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을 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이 든다. 무엇보다 나를 비롯해서 이 시대의 수많은 크리스천들이나 책임 있는 목사님들에게 한 마디 조심스럽게 건네고 싶다. 날마다 쏟아지는 미투의 소식에 너무 열광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이렇게 되도록 빛과 소금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자성하고 자중하며 조용히 주님의 참된 부흥을 위해 기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시대의 ‘음란의 영’을 직시하고 그것과 어떻게 싸울 것인가를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음란의 영은 도덕적 차원의 간통이나 불륜을 넘어서는 비물질적인 영적 실재이다.

30대에 경기도 여주에서 기독교문화운동의 현장에 깊숙이 뛰어든 적이 있다. 청소년 극단 창단을 앞두고 내가 기획한 창단 기념 공연을 위해 나를 도와 학생들의 연극을 지도 했던 OO선생님은 서울의 최고 일류대학을 나왔고 유명한 극단에서 배우활동을 하던 분으로 무보수로 서울에서 여주까지 매주 내려와서 학생들을 지도했다.

나는 그녀의 헌신에 감사했고, 그녀가 올 때마다 내 차로 픽업했다. 그런데 어느 날, 우리의 모습을 보고 나와 내 아내를 잘 아는 한 지인이 내 아내에게 “김진구 목사님과 함께 차를 타고 가는 그 여자는 어떤 관계예요?” 하고 물었다. 그때만 해도 내 아내 역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남편의 사역을 돕는 연극 선생님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엉뚱한 곳에서 문제가 터졌다.

당시 여주에서 우리 가족이 자주 가던 조그만 기도원이 하나 있었는데 그 기도원의 부원장님이셨던 OO권사님이 나를 위해 기도해주시다가 “음란의 영이 역사한다”고 하셨다. 나도 아내도 크게 당황했다. 그 이후 나와 내 아내는 정말로 많이 다퉜다. 아내는 나의 문화사역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고, 나는 아내가 나의 진심을 오해하고 있다고 하며 해명하다가 화를 내고 다투고 또 다투었다. 

주님께서 왜 내게 이런 시련을 주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결국 나는 연출자를 비롯해서 주변 분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금식하기로 결정했다. 말이 금식이지 무기한 단식이었다. 내가 정말로 힘들었던 것은 주님의 의도를 알 수 없었던 것이다.

단식이 길어질수록 어느새 내 정신은 더욱 또렷해지고 새털같이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7일 즈음 되었을 때 나는 ‘음란의 영’이 무엇인지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금식은 21일 만에 마무리했다. 금식이 끝나는 날 창단 기념공연을 성대하게 잘 마쳤다. 그 주간 토요일에 그 학생들의 연극을 지도했던 OO선생이 우리 교회에 찾아왔다. 그녀는 내 앞에서 “자신이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냐?”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내 아내를 심하게 비난했다. 

내가 그녀에게 물었다. “OO선생님, 저를 진심으로 존경하나요?” 그녀가 대답했다. “네.”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정중하게 부탁했다. “저를 진심으로 존경한다면 다음 주부터 이곳 여주에 내려오지 않으시면 더욱 고맙겠습니다.”

그 이후 그녀는 여주에 오지 않았고 그렇게 나와의 모든 연락관계도 끊었다. 그리고 아쉽지만 야심차게 준비하고 추진하던 나의 문화사역과 그를 통한 나의 모든 비전도 내려놓았다.

그때 주님이 나에게 알려준 ‘음란의 영’에 대한 실체는 다음과 같은 것이다.

“사랑하는 아들아, 음란의 영은 불륜이라든지, 간음 간통이라든지, 불붙는 욕정을 넘어서는 그 무엇이란다. 그것의 결과는 분열이란다. 그것을 허용하면 가정도, 교회도 깨어지고, 모든 인관관계도 산산이 부서지는 것이란다. 그것은 나 외에 다른 무엇을 추구하는 너희들의 탐심을 아주 좋아한단다. 명예욕, 권력욕, 성취욕 이런 것들이 있다면 누구나 이 음란의 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단다. 음란의 영을 극복하는 방법은 날마다 죽어서 그리스도로 사는 십자가의 길밖에 없단다. 죽어야 모든 탐심을 비울 수 있고, 죽어야 부활생명으로 다시 일어날 수 있단다.”

그 일로 나는 한국교회 문제의 본질에도 거대한 ‘음녀’가 도사리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로 인해 한국교회 안에 분열이 횡행하고 있다. 교단의 분열, 학연, 지연, 남남갈등, 남북갈등, 동서갈등, 보혁갈등의 모든 배후에 이 음녀가 있다. 우리가 잘 아는 고린도교회 갈등의 배후에도 이 음녀가 있었다.

나는 이 음녀와 싸우기 위해 십자가의 전사들을 세우는 십자가의 도 임파테이션 사역에 참여하게 됐다.

우리들의 참된 대장 되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이 음녀를 때려잡고 주님에 의해서 놀랍게 펼쳐지는 하나님의 부흥의 날이 속히 오기를 소망한다.

김진구 신동감리교회 담임목사 기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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