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운전사의 현장 이야기 (57)

▲ 이해영 목사
사)샘물장애인
복지회 대표,
샘물교회 담임

가을이 온 듯했는데 벌써 겨울의 문턱입니다. 세월이 빠르게 지나는 속에서 더욱 외롭고 지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홀로 사는 장애인들입니다. 성인이 되어 결혼해 가정을 이루는 자연스러운 일이 장애인들에게는 너무도 힘겨운 현실입니다. 

어제는 사랑하는 장애인 친구가 멀리서 찾아왔습니다. 그는 50대 중반으로 휠체어를 타고 생활하는 장애인입니다. 그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시골에서 더 이상 살 수 없어 도시로 가출해 기술을 배우며 지냈다고 합니다. 그를 처음 본 건 1988년 가을, 장애인 행사장에서였습니다.

그는 동안의 얼굴로 티 없이 맑은 눈동자와 영혼은 가진 미소년의 모습이었습니다.

18세가 된 어느 날, 문을 열면 앞마당과 앞에 펼쳐진 논밭과 산이 전부인 시골집에서 평생을 산다고 생각하니 너무 답답해 누나를 졸라 누나 등에 업혀서 집을 나와 익산에서 보석 가공 기술을 배우며 지내다가 서울로 왔다고 했습니다.

그는 젊었을 때 여러 번 결혼할 기회가 있었지만 모두 사양하고 혼자 살아온 것이지요. 이유는 남의 귀한 딸을 데려와서 결혼하면 고생시킬 게 뻔한데 어떻게 결혼할 수 있느냐면서 지금껏 혼자 살아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50대가 되니 몸이 예전 같지 않고 홀로 살아가는 시간 속에 외로움과 고독이 가슴을 파고든다고 합니다. 그래서 가족들의 도움으로 필리핀에 가서 결혼식을 했습니다. 그런데 필리핀 여인이 한국에서 두 주 동안 살고는 가출해 마음고생을 이만저만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여기저기 찾으러 다니기도 많이 했지만 허사였고 결국 재판을 통해 결혼 무효 판정을 받고 저희를 만나러 온 것이었습니다. 얘기를 들어보니 그동안 이루 말할 수 없는 마음고생을 한 것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그를 위로하며 다른 기회를 주님이 주실 거라 믿고 기도하자고 서로의 손을 잡으며 힘주어 말했습니다.

너나없이 살기 어렵던 시절에는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때론 미팅을 주선하고 그 중에 부부의 연이 맺어지는 것을 보며 보람을 느끼며 살아온 시절도 있었습니다. 장애인들이 짝을 만나면 즐거운 마음에 그들이 최대한 신혼여행을 멋지게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하며 함께 다녀온 횟수가 8번이나 됩니다. 그런데 갈수록 장애인들의 결혼이 쉽지 않은 것을 봅니다. 결혼을 기피 하는 풍조 속에 그나마 외국인과의 결혼도 쉽지 않아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특히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님들의 근심이 큽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짝을 만나 서로 의지하며 살기 바라지만 장애인들에게 결혼의 벽은 너무 높기만 합니다. 젊을 때는 모르지만 나이가 들수록 홀로 지낸다는 외로움은 더욱 커지는 것을 봅니다. 사회적으로 장애인들의 결혼 문제에 관심을 가져 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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