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운전사의 현장 이야기 (48)

▲ 이해영 목사
사)샘물장애인
복지회 대표,
샘물교회 담임

전신마비 장애인이신 정 집사님과 논산으로 내려와 한 울타리에서 산 지 2년 반이 지났습니다. 정 집사님이 투석을 시작한 기간도 그쯤 되었습니다. 정 집사님을 모시고 병원을 오가는데 투석은 일주일에 3번, 한 번 투석할 때마다 네 시간 동안 침대에 누워 잠을 자거나 TV를 보며 투석을 받습니다.

투석 받는 날은 녹초가 되어 집에 곧바로 가는 것이 어려운 때도 있습니다. 혈압이 떨어지면 투석 받는 것을 중단해야 하는 일도 발생하지요. 투석실에서는 투석 받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어떤 이들은 재미없는 인생을 산다며 푸념하기도 합니다. 왜 이런 병이 하필이면 나에게 찾아왔느냐고 혼잣말을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러다가 부정 할 수 없는 현실을 체념하며 다람쥐 쳇바퀴 도는 시간 속에 자신을 맡길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하고는 쓸쓸한 미소를 짓습니다.

2년 반 동안 투석실에도 많은 사람이 세상과 작별해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고, 또다시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왔습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있는 분들이 투석 받고 돌아가는 모습, 가족들의 안타까운 눈빛을 보노라면 가슴이 찡해옵니다. 그리고 얼마 후에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다들 숙연해집니다. 언젠가는 이 현실을 자기도 피해 갈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마음이 무겁다고 합니다.

건강할 때 이웃을 위해 봉사하고 좋은 일도 많이 할 것을, 이제는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자신의 현실을 안타깝게 여기는 모습을 보기도 했습니다.

어떤 분은 젊은 시절 마음대로 살았다고 합니다. 사업하며 많은 것을 누리면서 살아왔는데 어느 날 투석 판정을 받고는 일주일에 세 번 투석해야 하는 상황도 인정하기 싫었는데 엎친 데 덮친다고 암이라는 병을 얻어 한 달에 한 번 서울의 대형병원에 가서 일주일 동안 항암 치료를 받고 왔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처음엔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실에 우울한 마음이었지만 지금은 긍정하는 마음으로 씩씩하게 살려고 노력한다고 했습니다. 어차피 찾아온 병마와 친구하며 좋은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를 볼 때마다 더불어 즐거워집니다. 

또 어떤 사람은 홀로 사는 분입니다. 그는 투석 받고 집으로 가는 길이 무척 힘들다고 했습니다. 집에 가서 혼자 밥을 해먹어야 하고 집안일을 하는 것이 만사 귀찮게 여겨지기도 한다고 했습니다. 삶에 낙이 없는 상황에서 교회에 나가 위로받고 성도들과 교제하며 힘을 얻어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투석실 환자들 중에는 젊은 엄마도 있고 나이 지긋한 분도 계시고, 한때는 남부럽지 않게 살다가 투석을 받기 시작한 때부터 가족이 고행의 길로 들어섰다며 힘든 표정을 지어보이는 어르신도 계십니다.

각자 열심히 삶의 현장에서 성실하게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투석을 받게 된 뒤 인생의 길이 뒤틀어졌다고 푸념하시는 분들의 사연을 들으며 인생은 한 치 앞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습니다.

오늘 우리는 건강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감사가 넘쳐야 합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과 건강을 통해 주님을 기쁘시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숙고해야 합니다. 이 추운 계절에 소망 없는 이 땅의 작은 자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간절히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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