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탈자 없는 책이 있을까? 경험상 그런 책은 없다. 어느 정도 종잇밥을 먹어본 사람은 자신이 만든 책이나 다른 편집자가 만든 책에서 오탈자를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오탈자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그건 눈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머리카락이 보일라 꼭꼭 숨어 있는 것이다. 

때론 독자가 출판사로 전화해 오탈자를 지적해주면, 그때서야 보이는 경우도 있다. 최소 네 번이나 교정교열을 보았지만, 오탈자가 몸 웅크리고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최근 더난출판사가 오자를 낸 편집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한 일이 있었다. 책을 담당한 편집자에게 책 표지에 오자가 났다며, 2,130만 6,600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다. 문제의 책은 <긱 이코노미>다. 이 책의 원제가 ‘The gig Economy’인데, ‘Economy’를 ‘Ecomony’로 표기한 것이다. 명백한 오자다. 더구나 이 오자도 독자의 제보에 의해 알게 되었다. 

책이 출간된 후 출판사의 많은 사람이 이 책을 보았을 것인데, 그때도 오자를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서점에 출고한 책을 회수해 표지를 교체했다고 한다.

더난출판사는 편집자에게 선인세와 수수료 1,650만 2,200원, 용지비 16만 1,500원, 표지인쇄비 44만 원, 본문인쇄비 25만 2,900원, 광고비 396만 원 등 총 2,130만 6,600원을 청구했다. 

선인세와 수수료 1,650만 원은 “표지 오류로 사실상 책을 정상적으로 판매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으며 손해액의 범위에는 출판사가 책을 출판하기 위해 저작권자에게 지급한 선인세를 포함”한 것이며, 광고비 390만 원은 “책 판매를 촉진하고자 온라인서점과 경제지 등에 광고비를 지급했다”는 것이다.

사실 오자로 인한 직접적인 처리 비용은 인쇄비와 종이 비용인 100만 원 미만이다. 그런데 20배가 넘는 금액을 편집자에게 청구한 것이다. 이 책을 편집한 다른 편집자가 있었고, 해당 편집자는 이 책의 최종 편집자였다. 더구나 디자이너나 임원, 대표 등 이 책의 표지를 최소 한 번은 보았을 사람들이 있었겠지만, 오롯이 그 모든 책임을 편집자에게 전가한 행위는 누가 보더라도 출판사의 ‘갑질’이다. 더구나 책에 오자가 났다며, 출판사가 편집자에게 소송한 경우는 한국 출판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2014년 쌤앤파커스의 정규직 전환을 앞둔 수습 여사원 ‘성추행’ 사건, 2016년 자음과모음의 ‘쓰레기 독방 보복 발령’ 사건 등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출판계에서 일어났다. 

물론 언론에는 보도되지 않았지만, 이런 출판사의 ‘갑질’은 비일비재할 것이다. 그런 갑질을 할 시간과 에너지를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한 노력에 보태자.

박상문 / 인물과사상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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