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형은 목사
말씀삶공동체
성락성결교회 담임목사

송구영신(送舊迎新)이라는 주제로 글을 쓴다. 그래서 제목이 진부한 칼럼이다.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을 때쯤이면 으레 말글에 오르내리는 주제가 송구영신이다. 이 말이 송고영신(送故迎新) 곧 관가에서 구관(舊官)을 보내고 신관(新館)을 맞이했던 데서 유래됐다는 것도 글 쓰는 이들이 많이 주워 담는 얘기다.

어떤 상황이나 일 또는 사람과 연관하여 새롭게 한다는 말에 여러 가지가 있다. 갱신이나 개혁이 가장 일상적인 말인데, 개혁이 좀 더 센 느낌이 든다. 혁신(革新)이란 말은 어원으로 보면 아주 강한 말이다. 혁신의 ‘혁(革)’이 가죽을 뜻한다. 한자의 뜻을 풀이한 고전 ‘설문해자’에 따르면 이 글자는 짐승의 가죽에서 털을 뽑아 다듬는 것을 뜻한다. 짐승 편에서는 가죽이 벗겨지고 털이 뽑히는 고통을 겪어야 하는데, 용맹스럽게 그 일을 해내는 사냥꾼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렇게 해서 가죽은 옷도 되고 가방도 된다. 한 짐승의 몸을 둘러싸고 있는 가죽에서 완전히 새로운 형태와 용도로 탈바꿈한다.

새롭게 된다는 뜻을 담은 가르침에서 가장 철저한 것이 성서 안에 있다. 바로 회개다. 회개는 가던 길을 바꾸어 정반대의 방향으로 돌이킨다는 것이다. 회개에 대한 성경의 가르침이 다른 모든 종류의 새로워짐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회개는 예수 그리스도와 만나는 데서 발생한다는 점이다. 회개는 정확하게 여기에 걸려 있다. 예수 그리스도와 연관되지 않으면 하나님 말씀에서 가르치는 회개가 아니다.

회개로서 사람은 근본부터 새로워진다. 이를 설명하는 성경 구절이 많은데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구절이 고린도후서 5장 17절이다.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도다.”

이 구절이 결코 예사롭지 않은 까닭이 두 가지다. 하나는 “새로운 피조물”이라는 표현이다. 새롭게 창조된 존재라는 말이다. 이 얼마나 놀라운 선언인가. 그리스도 예수와 연관하여 사람은 태초에 하나님이 모든 것을 창조하실 때처럼 처음 존재하게 된다. 지금까지 살아온 모든 것은 지나갔다. 

고린도후서의 이 유명한 구절이 결코 범상치 않은 두 번째 이유는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이라는 부분이다. 헬라어 원문에 시제가 문자적으로 표현돼 있지는 않지만 문맥으로는 명백하다. 현재진행형으로 그리스도 안에서 존재한다는 말이다. 새로워진다는 것은 지나간 때 언제 한 번 그런 일을 겪었다는 정도가 아니다. 어떤 계기로 엄청난 변화를 경험하고서 그 영향력이 지금도 계속된다는 것도 아니다. 그 엄청난 사건이 오늘 여기에서 내 삶을 이끌고 있다는 말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거룩한 영으로 내 안에 현존하신다는 사실이다.

창세기의 천지창조는 절대 무(無)에서 유(有)가 생성된 사건이다. 이 일을 뜻하시고 이루신 창조주가 계시다. 그 창조주께서 내가 사는 오늘날 삶의 현장에서 태초의 그 작업을 계속하고 계시다. 구약성서 이야기로는 여러 잡스런 종족이 섞인 오합지졸의 어느 민족을 위대한 언약의 민족으로 변화시킨 시내산 이야기가 그 대표적인 본보기다. 이스라엘 백성이 그렇게 시내산에서 탄생했다. 거기에서 하나님이 새로운 민족을 창조하셨다. 

시내산의 창조는 신약 시대에 일어날 일의 예고요 모형이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오셔서 하신 구원의 사건이 시내산 사건의 완성이다. 창조주이신 하나님 아버지께서 당신의 영원하신 아들 안에서 세상을 새롭게 창조하신다.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고백하는 사람, 성령 안에서 그리스도와 함께 사는 사람은 이제 새롭게 창조되었다. 이전의 모든 것은 지나갔다. 더 이상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이제 오로지 하나님 나라의 사랑과 평화가 모든 것을 다스린다.

송구영신이란 진부한 말을 고린도후서 5장 17절에 넣어서 묵상하면 정신이 번쩍 드는 말이 된다. 물리적인 시공간 개념으로 봐도 2017년은 다시 오지 않는다. 2018년은 작년에 왔던 그 시간이 아니다. 태초 이래 처음 맞는 시공간이다. 문자 그대로 송구영신이다. 회개를 통한 새로운 창조의 존재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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