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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의 도발자들 >1<알로펜의 아시아(AD 610~1625) 천년여행 [ 230 ] / 사제 왕 요한 37
조효근/작가  |  dsr12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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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9호] 승인 2018.03.07  14:4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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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교는 내 말을 들으시오. 
우리는 예수님을 만왕의 왕 
만주의 주로 믿고 따르는 그분의 
군사들입니다. 
그분이 세상에 오신 지 1천년이 
더 지났어요. 이제는 
세계 통치의 틀을 마련해야 합니다.” 

   
▲ 중국 시안에서 길거리 장사하는 상인들.

을지 고 총사령관이 태자 앞에서 군례를 올린다. 태자는 을지 고에게서 든든한 아버지의 정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 감정이 어찌나 강렬했던지 하마터면 그에게 뛰어들 뻔했다. 그는 감정을 추스르느라고 잠시 할 말을 잊고 멍하니 을지 고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마마!…”

을지 고가 태자를 불렀다. 그때서야 태자는 어찌된 일이시냐, 어찌 된 일로 갑작스러운 행차시냐, 그간 강녕하셨느냐고 말을 하고 있었다. 몇 가지를 동시에 물었으니 답변은 기다리지 않고 한걸음 다가서서 을지 고의 솥뚜껑 같은 손을 두 손으로 덥삭 잡았다. 둘은 자리 잡을 생각도 하지 않고 서로의 얼굴 표정을 살피기만 한다.

“마마, 좌정하시죠. 사령관께서도 앉으시고요. 태자 마마께서 자리를 잡으셔야 총사령관님이 예를 갖추실 것입니다. 마마!”

투루판의 주교는 두 사람이 군신 간인데도 마치 을지 고와 태자의 모습에서는 그 간격이 보이지 않자 마음속 한구석에 불안감이 느껴졌다.

태자가 자리를 잡는다. 을지 고는 태자 앞에서 무릎을 꿇고 뒤늦게 신하의 예를 갖춘다. 태자는 어인 일로 예고도 없이 오신 거냐고 을지 고에게 묻는다.

“네, 저는 정례 순시 차 방문했습니다. 마마가 이곳에 계시는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네. 제가 태자 마마를 모셨습니다. 몽골 초원의 낌새가 좋지 않아서 불안했습니다.”

“주교님, 뭐가 불안합니까? 우리 카라 키타이 제국은 을지 고 총사령관이 군을 총괄 지휘하고 계십니다. 주교님 못지않게 초원의 부족들 동향도 충분히 파악하고 계십니다. 그렇죠. 사부님!”

“아닙니다. 총사령관님은 사령관으로써 알고 계시는 것이고 태자마마는 우리 제국의 군주이십니다. 지금 우리의 본 제국을 금나라 족에게 빼앗긴 현실을 한시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태자가 요한 주교의 말에 정색을 했다. 약간의 노여움까지 느껴지는 표정으로 말했다.

“요한 주교! 저는 군주가 아니고 태자일 뿐입니다. 황제 폐하가 그 말씀을 들으셨다면 반역으로 다스리실 수 있음을 명심하세요.”

“아닙니다. 순리대로이면 이미 보좌에 오르셔야 했지요. 그리고 우리 제국의 규모가 황제 혼자서 다스리기가 쉽지 않아요. 태자 마마는 부황제의 역할을 하셔야 합니다. 저는 우리 제국 키타이가 장차는 금나라도 제압해야 하고 당장 유럽으로 가는 길도 서둘러야 하고요. 더 급한 사정은 몽골 초원의 저 작은 용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야 합니다.”

요한 주교는 태자의 반역 운운 하는 말에도 물러서지 않았다.

“태자 마마, 소장은 투루판 주교님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태자께서 한족의 땅으로 전도여행을 떠나셨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왔어요. 투루판에 오면 마마의 소식을 들을 수 있다고 여겼지요. 그런데 걱정 많은 이 늙은이를 하나님이 도우셨군요.”

“총사령관님께서 주교님의 노파심을 다스려 주셔야 제가 기를 펼 텐데요.”

“아닙니다. 주교님께서는 소장의 걱정을 아시고 대신해 주시는 걸요.”

“좋습니다. 두 어르신의 말씀을 제가 정중히 받아 간직하겠습니다. 그런데 주교님, 목이 마르군요.”

태자의 말이 떨어지는 그 시간에 저녁 식사 준비되었다는 전갈이 왔다.

저녁 식사 후, 을지 고 총사령관은 황제의 명을 전했다. 투루판 요한 주교가 타클라마칸(신장 위구르) 지역 군 지휘관이 되었다고 말했다.

“총사령관님, 무슨 말씀이신지요? 이 늙은이는 교회 일 감당키도 쉽지 않은걸요?”

“황제의 명령입니다. 여기 임명장을 가져왔어요. 내일 아침 사령관 취임식을 가질 것입니다.”

“잘하셨습니다. 요한 주교님은 충분히 북방 초원을 경계하고 옛 당나라 관할이었던 탕구트 지역이나 돌궐인들의 동향까지 경계해야 합니다. 우리 동방 기독교는 교회 일과 국경 관리도 함께 해야 합니다. 로마 가톨릭 교회는 정치와 종교, 지상권과 교회권의 힘의 균형을 잡는다면서 정치와 종교 관계에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다가 아라비아 이슬람 종교를 키워내고 말았지요.”

“태자 마마, 그 무슨 말씀이세요?”

“이 세상 모든 나라가 장차는 하나님께서 직접 통치하는 곳이 되어야 합니다. 사단에게 내어준 이 지상나라들도 곧 가까운 어느 날 하늘나라로 편입시켜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럼 교회가 지상 통치권도 가져온다는 말씀인가요?”

요한 주교는 깜짝 놀란 얼굴로 태자에게 던진 자기 질문의 답변을 기다렸다.

“그렇습니다. 논리가 그렇지 않습니까. 하나님은 영과 육의 세계, 천상과 지상세계의 통치자이시며 예수님이 하나님이신 분이니까 주님은 마땅히 지상의 통치자가 되시죠. 그렇다면 지구상의 교회들은 지상통치의 사령탑이 됩니다. 물론 우리처럼 지상의 조건이 아직 통치력이 미비했을 경우는 지혜롭게 세속의 통치자들과 힘의 조화를 이루는 기간이 있을 뿐 교회가 지상통치까지도 위해서 반드시 준비해야 합니다.”

“그건 조심스러운 일입니다. 자칫 지상의 통치자들이 교회가 저들의 왕관까지 빼앗아가려 한다고 판단할 때 가만히 있을까요?”

“그래서 실력을 갖출 때까지는 지혜로운 처신을 해야 하는 겁니다. 저는 유럽 십자군이 우리 동방의 네스토리안 왕국에서 사제 왕을 찾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교회가 지상통치권을 가지고 있음을 즉각 확인했지요. 성경의 원리나 유럽 교회가 말하는 사제 왕은 영적인 지도와 지상통치권을 교회가 가지도록 되었음을 거듭 확인했다는 말이 더 정확하겠네요.”

을지 고가 무릎을 치면서 말했다.

“태자 마마의 말씀이 백번 옳습니다. 저도 그동안에 비슷한 생각을 했어요. 사제는 교회의 지도자가 분명하고 사제이면서 왕이니 이는 교회권과 지상권을 함께 행사하는 수준이 교회의 권세입니다. 태자 마마의 말씀을 듣고 보니 그 말씀이 옳습니다.”

“그러면 이슬람법과 같군요.”

투루판 주교의 말이다. 그는 걱정스러운 모습을 하면서 태자를 향해 무슨 말인가를 더 하려다가 입을 다문다.

“주교는 내 말을 들으시오. 우리는 예수님을 만왕의 왕 만주의 주로 믿고 따르는 그분의 군사들입니다. 그분이 세상에 오신 지 1천년이 더 지났어요. 이제는 세계 통치의 틀을 마련해야 합니다. 서양 기독교는 세계를 책임질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기독교를 돕자고 태어난 이슬람 종교와 싸움질이나 하고 있습니다. 교회는 드디어 세계를 경영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아시아가 일어나야 할 때입니다. 우리는 북방 초원을 그래서 주목하고 있습니다. 분명히 케레이트나 나이만, 몽골족들 중에 연합이나 통일세력이 나타납니다. 그들 중에서 으뜸가는 인물이 확정되거나 그들이 연합하여 우리 카라 키타이와 힘을 모아서 십자군 양 진영을 평정하고 세계 제국도 모색해야 합니다. 바로 이것이 태자인 나의 꿈이고 포부입니다.”

“소장 을지 고, 오늘따라 태자 마마가 높이 보이고 또는 두렵게 보이는 때가 없었나이다. 지금 제 심장이 오들오들 떨리고 있나이다.”

“허어, 천하 대장군께서 무슨 엄살을 하십니까. 그리고 제가 한 말은 저의 지식이 아니고 예수님께 배웠어요. 우리 예수님은 온 세상을 다스리시는 만왕의 왕이시고 우리들은 예수님을 받들어서 함께 다스리는 것입니다.”

태자가 차근차근 논리를 펴가자 투루판 주교가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그는 태자가 북방 초원의 앞날을 예견하고 있음에서 자기와는 다른 높이 모셔야 할 인물임을 발견했다.

“마마, 이 옹졸한 주교의 언행을 용서하소서. 마마께서 케레이트의 옹칸이나 나이만 족의 욕망을 손 안에 넣고 손금을 보듯이 하시니 제 마음 안심이 되고 제가 이 늘그막에 태자 마마를 모시고 따를 수 있는 복을 받았음이 자랑스럽습니다.”

“그러신가요. 그럼 북방지역 강자가 누가 될지 계획하신 대책이 있으면 말씀해 보시죠.”

“네, 저는 테무진을 주목합니다. 그 사람 진영으로 신앙심이 좋고 성경지식도 분명한 젊은이 한 사람 천거해 주시겠습니까?”

“예, 있습니다. 아주 적절한 인물입니다. 파울로입니다. 이 사람은 로마에서 신학과 역사학을 공부한 인물이고, 사제 왕을 찾겠다면서 내게 와 있는 다마스커스 출신 젊은이입니다.”

“그렇습니까? 한 번 만나보고 싶군요.”

“어렵지 않습니다. 지금 옆방에 있을 것입니다. 파울로! 파울로를 부르라.”

태자는 수행 중인 파울로를 부르라고 명했다. 파울로가 태자와 을지 고 장군 앞으로 왔다. 태자는 주교에게 파울로의 신분을 다시 한 번 말해 주었다.

“파울로 이 사람을 믿으셔도 됩니다. 자기 책임을 충분히 감당할 능력이 있고 주 예수의 제국이 이 세상에 하루 빨리 나타나기를 원하는 젊은이가 틀림없습니다.”

“좋습니다. 태자 마마의 뜻을 따르옵니다.”

“고맙소, 주교님. 그리고, 파울로는 들으라. 자네는 준비되는 대로 몽골로 가라. 가서 테무진의 사람이 되거라. 그리고 테무진의 가슴에 세계사를 심으라. 유럽과 아시아를 묶어서 이 세계를 예수 그리스도의 제국을 만들도록 그의 가슴에 예수를 심으라.”

파울로는 종잡을 수 없었다. 테무진에게로 보내는 뜻이 무엇인가? 내가 못마땅했을까? 아닐 거야.
“마마, 소인을 버리시는 겁니까?”

“아닐세. 그대가 나를 따르듯이 테무진을 따르고 또 그를 도우면 세계 제국은 앞당겨지고 더욱 견고한 제국이 될 수 있을 거야.”

태자의 마음을 읽었다. 을지 고 총사령관은 물론 투루판 지역 왕이 될 요한 주교도 태자의 바다 같이 드넓은 포부를 읽었다.

“태자 마마, 이 늙은이가 오래 산 보람을 오늘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마마….”

을지 고가 태자를 우러르며 두 손을 모아 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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