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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부상이 된 황태자 >1<알로펜의 아시아(AD 610~1625) 천년여행 [ 227 ] / 사제 왕 요한 32
조효근  |  dsr12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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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4호] 승인 2018.01.10  12:4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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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인 사람들이 술렁거렸다. 태자로 모신지가 10년이 넘었는데 “황제가 된다면”이라는 가정법 표현을 했으니 투루판 지역 교구가 발칵 뒤집힐 내용이었다.

“진정하라! 나는 태자다. 그러나 내일 일을 인간이 어찌 다 알 수 있는가. 그래서 조심스럽게 표현한 것이니라.”

태자가 갑자기 근엄하고 단호한 표현법으로 군중을 압도했다. 군중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그러자 태자 요한이 껄껄껄 웃는다.

“내가 혹시 역정을 냈던가? 주교님, 어떻게 들으셨어요?”

“아, 아닙니다. 하실 말씀이셨나이다.”

“소인 석준부 아룁니다. 황제가 된다면이 아니라 황제가 될 때에, 로 고쳐 말씀해 주소서.”

“아, 알겠습니다. 때가 되면 황제가 되겠으나 나는 지금 아주 중요한 내용을 여러분과 의논하고 있어요. 황제라는 것이 이 세상에 좀 많은가요. 어떤 의미에서 한 지역의 황제나 왕들은 일종의 멍에입니다. 황제보다 더 귀한 직분이 나와 여러분이 지금 나누고 있는 복음의 일꾼입니다. ‘사제’라는 직분, 그것도 예수님이 직접 임명하신 사제들입니다. 열두 제자나 칠십 제자(문도)들처럼 말입니다. 여러분과 나는 황제보다 더 귀한 제자요 사제들입니다. 바로 사도의 부름으로 말입니다.”

“석준부 다시 아룁니다. 제게는 태자 마마의 말씀이 마치 예수님 말씀처럼 들리옵니다. 황송하고 감사합니다.”

석준부가 감격에 흐느껴 소리 내어 운다.

“석준부, 그대는 앞에서 냉정한 사내여야 하오. 오늘 나는 그대들과 동일한 신분으로 여기 함께하고 있소.”

“네, 마마.”

석준부는 감정을 다스리려고 애를 쓴다. 소년의 티가 간밤에 다 사라졌나. 태자의 모습은 헌헌장부 같았다. 범접할 만한 빈틈이 도무지 보이지 않았다.

“지금 이 시간 이후 어느 누구도 내게 마마, 태자 등의 호칭을 사용치 마시오. 하시라도 깊이 조심해야 하오. 자칫 우리를 시비하려는 자들에게 내 신분이 노출되면 우리 모두는 큰 위험에 빠질 수 있어요. 각별히 유념하시오.”

“그럼 태자님의 이름을 뭐라 부를까요?”

석준부의 말이다.

“석부라고 해도 됩니다.”

석부. 아, 석부님. 모인 사람들은 저마다 입에 올려보면서 웃고 있었다. 태자는 다시 말했다.

“전에 당나라 시대 알로펜 총주교님 지도를 받던 이들이 만든 ‘오삼수도회’라는 봉사단체가 있었음을 내가 알고 있소. 그들은 나이가 53세가 되면 가정을 떠나 함께 모여 살면서 전도와 봉사를 해냈다고 들었는데, 여러분 중에 그때 역사를 아는 이가 있는지 궁금하네요.”

“아, 그렇습니까. 저는 처음 듣는 내용입니다.”

“네, 저는 알고 있습니다. 제가 그 시대 ‘오삼수도회’의 활동내용을 난주에서 있을 때 들은 바 있습니다.”

하실라가 석준부의 말을 이어받아서 오삼수도회 이야기에 화답했다. 태자는 하실라의 말에 용기를 얻었다.

“우리는 당나라 시대의 우리 종교인 ‘경교’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나 내가 지금 3백여 명이나 되는 장정들과 마주하면서 느끼는 바는 과연 여러분이 내가 믿고 있는 기독교 신자들이 맞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생각을 합니다. 이는 불신감이 아니라 여러분과 내가 머물고 있는 투루판이나 타클라마칸 지역이 사실상 위구르 제국이 지배해온 지가 5백여 년이나 됩니다.”

“아이고, 그렇습니까?”

석준부가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 태자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하나님의 은혜일뿐입니다. 당나라 제국이 안록산의 반란이 있던 때(AD 755년~) 멸망 직전까지 갔으나 위구르 제국의 원군 덕에 나라가 보존되었고, 제국을 요제국에게 넘길 때(AD 907년) 이후 역시 하서 위구르(AD 848~)와 천산 위구르(AD 851년)가 양분해 당 제국의 수도 장안은 물론 낙양이나 난주와 티베트와 돌궐족 중심지인 하서 지역까지도 위구르 민족이 지금 이 시간까지 지배하거나 영향력을 행하는데 여러분이 기독교 이름으로 활동한다는 것은 자랑이 아닐 수 없습니다.”

“태자, 아니 석부님. 그 비결이 무엇일까요?”

하실라가 빙긋이 웃으며 묻는다.

“글쎄요?”

“위구르국의 종교기 마니교입니다. 마니교는 우리 기독교의 유사종교로서 우리는 이슬람이나 마니교, 심지어 조로아스터교와도 표면적으로는 큰 충돌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게 장점이면서도 단점일 수 있지요. 우리 기독교가 자신의 종교에 대한 자부심의 부족에서 그 같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지 않을까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요?”

“무슨 말씀이신지 저는 알겠습니다.”

“그래요. 그럼 석준부가 말해보세요.”

태자가 석준부를 향해 주의 깊게 바라본다.

“자기 종교의 고유한 특성을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요? 또 우리 기독교는 마니교나 이슬람만 아니라 또 있어요. 불교나 도교와도 분별력 없이 어울리는 점도 문제입니다. 기독교가 유일한 종교이고 절대종교라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바로 그거야. 석준부! 젊은이가 대단한 분별력을 가졌군. 우리들 네스토리우스파 동방기독교가 지금쯤은 기독교 고유의 특성을 확인하는 공부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됩니다.”

“네. 공부 단단히 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곳에서 살면서 타종교들과 충돌하지 않으려는 잔꾀를 부리는지도 모르죠.”

“네, 하실라 님. 알겠어요. 그 같은 생각에 나도 한편으로는 동의하면서도 내게는 또 다른 생각이 있어요. 우리의 지도자인 네스토리우스 님이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였으면서도 교리 대결에서 알렉산드리아 주교에게 패해 이단자의 누명을 쓰고 로마 제국에서 추방되었어요. 또 보세요. 지금도 끝나지 않은 십자군 전쟁을 보세요. 기독교와 이슬람 간에 1백년이 넘도록 전쟁을 하고 있어요. 이 사실들을 또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옳고 그름의 싸움이고, 또는 자기와의 싸움이기도 합니다.”

“저는 말씀을 들으면서 혼란이 옵니다. 평화로워야 할 종교가 투쟁이나 전쟁을 해야 하다니요….”

“하실람 님, 내가 하는 말은 평화가 좋으나 진리는 하나라는 뜻입니다. 나는 최고의 종교가 되기 위한 자부심을 말하는 겁니다. 다시 정리합니다. 앞서 말한 네스토리우스와 키릴루스가 교리 투쟁을 했던 것도 기독교의 교리학 발전의 과정이었고, 십자군 전쟁도 누가 옳으냐 또는 누가 더 힘이 세냐의 의미도 있지요. 둘 다 장려할 바는 아니지만 진리는 역사가 성숙해가는 과정에서 때로는 투쟁을 피하지 못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우리들 아시아 지역 기독교를 봅시다. 페르시아 기독교 시대까지이면 1천2백여 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들이고, 알로펜 총주교의 아시아 선교 출발점에서 계산해도 6백여 년이 지났어요. 알로펜의 기독교가 당나라 시절 2백 년 동안 당나라 땅에 뿌리를 내렸다고 볼 수 없어요. 위구르의 마니교나 아랍의 이슬람 또는 불교에 비해서도 영향력이나 교세에 있어서도 뒤떨어져 있었음을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투루판의 요한 주교가 묻는다. 그가 언제부터 군중 속에 있었던가. 그는 태자를 향해 미소 지으며 질문을 던진다.

“네, 주교님. 우리들이 우리의 종교에 대한 공부가 부족합니다. 그냥 타종교와 너 좋고 나 좋게 살자는 뜻으로가 아닌 우리는 책임 있는 종교로 인류의 최종적인 진리의 종교임을 자기 자신에게 다짐하며 최고의 종교다운 공부, 체험, 자기 관리, 헌신과 희생으로 잘 준비되어야 합니다.”

태자의 힘주어 하는 말에 모두가 박수치면서 환영했다.

“좋습니다. 여러분이 나의 말에 동의해 주셨으니 저도 여러분과 함께 한동안 여기서 공부를 같이 하겠습니다. 먼저 우리는 투루판, 쿠처, 카슈가르, 야르칸트, 허탄, 누란, 둔황 등의 문명의 출처와 문명을 이룬 아리안족의 활동을 살펴야 합니다. 그리고 민족들과 종교들의 흐름을 알아야만 우리 기독교가 이 땅 중앙아시아에 뿌리 내릴 수 있는 가능성도 함께 탐구해 볼 수 있겠지요.”

“아휴, 어렵군요.”

석준부의 말이다.

“그런 말도 너무 쉽게 하면 안 됩니다. 세상에 어렵지 않은 것이 어디 있나요. 내가 우리 카라 키타이 동방선교단 여러분에게 오늘 좀 어려운 말을 하겠소.”

태자 요한은 그의 아시아론, 중앙아시아가 왜 주인 없는 땅이며, 과연 기독교가 어떻게 하면 아시아의 중심을 지켜갈까를 말해보고 싶었다.

“지금 우리가 머물고 있는 투루판은 한나라와 당나라 시대까지 중국이 로마나 페르시아와의 문명교류를 주도했어요. 그러나 지난 당나라 고선지 장군이 탈라스 전투에서 이슬람과 투르크 연합군에 패하면서 주도권을 놓쳤어요. 중앙아시아 운명은 이보다 먼저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인도의 절반인 인더스 문명권까지 점령하면서 인도 페르시아 중국 세력이 요동치는 문명의 소용돌이가 있었는데, 알렉산드로스가 죽고 그의 세력들이 퇴각하면서 중앙아시아는 주인 없는 땅이 되었어요. 여러분 중에 박트리아에 가본 사람이 있겠죠. 물론 메르브 지역도 말입니다. 우리들 네스토리우스파 기독교가 현재 박트리아나 메르브, 그리고 이곳 타클라마칸 지역에 주요 선교부가 있어요. 그러나 우리는 정신적으로는 불교에게 억압받고 정치적으로는 이슬람교도들에게 짓눌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유럽(로마) 기독교와 비교하면 폭력을 거부하는 종교의 본분을 지켜가는 것과 비폭력과 함께 생활과 종교의 간격을 좁히는 정직한 자세를 지켜낸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로마 기독교는 사제와 일반 신도의 구분을 마치 계급처럼 나누고 있으나 이는 우리의 메시아이신 예수의 가르침에 합당치 않습니다. 여러분, 내가 명색이 황태자이면서도 여러분과 함께 보부상 대열에 합류해 신분의 차별을 극복하려고 애쓰는 것은 왕이나 황제가 싫어서가 아니라 예수님은 하나님 자리도 내던져버리고 사람이 되셔서 약하고 가난한 자들, 병들고 짓눌린 자들의 벗이 되고 형제가 되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성직자(사제)와 신도들의 간격을 없애는 선진적인 동방아시아의 기독교 전통을 지켜내야 합니다. 우리의 스승은 네스토리우스 말고도 알로펜이 계시죠. 아시아 기독교의 진정한 지도자는 알로펜 총주교이시죠. 나도 알로펜 사상을 을지 고 사부님께 배웠습니다. 여러분이 알로펜을 존경하고 네르토리우스파 신자임을 자부한다면 계급이 없는 기독교, 성직자와 일반 신도가 마치 귀족과 하층민처럼 구분되는 신분사회인 로마 기독교를 뛰어넘는 신앙에 동의한다면 내 말에 동의해 주세요. 바로 하나님이 사람 되셔서 차별이 없고, 인간사회가 신분차별이 없는 시대를 우리가 지켜 가면 중앙아시아의 신앙전통을 우리 기독교가 세워나갈 수 있습니다. 여러분, 내 의견에 동의하시죠.”

네, 좋습니다. 옳습니다. 투루판의 복음의 용사들 3백여 명이 환호하고 춤을 춘다. 투루판의 요한 주교가 태자 앞으로 나아와서 머리 숙여 존경의 예를 표한다.

“주교님, 저는 이들과 함께 순례길에 나서겠습니다. 뒷일을 부탁드립니다.”

조효근/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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