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광섭 목사
창현교회 원로

정말 부러웠다. 신학공부를 위해 1985년 풀러신학교에 갔을 때 일이다. 휴일이면 벤을 빌려 캘리포니아 주에 있는 크고 잘 알려진 교회를 순회했다. 무엇 때문에 많은 신자들이 그 교회에 소속해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지? 교회가 준비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무엇이고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가? 그들이 이국 땅에서 한국적인 신앙을 지켜내며 사는 것은 어떤 것인가? 하는 질문을 하며 순회했다. 
미국에서 교회성장학이 뜨게 된 것은 사회적 변화와 맞물려 있다. 미국은 1965년부터 주 5일제

가 시작됐는데, 자연스럽게 교회출석률이 떨어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교회와 신학교의 노력으로 교회성장이 신학적으로 뜨게 된 것이다. 풀러신학교가 가장 자랑하는 과목이기도 하다. 이런 신학적인 분위기 속에서 급성장한 교회가 있었다. 수정교회다. 로버트 슐러 목사는 드라이브인 처치를 시작했다. 자동차를 탄 채 주차장 같은 노천교회에 가서 주파수를 맞추고 설교를 듣는 예배를 실행했고, 성공했다. 그 성장 속도에 발맞춰 생긴 것이 수정교회다. 

수정교회는 은행에서 막대한 자금을 빌려 교회를 지었다. 교회 터의 넓이와 부속 건물의 배치며 본당의 크기에 놀라서 기가 눌릴 정도였다. 본당 내 분수가 있고 예배에 참석한 다른 나라 신자를 위한 동시통역 시스템이 되어 있고, 축도로 예배를 마치면 설교단 뒤 벽이 열리면서 하늘이 보이는 것은 그 자체로 놀라움이었다. 세계 최대의 교회라는 말이 실감났다. 

1980년대에 로버트 슐러 목사는 세계교회를 향하여 놀라운 소리를 외쳤다 “교회도 기업이다.” 경영을 강조한 것이다. 공부를 마치고 온 이후 30년 동안 로버트 목사가 담임한 수정교회는 놀라운 많은 변화가 있었다. 로버트 슐러 목사가 은퇴하고 아들이 이어 목회했다. 그런데 아버지만 못했나? 이번에는 딸이 이어서 목회하며 개척 당시 함께했던 목사와 협동 목회를 했지만 은행 이자를 감당할 수 없어서 강제 차압당했다. 은행에 건물을 빌려 쓰자고 제안했지만 거절당함으로 수정교회는 40여년 만인 2015년에 공중분해 되고 만 것이다.   

요즘 한국의 큰 교회도 벌써부터 세습목회가 말거리가 되고 있다. 서구나 이웃 나라들에서는 세습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국만이 유독 문제가 되는 것 같다. 거기에는 문화적인 이유가 있다. 개인의 능력을 위주로 생각하는 외국과는 달리 한국은 관계중심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 것과 우리 것을 지키려는 것이 강하다고 할까? 우리와 같지 않으면 틀린 것이고 거짓 된 것으로 생각하고 거부하기 일쑤다. 이런 사회 속에서 세습은 저희들끼리 다 해먹는구나 하며 좋지 않게 본다.

필자는 좀 두고 보자고 말하고 싶다. 필자 역시도 절대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공언해 온 부분이 은퇴 시기가 되니 약해지는 부분이 있던 게 사실이다. 강단 위의 나와 아래의 내가 다름을 스스로가 드러낸 것이다. 자신의 본 모습을 스스로 드러냈다. 얼마나 불쌍하고 안타까운 일인가. 그것이 그 사람의 됨됨이고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그의 영이다.

자신의 가벼운 말과 행동이 한국교회에게 끼치는 악영향을 생각해야 한다. 세습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하다가 교단법을 어기면서까지 버젓이 하는 행태, 기독교에 반감을 가진 자들에게는 어떻게 보일까? 그것이 진정한 기독교란 말인가? 선배와 동료와 후배들과 후학들에게는 뭐라 할까? 더 고심해야 한다. 

만약 세습해야만 하는 이유가 교회경영 문제라면 더욱 우려가 된다. 다른 사람이 후임이 되면 문제가 된다는 것인가? 아니면 문제를 만들 것이라는 것인가? 적어도 잘 유지하는가, 더 많아질 것인가 하는 것은 하늘을 향한 신앙의 걱정이 아니다. 

신앙 중진이라 생각하는 분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크고 많은 것이 옳은 것이 아니고, 능력이 곧 참됨으로 인정돼서도 안 되며, 작은 것이 못난 것이고, 무능함을 진실함이 없는 것처럼 취급해서 판단하는 안 된다. 어느 것이 옳은 것인가 하는 것이 신앙의 질문이 돼야 할 것이다. 교회는 네 것도 내 것도 돼선 안 되고 될 수도 없다. 명성교회의 세습 문제가 어떻게 해결될지? 따르는 많은 교인들과 그 큰 자산들의 책임을 어찌 할까? 하늘 앞에 그때 그 자리에서 했던 목회와 신앙의 자취들을 안고 어찌 설까? 이런 궁금증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신과 함께(죄와 벌)’라는 영화를 보는가 싶다. 하나님께서 어찌 하실지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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