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승진 사무국장
(사)한국기독교출판협회

정독은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적어놓은 내용을 파악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저자의 숨은 의도를 파악하고, 다시 질문하여 답을 찾음으로써 자연스럽게 저자와는 다른 자신의 책을 완성하는 것이 바로 정독이다. 즉, 정독은 한 권의 책을 읽으면서 그와 다른 나만의 책을 탄생시키는 과정이다.

기독교 출판계에 몸담고 10여 년 넘게 일하면서 종종 받는 질문이 있다. 

“정독이 좋아요? 다독이 좋아요?”

대개 이런 질문의 의도가 무엇인지 되묻지 않아도 알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내 대답은 항상 일정하다. “오른 손과 왼 손 중 뭐가 더 중요한지 혹시 아세요?”

어릴 적에 ‘책을 한 2,000권 쯤 읽어봐야지’하고 목표를 정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 내게 큰 영향을 준 한 선배가 보여준 그의 서고는 내게 큰 충격을 주었었다. 국어국문학을 전공하여 박사과정에 있던 그 선배는 평소에도 자기 전공분야는 물론이고, 철학, 사회학, 신학 등에 대해 모르는 게 없었고, 세련된 말과 글로 후배들은 물론이고 교수님들께도 칭찬을 듣곤 했다. ‘어떻게든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라는 열망이 일었고, 난 참지 못하고 물어봤다. “형, 형은 도대체 그 많은 지식을 어디서 배웠어요? 나도 형처럼 되고 싶은데….”

말없이 미소 짓던 선배는 나를 자기 방으로 데려가서 자신이 수집하고 읽은 2,000여 권의 장서를 보여주었다. 그리고는 내게 독서에 대해, 그 유익함과 힘에 대해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그 설명을 듣고, 내가 했던 질문이 “형, 그럼 정독이 좋아요? 아니면 다독이 좋아요?”였다. 

오늘의 시대는 여기저기서 정보가 생산된다. 정보화시대라는 말이 옛말처럼 느껴질 만큼 빠르게 변화하고 증가하는 정보들이 우리에게 혼란을 안겨주는 시대다. 그런 이유로 오늘날 지식인에게 요청되는 가장 중요한 덕목은 ‘정보를 정확하게 수집하고, 읽고, 분석하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즉 ‘정독’이다. 정독은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적어놓은 내용을 파악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저자의 숨은 의도를 파악하고, 다시 질문하여 답을 찾음으로써 자연스럽게 저자와는 다른 자신의 책을 완성하는 것이 바로 정독이다. 즉, 정독은 한 권의 책을 읽으면서 그와 다른 나만의 책을 탄생시키는 과정이다. 때문에 신문을 훑어보듯 대충 읽어서는 결코 책을 탄생시키는 데 이를 수 없다. 정독에는 상당한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하고 또한 온 정신을 집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가능하게 하는 방법이 바로 ‘반복하여 읽기’이다. 

드라마도 재미있으면 재방송을 찾아 본다. 여행지도 이런 저런 의미를 붙여가며 다시 찾는다. 유명한 음악인, 체육인, 기술인 등, 이른바 성공한 사람들이 하나같이 강조하는 것도 ‘반복하는 연습’이다. 그런데 정작 책을 반복하여 읽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심지어 성경책을 반복해서 읽는 것을 부질없는 것으로 주장하는 사람들도 여럿 보았다. 말씀을 읽는 것보다 실천하는게 중요하다던가? 얼핏 들으면 맞는 소리 같으나, 완전히 틀린 말이다. 

과거 내 질문에 그 선배가 해준 대답이 떠올랐다. 

“승진아, 10,000권을 읽는 것도 아주 좋은데, 그보다 1,000권을 10번 읽는 정독에 도전해봐. 정독이나 다독 모두 중요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반복해서 읽는 거야.” 

난 그 선배의 이야기를 참 오랫동안 잊고 살았다. 그래서 올해엔 10권을 정해서 5번씩 읽어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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