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상훈 원장
한국생명의전화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 때까지 친구들로부터 맞고 다니고 왕따를 당했던 P군이 있다. 자신은 가만히 있는데 친구들이 다가와 힘들게 했다. 학교는 이 문제에 대해 아무것도 해결해 주지 못했다. P군은 학교나 집 어디에서도 친구가 없는 외톨이였다. 고등학교에 가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마찬가지였다. P군에게 학교는 외로운 감옥 같았고 의미 없는 공간이었다. 자신을 문제아 취급하고 알아주지도 않는 학교에 다니는 것이 고역이었다. 

그래서 학교에 안가겠다고 부모님께 말했다. 학교를 그만두고 검정고시를 보겠다고 했다. 부모님은 학교에 안 간다는 말에 화를 냈다. 학교 다니지 않을 것 같으면 집을 나가라고 큰 소리를 쳤다. 그리고 그동안 투자했던 것 다시 다 토해내라고까지 했다. 무조건 학교에 열심히 다니라고 하는 부모님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P군은 고등학교에 들어와 어느 대회에서 시를 써 상을 받은 경험이 있었다. 잘하는 것은 특별히 없지만 시를 쓰는 것이 무척 좋았다. 자기의 감정을 시를 통해 표현하는 것이 마음에 위로가 되었다. 그러나 이제 집을 뛰쳐나온 P군은 한강 다리로 가 떨어져 죽으려 했다. 죽으면 이런 괴로움도 다 끝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행히도 P군은 투신 직전에 다리에 있는 SOS생명의전화로 도움을 요청해 왔다.

나는 P군이 무척 고마웠다. P군의 마음속에서 시소처럼 오르내리는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도움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죽음보다 삶을 선택한 것이다. 나는 대단한 결정을 한 P군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친구들은 P군을 따돌렸고, 어른들은 P군을 수용하려 하기보다 모두 자기중심적 가치의 틀 안에 P군을 끼어 맞추려고만 했다. 그 틀을 조금이라도 벗어날 때 부모와 선생님들에게 그는 문제아였고 낯선 이방인이었다. 이 무시무시한 차가운 감옥 속에 영문도 모른 채 갇혀있는 여린 새싹은 혼자의 힘으로는 버텨낼 힘이 없었던 것이다. 

북미 인디언들에게는 ‘인라케시 알라킨’이란 말이 있다고 한다. ‘인라케시’는 ‘나는 너’라는 말이고 ‘알라킨’은 ‘너는 나’란 말이다. 그래서 한쪽에서 ‘인라케시!’하면 다른 쪽에서 ‘알라킨!’이라고 응수한다. 서로를 쳐다보면서 인사하는 이 말은 우리가 모두 하나라는 뜻이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고 결코 둘이 아니라는 말이다.

P군은 자신은 이 세상에 혼자라고 생각해서 외롭고 두려웠다.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기 때문이다. 어느 누구도 자신에게 관심이 없다고 믿었고, 자신의 존재, 자신의 능력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다. P군에게는 ‘인라케시!’ 하면 바로 ‘알라킨!’ 이라고 응수해 줄 수 있는 사람의 존재가 필요했다. 아마도 그런 관계가 있었다면 P군은 그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힘들더라도 자신의 꿈을 향해 갈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어디 P군의 사례에만 한정된 문제인가. 우리 사회 전반에 뿌리내리고 있는 물질만능주의, 극단적 이기주의, 생명경시의 풍조, 무한 경쟁과 양극화 현상 등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갈라놓고 단절시켰다. 이 비정한 사회의 특징은 ‘나는 나’, ‘너는 너’이다. 그러므로 서로 다가서지 못한다. 우리는 서로 다르다. 그러나 서로의 마음을 공감하고 존중해 주면 우리는 모두 하나가 될 수 있다. 나의 이야기를 진정으로 이해해 주고 나의 능력을 인정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과연 죽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인가. 

우리는 모두 살고 싶다.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그 언덕을 넘어서 신나게 살고 싶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만나서 기쁨의 춤을 추며 살고 싶다. 언덕을 넘어온 바람이 나무들과 만나 춤을 추듯 사람도 서로 진정한 만남을 통해서 춤을 추고 싶다. 춤추는데 필요한 규칙은 단 한 가지다.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해 주는 것이다. 이 깊은 신뢰 속에서 때로는 격렬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춤을 춘다. 누가 P군과 함께 신나는 춤을 출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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