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에서 돌이켜 살 만한 나라 되도록, 라이프호프 기독교자살예방센터 조성돈 대표

‘지난 1년 간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는가’ 물음에
약 30%의 청소년 ‘그렇다’, 죽음의 문화가 아이들까지 잠식 
생명 담지한 교회가 죽음의 문화를 생명의 문화로 바꾸는 데 적극 나서야

 

▲ 조성돈 교수

“죽고 싶은 크리스천인데요.”

죽음의 문화를 생명 문화로 바꿔가는 일들을 진행해온 라이프호프 기독교자살예방센터(이하 라이프호프, http://lifehope.or.kr) 페이스북에는 가끔 자살하고 싶다는 사람들의 글이 올라온다. 그럼 라이프호프 스텝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비록 상담센터는 아니지만 자살을 생각하는 이들이 살고 싶다는 절박함으로 내민 마지막 손길을 잡기 위해 이쪽에서도 힘껏 손을 뻗는다. 그렇게 연결된 사람들은 다시 삶의 의미를 찾고 죽음이 아닌 기쁨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물질 중심과 경쟁 위주의 분위기 속에서 생명의 소중함마저 잃어가는 죽음의 문화가 만연한 이 땅이 살 만한 곳이 되도록 이들은 오늘도 뛰고 달린다.

라이프호프 조성돈 대표에게 죽음의 문화를 생명으로 바꿀 수 있는 길을 물었다.

▲ 지난해 라이프워킹 파주대회 참가자들.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우며 생명문화를 확산하는 걸음에 함께하고 있다.

# 죽음이 아니라 생명을 생각하고 바로 볼 수 있도록…

“자살예방은 인식의 전환에서 먼저 시작됩니다. 우리나라에 자살이 많은 것은 죽음의 문화가 이 사회를 지배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자살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은 이 사회에서 생명문화가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죽음이 아니라 생명을 생각하고 바로 볼 수 있도록 생각을 바꾸고, 문화를 바꾸어야 합니다.”

라이프호프가 몇 년 전 한 언론사의 요청으로 실시한 청소년 의식조사 결과는 조 대표를 깜짝 놀라게 했다. ‘지난 1년 간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는가’ 물음에 약 30%의 학생들이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응답했고, 아이들은 1년 동안 평균 4번 자살을 생각했다고 답변했다. 죽음의 문화가 어른들을 넘어 아이들까지 잠식해가고 있는 것이다.

2016년 우리나라에서 자살로 죽은 사람은 한 해 동안 13,092명으로 하루 평균 약 36명이 자살로 죽었다. 우리나라는 OECD 가입국 중 자살률 1위 기록을 13년째 이어오고 있고 청소년 자살률은 칠레에 이어 2위, 그러나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미미했다는 것이 조 대표의 평가다.

조 대표는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높은 이유는 죽음의 문화가 만연해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자살이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폐질환에 이어 사망원인 5위예요. 병이나 사고가 아니라 스스로 죽는 숫자가 이렇게 많다는 건 정상적인 사회가 아닌 것이지요. 죽고 싶은 사람은 없습니다. 상황이 죽음으로 몰아가는 것이지요. 그런 모습을 보시는 하나님의 마음은 얼마나 아프실까요.”

라이프호프는 생명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서 중고등학교에 들어가 학생들에게 생명보듬이교육 ‘무지개’를 실시하고 있다. 죽음을 강요하는 이 사회에서 기독교 사상과 가치관을 바탕으로 생명의 바른 가치관을 심어주는 것으로 청소년들이 그런 의식 속에서 죽음이 아닌 생명의 걸음을 결단하도록 하고 주변에 어려운 친구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가르쳐준다.

“무지개 교육이 실시된 학교들은 학교의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경쟁과 폭력으로 서로가 경계되던 학교 분위기가 변해서 서로를 의지할 수 있는 동료로서 인식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라이프호프는 또 마음이음전화상담(1855-0124) 및 대면상담, 자살자 유가족 마음이음 예배 및 상담(모임)을 통해 자살의 아픔 가운데 있는 싱처 입은 개인과 공동체를 돌보며 나눔 속에서 영적 회복과 치유를 얻을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외에도 대표적인 사업의 하나가 ‘생명보듬 페스티벌 Life Walking’(이하 Life Walking)이다. 올해로 5회째 진행하는 Life Walking은 함께 걸으며 이 땅의 생명경시 풍조에 경종을 울리고 생명의 귀중함과 존엄성을 일깨우는 자살예방 캠페인으로 서울 본부의 행사와 함께 서울 성북, 경기 하남, 파주 등에서 진행해 지역사회에서 생명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데 주력했다.

올해는 3월 하남에서 시작해 세계자살예방의날(9월 10일)이 있는 9월까지 전국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조 대표는 “Life Walking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생명네트워크가 생성되고, 교회가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귀한 일이 벌어질 수 있음을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면서 “올해는 서울 한강, 경기 안양, 파주, 하남, 충남 천안 등이 참여하기로 확정을 했고 상주, 순천, 청주, 부산 등에서도 노력 중에 있다”고 밝히고 전국적인 생명문화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 ‘자살=지옥’에 반론 제기, 욕 먹고 위협 당하고

조 대표는 잘 알려진대로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이며 목회사회학연구소 소장이다. 그런 그가 왜 자살 문제에 발 벗고 나섰을까?

“저는 특이한 경우예요. 가족이나 일가친척 중에 자살자가 없고 저 역시 한 번도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스스로 죽음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절박함, 그런 죽음을 바라보는 하나님의 아픈 마음에 끌려온 것입니다.”

처음엔 단체를 만들어 일할 사람들에게 맡기려 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대표를 맡게 됐고 뜻을 함께하는 이들이 스텝으로 수고하고 있다. 대표를 비롯해 사무총장 등 ‘고위직’은 내 돈 넣으며 일하고 있다며 웃는다. 그래도 꼭 필요한 일이기에 힘을 쏟고 있다.

목회적 관심에서 우리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생각하다 보게 된 것이 자살 문제였다. 자살하는 사람이 많은데 교회라고 예외일까? 결코 아니다. 그런데도 교회는 ‘자살=지옥’이라는 도식에 갇혀 생명의 문화를 견인해야 할 역할을 잃어버렸다는 게 조 대표가 심각하게 바라본 현실이었다.

“자살자가 발생하면 그 가족은 누구보다도 위로가 필요한데 슬퍼할 겨를도 없이 교회와 장례 문제로 싸우는 것을 봅니다. 목회자들 중에는 자살자들을 위해 장례를 치려주어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졌지만 교회에서 문제가 생길까봐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2008년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정재영 교수와 함께 자살 문제를 다룬 책 <그들의 자살, 그리고 우리>(예영커뮤니케이션)를 v냈을 때만 해도 반발이 거셌다. 책 내용은 자살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질병’이라는 것과 ‘자살=지옥’이라는 교회에 만연한 인식에 반기를 든 것이었다.

“자살은 자기 스스로를 죽인 살인죄를 저지른 것이기 때문에 지옥에 간다, 그러니 교회는 자살자의 장례를 치러줄 수 없다는 거예요. 구원을 행위와 결부시키니까 그런 해석이 나오는 것이지요. 이것은 과거의 가톨릭적인 사고가 작용한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종교개혁 당시 루터도 자살자를 위한 장례에서 ‘강도를 만난 것과 같다’고 했고, 가톨릭에서도 2002년에 자살이 정신적인 문제일 수 있다는 방향으로 풀었어요. 그런데 신교 쪽에서만 유독 인식의 변화가 더딘 현실입니다.”

책을 낸 후 자살문제와 관련된 강연에 갔다가 곱게 빠져나온 적이 없었다. 심지어 전화나 문자로 욕설과 위협은 물론이고 ‘차라리 너도 죽어버리라’는 말까지 들었다. 그래도 예장통합에서는 2014년 99회기 총회에서 ‘자살에 대한 목회 지침서’를 채택, 자살자의 장례 예식서를 만들었을 만큼 변화가 있었다.

조 대표는 자살 문제는 생명을 담지한 교회가 적극 나서야 할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베데스다 못 가에서 38년 된 병자를 치유하신 예수님, 1등만 살아남는 전형적인 경쟁구도를 깨뜨리신 것을 교회는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죽고 싶은 사회가 아닌 살만한 사회로 전환하는 길, 조 교수는 중앙자살예방센터에서 진행하는 “괜찮니?” 캠페인을 제시했다. 이것은 서로에게 안부를 묻는 것으로, 조성돈 대표는 1등이 아니어도, 부자가 아니어도 괜찮다는 분위기, 물질보다 생명이 먼저라는 인식의 변화, 내 곁의 한 사람이 소중한 것을 볼 수 있는 생명문화를 그리스도인들 저마다 삶의 자리에서 살아내고 교회는 그런 삶을 살아가도록 용기를 주는 공동체이기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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