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부터 1970년대까지, 故 전택부 선생이 정리한 연합운동사

▲ 전택부 선생

“왜 우리 선배들은 이다지도 역사 기록을 등한시했을까? 왜 한눈 팔고 예배당 지을 생각만 했을까?”

40년 전 기독교 연합운동의 역사를 정리한 고(故) 오리 전택부 선생(1915~2008)의 한숨 섞인 후기인데, 마치 오늘의 한국교회를 내다본 아쉬움인 듯 들리는 건 왜일까. 6.25 전란에 많은 자료들이 소실됐고 자료가 있으려니 기대했던 사람에게서도 쓸 만한 자료를 만나지 못하고 도서관 자료실에서도 허탕 치기가 일쑤니, 기록을 제대로 남겨놓지 않은 선배들에게 원망이 쏟아진 것이다.

홍성사가 기획한 ‘전택부 선집’ 다섯 번째로 구한말에서 일제강점기를 거쳐 해방과 6.25 전란에 이르는 시기에 전개된 기독교 연합운동의 양상을 정리한 책이다. 지금도 찾으려면 쉽지 않은 자료들인데 40년 전에는 그야말로 “생땅을 파헤치는 것” 같은 어려운 작업이었다고 전택부 선생은 후기에 남겼다.

그토록 힘겨운 작업을 통해 정리한 한국교회의 연합운동 역사는 귀한 자료요 여전히 교파 간, 교회들 간의 연합에는 관심 없고 ‘예배당 크게 짓기’에 여념이 없는 오늘의 현실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한국교회는 선교 초기부터 성서 번역, 찬송가 편찬 및 전도 등을 통해 교파를 초월해 연합하고 협동해왔지만 다양한 교파적 배경이 그대로 고수되어왔을 뿐 아니라 ‘교리나 신조 문제로 분열만을 일삼는 교회’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 <한국 에큐메니칼
운동사>
전택부 지음/홍성사

책에서는 특히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범국민적으로 고조되어 간 민족정신과 정항정신 속에서 기독교 연합운동이 토착적이고 반제국주의적 성격을 띠어 간 과정을 구체적으로 살피고 있다. 암흑기로 일컬어지는 이 시기에 기독교인들은 세계 교회와의 유대관계를 이어가면서 교회를 살리고 토착화하기 위해 힘썼으며, 보수-진보의 갈등이 불거지는 등의 어려움 속에서도 농촌선교와 각종 사업을 통해 활발한 사회 참여의 길을 모색하기도 했다.

6.25전란의 참변을 딛고 각 교파는 단일교회를 향한 염원 속에 재건 운동을 거치며 오늘에 이르렀다. 책은 이런 한국교회 연합운동의 민낯을 가감 없이 담아냈다.

저자 전택부 선생은 서울 YMCA에서 총무 등 여러 중책을 맡았으며, 오랫동안 에큐메니칼 운동의 기수 역할을 했다. ‘전택부 선집’은 2015년 전택부 선생 탄생 100주년을 맞아 기획된 것으로 전택부 선생이 생전에 펴낸 30여 권의 책을 16권으로 집약해 발간하는 계획으로 진행되고 있다. 목숨 바쳐 토박이 신앙의 맥 이어간 신앙인들의 이야기를 정리한 <토박이 신앙산맥> 1~3권, <한국 기독교청년회 운동사>에 이어 다섯 번째 책으로 나왔다.

본문에 수록된 다양한 통계자료는 일제강점기 한국교회의 변천 과정을 소상히 보여주며, 책 후반부에는 ‘부록’과 ‘별첨’에 많은 자료들을 수록, 한국교회의 연합협의체가 생기는 과정에서 있었던 각종 규칙과 헌법, 헌장, 그리고 1951년부터 1978년에 이르는 총회 회의록 등을 통해 당시 한국교회의 흐름을 엿볼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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