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 15:1~21/시 118:5~7, 10:24/롬 8:12~27/막 5:21~43

▲ 이홍정 목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1492년 신대륙의 원주민들에게 콜럼버스가 ‘발견’된 이후 전개된 서구 기독교 문명권의 선교는 서구 기독교 왕국의 식민주의 확장과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노예로 붙잡힌 아프리카 흑인들은, 서부 아프리카의 해안에서 집단으로 강제세례를 받고 노예상선에 올랐습니다. 서구 기독교 선교는 서구 기독교 문명권이 식민주의와 인종차별주의와 배타적 기독교우월주의를 토대로 발전시킨 비인간적 체계를 신학적으로 합리화하고 교회의 실천으로 강화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역사는 달랐습니다. 서구기독교왕국의 선교사들이 억압과 착취를 합리화하며, 노예화를 정당화하기 위해 오용한 성경, 바로 그 속에 담긴 구원과 해방의 이야기들이 피정복 원주민들과 아프리카 흑인 노예들의 의식을 깨우기 시작했습니다. 고난의 현장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백인 식민주의자들과 선교사들의 신앙 양심에 도전하며, 그들의 비인간적인 억압과 착취의 굴레를 깨뜨리기 시작했습니다. 노예가 된 이들은 자신들의 삶의 자리에서 성경에 나타난 구원과 해방의 이야기들을 듣고 읽으며 성령의 감화를 받았습니다.

그들은 하느님께서, 고통당하는 자신들의 편에 서서 자유와 해방의 길로 이끄실 것이라는 희망을 믿었습니다. 식민지 그리스도인들은 자신들의 노예 살이의 억압과 착취를 종식하기 위해 하느님의 권능의 오른손이 개입하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자유와 해방을 주신 하느님의 구원 행동에 대한 식민지 그리스도인들의 일치된 집단적 체험은, 식민지 제국의 억압과 착취에 대한 승리의 노래인 오늘의 성경본문, 모세와 미리암의 바다의 노래를 자신들의 노래로 공감하게 했습니다.

출애굽의 여호와, 그 주님이 바로 나의 힘이요 노래시며, 나의 구원이신 것을 믿었습니다. 그들은 모든 희망을 매장시킨 채 절망의 벼랑 끝에 서서, 지금 여기, 고통당하는 삶의 한복판에서, 그들과 함께 고통당하며 절망하며 우시는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비록 죽임의 세력들은 예수님의 십자가의 죽음을 역사의 끝이라고 선언했지만, 식민지 그리스도인들은 하느님께서 부활의 사건을 통해, 예수님의 십자가의 죽음이야말로 하느님의 구원과 해방의 역사의 정점이며, 새로운 생명 역사의 시작임을 선포하셨다고 믿었습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권능의 오른손에 붙들려 산다는 것은, 진실은 결코 실종되지 않는다는 진리에 대한 믿음을 우리의 희망의 근거로 삼고, 고통을 견디고 이기며 살아서, 마침내 정의와 평화를 세워나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죽임의 세력이 행하는 그 어떤 불의와 거짓과 억압에도 불구하고, 정의와 진리와 해방의 부활은 죽은 자의 몫으로 반드시 돌아온다는 것을 믿는 것입니다. 예수의 길과 진리와 생명이 십자가의 죽음을 관통하며 부활하셨듯이, 어둠 깊은 곳에 매장된 것 같이 보이는 정의는 진리와 함께 반드시 빛으로 살아 돌아온다는 희망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아래에서, 하느님의 권능의 오른손이 죽임의 세력을 물리치시며, 생명과 정의와 평화의 길을 손수 열어가고 계시는 것을 날마다 순간마다 체험하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의 출애굽을 이끄시며 모세와 미리암의 구원과 해방의 노래로 찾아오시는 부활하신 예수님은, 진리가 처형당하고 진실이 가리어진 공포 속에서 두려움에 떠는 제자들에게, “무서워하지 말라. 가서 내 형제들에게 갈릴리로 가라 하라. 거기서 나를 보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모세와 미리암이 이끄는 구원과 해방의 노래와 식민지 그리스도인들의 경험은 다시 한번 우리를 일깨워줍니다.  

한반도 백성들의 절망과 가난이, 소외와 고통이, 억눌림과 버려짐이, 지금 하늘을 향해 내려오라 내려오라 부르짖고, 진리를 향해 솟아나라 솟아나라 외치는 이 땅 한반도야말로, 예수님의 생명살림의 역사가 뜻을 펼치고 끝내 죽임의 권세를 굴복시킨 땅, 하느님의 권능의 오른손이 높이 들려 영광을 드러낸 땅, 오늘의 갈릴리라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우리 이제 절망의 심연에서 하느님의 권능의 오른손을 붙들고 우리들의 유일한 정의인 진리에 대한 믿음으로 희망을 노래합시다.  

예수님이 꿈꾸었던 세상을 만들기 위해, 갈릴리에서 시작하여 땅 끝까지 이르는 순교적 증언의 길 위에, 모든 것을 버려두고 나섰던 제자들처럼, 오늘 우리 모두 하느님의 권능의 오른손을 붙들고 만물의 생명이 풍성함을 누리는 새 세상을 만들기 위해 새롭게 일어나 길을 떠납시다.  
이제 우리 모두 십자가 아래에서 값비싼 일치와 친교를 고백하며 하나 되어, 오늘 억압과 착취의 땅, 우리의 갈릴리로 나아갑시다.

* 이 설교는 1월 18일 ‘2018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회’에서 전한 이홍정 목사의 설교를 요약한 것이다.

<복음인in 들소리>는 하나님의 교회다움을 위해 진력하는 여러분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동반자로서 여러분과 동역하며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함께 하겠습니다. 샬롬!

후원계좌 : 국민은행 010-9656-3375 (예금주 복음인)

저작권자 © 복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