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문명의 배경은 동방 문명’, 서양 문명의 우월성 주장에 ‘찬물’

▲ <블랙 아테나의 반론>
마틴 버날 지음/오흥식 옮김/
소나무

“아테나 여신은 흑인이었다.”

그리스를 대표하는 도시국가 아테네의 수호신인 아테나 여신이 백인이 아닌 검은 흑인이었다고?

정설로 뿌리내린 것에 대한 반론은 늘 또 다른 논쟁과 반론을 일으키기 마련이다. 마틴 버날(1937~2013)이 서구문명의 뿌리로 여겨져 온 ‘그리스 문명’이 동방 문명에 의해 성립됐다는 주장으로 서양 문명을 근본부터 건들인 건 이미 반대자들과의 전쟁을 각오한 결단이 아니었을까. 책은 마틴 버날이 서양 고전 문명의 뿌리를 뒤흔든 책 <블랙 아테나>에 대해 쏟아진 격렬한 비판에 대한 그의 답변이다.

이 책을 소개하기 전에 논란의 중심에 섰던 책 <블랙 아테나>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내야겠다. ‘날조된 고대 그리스, 1785~1985’ 부제가 붙은 1권에서 저자는 그리스의 기원을 탐구하면서 이른바 서구 중심 역사 인식인 ‘아리안 모델’을 파기하고 ‘고대 모델’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 문명의 우수성의 바탕에는 고전 그리스 문명이 있다는 그리스 원조론이 어떻게 날조, 가공, 유포된 것인지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입증한다. 즉, 아테나 여신은 원래 이집트 여신(네이트 여신)이었고 당연히 백인이 아닌 흑인으로 그려져야 맞다는 얘기다.

“블랙 아테나의 목적은, 유럽의 문화적 오만을 줄이는 것이다”라고 밝힌 것처럼 저자는 책을 통해 유럽이 말하는 유럽의 역사, 혹은 서구가 실증한 서구의 역사가 과연 합당한 검증을 거친 것인가? 하는 의문을 제기, 1987년 발간 당시 뜨거운 논쟁을 일으켰다. 서구 문명이 그리스 문명이 지닌 독창성과 우수성을 이어받은 것으로 그 문화가 전 지구적으로 확산되는 것이 역사 진보의 정방향이라는 당시 흐름에 찬물을 끼얹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리스 문명의 독창적 요소라고 일컬어지는 신학, 철학, 과학의 대다수가 이집트 문명의 영향으로 성립됐다고 주장한다. 1820년대 이전까지 유럽 사람들에게 그리스 문명이 동방 문명의 직접적인 영향 아래 성립됐다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는 일반 상식이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날조된 배경에는 근대 서양의 식민주의와 인종주의라는 서양 우월 의식이 맞물려 있다고 보았다. 

저자는 그리스 신화는 탈 역사적인 신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문명의 전래를 기록한 전승으로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전승을 신화로 만든 것은 유럽의 우월성에 해가 되는 사료들을 신화라는 이름으로 거부하려는 근대 실증 사학의 음모가 깔려있다고 고발한다.

2권에서는 본격적으로 서양 고전 문명의 아프리카·아시아적 뿌리를 찾았다. 그리스 신화의 구체적인 내용과 신화의 내용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동지중해권의 히타이트, 페니키아, 이집트 등의 문헌 증거와 고고학적 증거를 제시했다.

<블랙 아테나>는 모두 4권으로 기획됐지만 버날 생전에 1, 2, 3권이 출간되었고, 한글로는 오흥식 교수의 번역으로 1, 2권이 출판됐다. <블랙 아테나>가 출판된 이후 다양한 학문 분야의 학자들이 반론과 비평을 쏟아냈고, 1996년 <블랙 아테나 비평>을 출간하기에 이르렀다. <블랙 아테나의 반론>에는 그들의 비판에 대한 버날의 반론이 담겨있다.

<블랙 아테나의 반론>은 세 유형의 에세이로 구성됐다. 첫째, <블랙 아테나 비평>에 게재된 비평들에 대한 답변, 둘째, <블랙 아테나>에서 직접적으로 다루지는 않았지만 일반적인 논쟁에 관계되어 있는 비평에 대한 반론, 셋째, 고전학 연구에 대한 새롭고 좀 더 하이브리드한 것을 옹호하는 최근의 중요 저서들에 대한 서평들로 그 저서들은 기존의 정통론에 맞서 서남아시아가 그리스 문명의 중요 국면에 중요한 충격을 주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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