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는 편집(編輯)을 하는 사람이다. 여기에서 편집은 ‘배열하여 모은다’는 뜻이다. 원고 기획부터 원고 구성, 교정교열, 윤문 등 글과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을 지휘한다. 그러나 이런 과정에서 처음의 계획과 방향성은 일부 꺾이고 부러지고 왜곡되어버리기도 한다. 편집자의 편집을 가능케 하는 편집 환경이 녹록치 않다는 것이다. 책이 편집자 한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여러 사람의 생각과 고민과 입장을 모두 모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런 편집을 둘러싼 모험과 현장 편집자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기획회의(451호) ‘한국 편집문화 비판: 한국의 편집문화는 안녕하가’는 그래서 유의미하다. “그동안 편집자의 노력이 원고 자체의 품질을 높이기보다는 잘 포장하는 데 집중되었다. 손쉽게 책을 내려는 저자와 편집자, 당장 매출을 만들어내기 위해 출간 기간을 최대한 단축해야 하는 회사의 입장이 결합해 덜 숙성된 재료에 자극적인 양념을 쳐서 독자를 낚는 능력이 중요해졌다.”(백지선 흐름출판 주간)

그럴듯하게 포장해 트렌드에 억지로 끼워 맞춘 책이 어디 한둘인가? 내용보다는 독자들을 낚을 수 있는 테크닉만 넘쳐나고, 내용과 상관없는 제목으로 도배한 책이 서점에 넘쳐난다. “출판시장은 점점 ‘가치 있는 책’보다는 ‘돈이 되는 책’을 좇”(양희정 민음사 부장)기 때문이다. 그래서 맨 처음의 기획 의도와 동떨어진 책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여기에서 “문장 하나에 조마조마해하고 설레고 감탄하고 탄식하고 희열을 느끼고 고통스러워하고 비탄에 젖는, 그렇게 온갖 감정의 너울에 몸을 맡길 수 있”(허영수 해나무 편집장)는 편집자는 없다. 사치로 여겨지는 것이다.

‘편집의 모험’을 더욱더 어렵게 만드는 것은 출판사 내부에 도사리고 있다. “편집자는 사장님의 판단(?)과 작가님의 주장(?)과 마케터의 견해(?) 중 무엇이 우선순위인가를 판단하면서 결국 목소리 큰 사람의 의견에 따른다는 투덜거림으로 책을 마무리하게 된다. 결국 우리의 편집문화는 책의 방향성에 대한 의견 조율과 토론 과정에서 ‘주관적’인, 느낌적인 느낌으로 주장하는 문화 속에서 목소리 큰 사람의 주장으로 결론 내버리는 형태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볼 수 있다.”(배주영 자음과모음 편집주간)

그렇게 책은 저자의 주장과 사장의 독단과 마케터의 모호함으로 종종 안드로메다에 메다꽂히는 것이다. 물론 거기에는 편집자의 고집스러움이 한몫해 편집을 둘러싼 모험에서 누구나 토론 가능하고 열려 있는 결론을 내기 어렵게 만드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박상문 / 인물과 사상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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