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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가 존재하는 이곳, 모두가 행복하기를”행복한 지역공동체 위해 일하는 ‘덕풍동 마을쟁이’ 대표 김 주 선 목사
정찬양 기자  |  dsr12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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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5호] 승인 2018.01.17  17:3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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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더불어 숨 쉬는 
지역 공동체,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를 고민

목사란 하나님의 명령을 
따라가는 사람, 일감을 
보여주시는 건 그걸 하라는 뜻

 

   
▲ 김주선 목사

경기도 하남시 덕풍동, 이곳에 재미있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쓰레기더미로 덮여있던 벽면이 이름다운 시(詩)로 채워지고, 흡연 장소가 돼버린 어두컴컴한 지하 벽면은 예쁜 벽화로 탈바꿈해 지나는 이들의 포토존이 되는 등 아무도 돌보지 않던 곳곳이 환하게 바뀌었다. 또 버스정류장에는 갑작스런 비를 피할 수 있도록 특수제작(?)된 우산이 비치되고… 꿈틀꿈틀 작은 변화들이 동네 곳곳에, 지역민들의 마음에도 빛을 밝혀주고 있다.

누가 이런 일들을 하는 걸까?

“저희는 덕풍동에서 살아가고, 덕풍동을 사랑하며, 더 아름다운 덕풍동을 고민하는 ‘덕풍동 마을쟁이’입니다. 마을을 위한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합니다.”

덕풍동 마을쟁이 대표이자 덕풍교회(최헌영 목사) 부목사인 김주선 목사(42)는 어떻게 하면 교회와 더불어 숨 쉬는 지역 공동체가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 목사, 행복한 마을을 고민하다

“복음을 담지한 교회라면 위치한 곳에서 빛을 발하고 기쁜 소식이 되어야죠. 교회가 마을을 위해 일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요.”

덕풍동 마을쟁이는 이름 그대로 덕풍동 주민으로서 마을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2년 전부터 활동을 시작한 덕풍동 마을쟁이의 정예요원(?)은 30여 명,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마을을 행복의 터전으로 가꿔가자는 데 뜻을 모은 이들은 봉사의 손길이 필요할 때면 함께 모여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처음엔 ‘봉사점수’ 따려고 왔던 아이들도 “나뿐 아니라 다음 세대도 행복한 마을”을 만든다는 데 꽂혀서 이젠 단순한 봉사가 아니라 ‘내 일’로 여기며 팔을 걷어붙인다.

덕풍동 마을쟁이에서 하는 일들을 살펴보자면 “정말 별걸 다 한다” 싶을 만큼 다양한 일들이 그들의 손길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마을을 위한 일이라면 뭐든지 한다”는 것이 기준 아닌 기준이지만 굳이 따지자면 환경을 살리는 일들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대학에서 환경학과를 전공한 김 목사의 아이디어가 일의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동네의 어두운 곳곳에 벽화를 그려 환경을 환하게 바꾸고, 좁은 골목을 시가 있는 테마거리로 만들어 힘과 용기를 주는 말들로 채웠다.

잡화점에서 오랫동안 묵혀두어 상품가치를 잃은 비닐우산을 덤핑 가격으로 구매해 비닐에 현수막을 덧대니 장대비에도 끄떡없는 튼튼한 우산으로 탈바꿈했다. ‘소나기에 놀라셨죠? 함께 쓰는 우산’이라는 문구와 함께 버스정류장에 비치했다.

동네 푸드뱅크를 통해 어르신들을 섬기는 일도 하고 있다. 여름에는 베이킹파우더와 유통기간이 지난 치약 등 친환경 재료로 만든 습기 제거제와 욕실 청소용품, 방향제, 해충 퇴치제를 드렸더니 “마침 필요했다”면서 화학재료로 만든 제품보다 안전하다며 너무도 좋아하셨다.

덕풍동 마을쟁이의 환경 사랑과 섬김은 국경을 넘고 있다. 지역의 교회들이나 학원, 관공서의 폐현수막을 수거해 그것을 꼬아 쪼리 신발을 만들어 페트병을 접어 신발을 대신하는 아프리카의 선교지에 보냈고, 비닐 사용이 금지된 케냐에는 가방을 만들어 전달했다. 집집마다 쓰지 않는 크레파스를 수거해 20가지 색깔을 맞추고 현수막으로 만든 가방에 담아 초등학교 5년 동안 자신의 크레파스를 갖지 못하는 선교지의 아이들에게 보내주었다. 그렇게 버려진 것들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봄과 가을에는 한 차례씩 자살예방 캠페인 ‘생명을 향한 한 걸음’을 진행하는데 작년 가을에 450명이 모여 지역에서 뉴스거리가 됐다.

어떻게 이런 일들이 가능한 걸까? 지역에 불편 주지 말고 지역과 함께 행복한 교회여야 한다는 담임목사의 목회철학과 그동안 눈앞에 보이는 일거리들을 하나님이 맡기신 일로 여기며 감당해온 부목사의 무대뽀 정신(?), 그리고 그것에 함께하는 성도들, 마을 주민들의 마음과 정성이 한데 어우러진 결과다.

교회에서 재정을 일부 지원하고 작업을 위한 공간을 제공하지만 교회의 색깔을 띠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교회가 마을을 위해 일하는 건 당연하다는 것, 자칫 전도를 위해 마을을 이용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다.

“가끔 덕풍동 마을쟁이 하면서 전도 얼마나 됐느냐고 물으시는 경우가 있어요. 저희는 교회와 상관없이 마을을 위해 일해요. 교회가 위치한 곳이 살기 좋고 행복해진다면 교회도 기쁜 일이죠.”

겨울과 여름에는 실내에서 만들기 작업을 하고 야외 활동이 가능한 봄, 가을에는 밖에서 벽화 작업을 한다. 바깥 작업을 할 때면 봉사자들에게 자신을 ‘대표’로 부르도록 하는 등 교회 색깔을 띠지 않도록 아무리 조심해도 동네 주민들은 “교회가 좋은 일 한다”며 봉사자들을 위해 먹을 것을 한보따리씩 갖다 주기도 하고, 같이 일하고 싶다고 자원하기도 한다.

주변에서는 정식으로 비영리단체로 등록해 지원 사업을 진행해 볼 것을 제안하지만 김 목사는 그동안 단체 등록을 꺼렸다. 남의 돈 받아서 하는 일은 시키는 것을 해야 하는데, 덕풍동 마을쟁이는 마을이 원하는 일, 마을에 필요한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지난해 가장 낮은 단계로 단체등록을 마쳤고, 경기도자원봉사센터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 덕풍동 마을쟁이가 펼쳐가는 활동들.

# 교회가 일하다, 마을이 웃다

이런 일들을 왜 하느냐는 질문에 김 목사는 오히려 의아한 표정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어요. 이곳에 필요한 일이고 누군가는 해야 하니까요. 교회와 목사가 아니면 돈 안 되는 이런 일들을 누가 하겠어요. 일감을 보여주시는 건 그걸 하라는 뜻이지요.”

덕풍교회에 부임하기 전에도 김 목사는 “목사란 하나님의 명령을 따라가는 사람”이라는 믿음으로 걸어왔다. 수원의 교회에서 사역하던 때 6년간 갈 곳 없는 아이들을 같이 데리고 산 것도 전혀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 단지 당장 거처가 필요한 아이가 내 앞에 있었을 뿐….

처음 함께 산 아이는 중2 여자아이였다. 엄마가 가출하고 아빠가 폭력을 휘두르는 상황, 아빠에게 맞다가 도망친 아이는 울면서 김 목사에게 전화했다. 놀라서 자신이 있는 곳이 어딘지도 모르는 아이를 찾아내 집으로 데려와 3년을 같이 살았다. 이상한 동거가 시작된 후로 그렇게 갈 곳 없는 아이들 7,8명이 연결되어 함께 지냈다. 김 목사와 남편 두 식구만 단출하던 집이 북적댔다. 당장 눈에 보이는 일을 외면하지 못하는 김 목사의 곁에서 “당신이 하는 게 아니라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라는 믿음으로 묵묵히 함께해주는 남편이 있기에 가능한 일들이라고 김 목사는 말한다.

이제는 성인이 되어 자기 길을 걷는 아이들과 계속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연락이 없어도 “사고 없이 잘 지내고 있구나” 싶은 생각에 서운하지 않다. 다만 어디에 있든지 아픈 기억 털어내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를 기도할 뿐이라고.

이 땅에서 살아가는 모두가 좀 더 생명을 귀히 여기고 서로의 행복을 위해 손을 잡아줄 수 있기를, “예수님이 오셔도 괜찮은 이곳”이기를 고대하며 김주선 목사는 오늘도 쉼 없이 하나님이 주시는 일감을 찾아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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