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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에 새롭게 시작한 인생설계 “나이 듦의 즐거움에 빠지다”공부와 봉사로 노년의 삶에 빛을 밝히는 유화영 권사
정찬양 기자  |  dsr12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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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9호] 승인 2018.03.07  15:3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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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이혼의 위기, 공부로 
인간 이해 깊어지니 나도 남편도 
하나님 앞에 연약한 인간인 것 깨달아 

“건강한 노인이 도움 필요한 
노인을 돕는다”는 마음으로 노인 상담 등 
봉사… 새로운 만남 늘 설레

 

   
▲ 유화영 권사

대부분 은퇴를 준비하는 나이에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환갑을 코앞에 두고 도전한 공부는 황혼이혼의 위기로 치닫던 삶을 돌아보게 했고, 새롭게 발견한 섬김의 달란트로 노년의 삶에 빛을 밝히고 있다. “건강한 노인이 도움 필요한 노인을 돕는 행복한 노년”을 꿈꾸며 봉사의 삶을 걷고 있는 유화영 권사(61, 광은교회)의 이야기다.

 

# 봉사, 내가 더 행복하다
 

“인생살이 힘들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래도 노년의 삶을 함께 기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힘을 내야지요.”

유 권사는 요즘 봉사의 즐거움에 푹 빠졌다. 늦깎이 공부로 상담사 자격을 얻어 노인 상담에 나섰다. 그가 사는 경기도 광명시에서 상담사 자격이 있는 이들을 선정해 실시한 시니어 플래너 교육을 받고 지난해부터 복지관과 보건소에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상담 봉사를 하게 된 것이다.

100개 정도의 문항을 통해 심리, 우울감, 사회적 관계, 건강, 인지 등 통합검사를 실시하고 그에 따라 상담을 진행한다. 필요한 경우 전문기관에 연계하기도 한다.

유 권사는 상담 봉사 하는 날이 기다려진다고 했다. 상담이라고 하지만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인생사가 다 나오는데 대화하면서 힘겨워하던 것들이 풀어지는 것을 볼 때면 더없이 기쁘고 보람되다는 것이다.

인생이란 누구나 예외 없이 한 번뿐, 연습 없이 달려온 길에서 왜 시행착오가 없을까. 상담을 신청했을 때는 현재 녹록치 않은 상황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 가슴의 응어리가 풀어지기도 하고, 현재 겪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하며 대안을 찾아주기도 한다. 상담사와 내담자의 관계를 떠나 같이 노년의 길을 걸어가는 과정에 있기에 가능한 일들이다.

한 번은 60대 후반의 부부가 상담부스를 찾았다. 너무 소통이 안 된다는 것이다. 자녀들만 결혼하면 이혼하겠다고 벼르다가 상담을 신청한 터였다. 유 권사는 이들 부부가 서로에 대해 불평 쏟아놓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가 남편에게 “아내에게 그동안 고마웠다, 감사하다고 한 마디만 해 보시라”고 권했다. 남편이 머뭇거리다가 유 권사의 말을 따라 아내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자 아내의 눈에서는 눈물이 주르륵, 두 부부는 손을 꼭 붙잡고 상담부스를 떠났다. 나중에 “덕분에 부부 사이가 회복됐다”며 다정한 모습으로 다시 유 권사에게 찾아와 인사했다.

70대의 할머니는 이혼 후 자식과 관계가 나빠져 혼자 살고 있다고 했다. 노후를 위해 집을 융자 받아 무리해서 사고는 그것을 갚느라고 몸도 힘든데 일을 쉴 수 없다며 하소연했다. 그분은 우울감이 심각한 상태였다. 유 권사는 그분의 딱한 사정을 듣다가 과감하게 집을 포기할 것을 권했다. 차라리 집을 포기하고 기초수급 혜택과 함께 임대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도록 안내해 주었다. 그리고 집을 정리한 돈의 얼마를 떼어 어렵게 사는 자녀에게 도움을 줌으로써 어그러졌던 관계를 회복할 것을 제시했다. 그분은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상담부스를 나섰다.

나이 들었지만 몸은 건강하니 뭔가 생산성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이들의 경우 일거리를 함께 고민하며 제시해 주기도 한다.

“노인 분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풀어지고 기뻐하시는 것을 봅니다. 나의 작은 섬김으로 누군가를 기쁘게 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지요.”
 

# 삶을 돌아보게 한 공부
 

유 권사도 처음부터 이렇게 늙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기쁨으로 맞이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환갑을 몇 해 앞두고 불현듯 노년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다. 모든 것을 남편에게 의존하며 살아왔는데, 완벽한 성격에 늘 세밀한 것까지 시시비비를 따지는 남편의 날카로운 성격은 나이 들수록 더 심해지는 듯했다. 소통이 어려웠다. 그럴수록 유 권사의 자존감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고 견디기가 힘에 부쳤다. 황혼이혼, 그래 이 정도면 타당한 이유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노후대책을 고민한 것도 그때가 처음이었다. 의학의 발달로 100세 시대를 넘어 노년기는 점점 길어진다는데, 남편 없는 인생 후반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그렇게 막막하던 차에 “너 자신을 위해 살아보라”는 친구의 권유로 공부에 도전했다. 처음에는 노년의 삶을 준비하기 위해 ‘웰 다잉’을 공부했다. 죽음의 문제를 직시하는 ‘웰 다잉’의 핵심은 어떻게 잘 살 것인가에 있었다. 결혼해서 두 아이를 낳고 아내로, 엄마로, 사업까지 하면서 숨 가쁘게 살아온 날들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것은 익숙한 일이 아니었다. 공부를 통해 삶은 생존을 넘어 가치를 따라갈 때 행복과 만족을 느끼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배움에 대한 기쁨은 또 다른 배움으로 이어졌다. ‘웰 다잉’ 공부를 마치고 곧바로 사이버대학 사회복지학과에 정식으로 입학했다. 그때가 56세 봄이었다. 늘 나눔과 섬김을 좋아했기에 선택한 것이었는데 거기서도 배움을 통한 깨달음이 컸다. 인터넷 강의로 진행되어 학교를 오가는 시간은 절약되었지만 매일 강의를 들어야 하고 과제물을 제출하고 시험을 치러야 하기에 제대로 공부하지 않으면 학점을 이수하기란 결코 만만치 않았다.

“큰아들 결혼식 날에도 식을 마치고 학기말 시험을 치렀어요. 힘들게 공부했는데 학점 하나라도 놓칠까봐 조마조마했죠. 공부한 걸 잊을세라 결혼식 도중에도 머릿속에서는 책장이 넘어갔어요.”

책을 들여다보고 강의를 들어도 돌아서면 자꾸 잊어버리지만 노인의 성, 남성과 여성의 심리, 노년의 경제학, 노인 자살 예방, 노인 상담 등을 공부하면서 자신을 들여다보는 기회가 됐고 공부를 통해 삶의 활력을 되찾았다. 과제물도 삶을 반추하며 내 얘기를 풀어놓다보니 학점도 잘 나왔다. 4년제인데 3년 만에 우수한 성적으로 140학점을 모두 이수해 환갑을 한 해 앞두고 졸업장을 받았다.

“노년의 삶을 준비하기 위한 것인 만큼 교양과목들을 노인과 관련된 것들로 선택하다보니 공부는 곧 내 삶을 들여다보고 풀어내는 과정이었어요. 어렵지만 지나온 삶을 정리하고 앞으로 다가올 노년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를 배우는 재미있는 시간들이었어요.”

공부를 통해 얻은 가장 큰 유익은 먼저는 자기 자신을 새롭게 바라보게 됐고, 또 남편을 이해하게 된 것이었다. 상담기법을 배우면서 ‘나는 누구인가’를 보기 시작했고 전혀 다른 성격인데도 서로 조부모 슬하에서 외롭게 자랐던 것이 통했던 연애시절 기억이 떠올랐다. 남편의 상처와 깊은 외로움이 자신을 고치 속에 파고들어 방어하게 했던 것은 아닌지…. 공부하면서 남편의 아픔을 이해하게 되니 이혼을 결심했던 마음이 녹아지고 미움보다는 사랑이 커졌다.

남편에게 교회에서 진행하는 ‘제자대학’에 등록할 것을 부탁했는데 어쩐 일인지 남편은 유 권사의 권유를 따라 1년 반 동안의 과정을 한 번도 결석하지 않고 마쳤다. 성경을 깊이 공부하는 제자대학을 통해 남편도 많이 변화됐다. 관계가 좋지 않던 자녀들에게 “돈 벌어다 주는 것이 가장의 역할인 줄만 알았는데 아버지로서 부족한 점이 많았다”며 화해하게 됐고 아내에게도 다정다감해졌다. 남편의 가시 속에는 참 보드랍고 예쁜 감성들이 감춰져 있는 것을 보고 그동안 스스로 참 많이 아팠겠다는 생각에 눈물짓기도 했다.

“남편이 변하니 살 것 같다”며 기뻐하는 유화영 권사, 상대방을 변화시키려 하기 전에 내가 먼저 변화되어야 하는 신앙의 원리를 깊이 깨닫게 됐다면서 남편으로 인해 하나님께 더 의지했던 시간들을 떠올리며 “남편은 노년의 삶을 함께 걸어갈 가장 가까운 벗이요 신앙의 동역자”라며 앞으로 펼쳐질 노년의 삶을 두려움보다는 기대로 맞이하고 있었다. 인생 끝 날까지 섬김의 달란트를 잘 발휘할 수 있기를 하나님께 간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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