케티스 사막에서 생활했던 영적 사부 또는 원로들을 의미하는 말로, 흔히 ‘모범적인 가르침을 남긴 고대 그리스도교 저술가’들을 떠올리지만 저자는 사막 교부들 다수는 이에 부합하지 않는 것을 밝힌다. 사막의 많은 은수자들이 저술과 독서보다는 손노동과 수행을 중시했으며, 그들은 ‘책’이 아니라 ‘삶’을 대면하고자 사막으로 갔고 그곳에서 모든 것을 걸고 치열하게 살았기 때문이다.

“사막 영성은 누군가 그것을 가르친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것에 매료되어 붙잡혔다는 데 그 핵심이 있다. 사막 영성은 전 삶의 방식이었다. …그들은 하느님을 향해 육체와 정신과 영혼의 모든 측면을 새롭게 설정하기 위해 고된 일을 했고 평생 노력했다. …기도란 매일 몇 시간 동안 하는 활동이 아니라, 하느님을 향해 계속 돌아서는 삶이었다.”

사막 교부들은 사회에서 물러나 사막의 고독을 찾았으며, 영적 사부를 만나 철저히 순종하며 살았다. 그들은 초라한 움막과 돗자리, 양가죽, 등잔, 물이나 기름 그릇으로 충분했으며, 삶은 무척 단순했고 하나님을 향한 삶 전부를 기도로 여겼다. 최소한의 음식을 먹으며 수면을 최대한 억제했다.

그들의 모든 금욕적 노력과 인격적 관계, 삶의 모든 부분은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과 맺는 중심 관계 안에서만 의미를 가질 수 있었다. 그들의 첫째이자 본디 목표는 주님의 수난에서 구체화한 그리스도를 뒤따르는 것이었으며, 하나님 앞에서 가식 없는 인격적 성실함을 추구했다.

“수도생활의 목표는 금욕주의가 아니라 하느님이었다. 그리고 하느님을 향한 길은 사랑이었다. 사막의 관대한 사랑은 그들이 하는 모든 일의 중심이자 그들의 생활방식을 평가하는 기준이었다.”

사막 교부들은 모든 것과 단절된 사람들이었을까? 저자는 자신의 욕망을 제어하는 훈련 속에서 그들이 얻은 것은 겸손, 즉 위선적이거나 부자연스러운 비하가 아니라 “사랑받고 있다는 체험에서 온 겸손”인 것을 밝히면서 그것은 그들이 타인을 판단하지 않았던 것과 방문객을 환대했던 삶을 통해 엿볼 수 있다고 말한다.

자유로운 삶을 위해 많은 지식이나 재산이 필요하지 않음을 몸으로 보여준 사람들, 사막 교부들의 침묵과 자유, 거침없는 수행은 끝없는 욕망에 뒤엉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참된 종교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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