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적·통전적 영성 실현의 길 30년, 샬롬가정교육문화원 원장 설은주 목사

유럽의 영성공동체 순례, 하나님의 부르심에 
단순하게 순종하는 삶 통해 
하나님 나라를 누리는 현장 목도

“기독교 영성은  하나님의 숨결을 느끼고 
하나님의 영과 더불어 사는 삶”

 

▲ 설은주 목사

“쉿! 쾅쾅 밟지 마세요. 땅속 벌레들이 놀라요.”

몇 가정이 함께 밭을 일구는 시간, 한 아이의 말은 무심코 걸음을 옮기던 어른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자연 속에서 아이는 어느덧 하나님이 만드신 창조세계와 생명에 대한 돌봄을 몸에 익힌 것이다.

경기도 광명시 가학로, 자연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마당 넓은 2층집에 ‘샬롬가정교육문화원’이라는 작고 예쁜 명패가 달려있다. 이곳은 기독교 영성을 연구하고 삶 속 영성 형성을  훈련하는 곳이다. 정기적으로 기도모임을 갖고, 가정들이 모여 자연 속에서 밭을 일구며 생태영성을 경험하기도 한다. 원장 설은주 목사(56)는 “기독교 영성은 하나님의 숨결을 느끼고 하나님의 영과 더불어 사는 삶”이라면서 기독교 영성이 왜곡되고 약화된 한국교회가 본질에서 멀어진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짚었다.

또 앞서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마주한 아이의 반응에서 볼 수 있듯이 영성은 특정한 부류의 전유물이거나 골방 또는 수도원에서만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추구하고 실현해야 할 ‘하나님의 숨이고 영’이라고 말했다.

# 영성의 약화, 신앙공동체의 본질 훼손

“예수의 영을 받은 부활 공동체인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을 형성하고 성령의 능력으로 살아 숨 쉬는 자들입니다. 하나님의 생명과 능력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영원히 계시되고 그분의 공동체인 교회를 통해 나타납니다.”

즉 기독교 영성은 그리스도인이 걸어가는 성화의 과정에서 그리스도께서 주도권을 쥐고 인도해 가시는 하나의 과정으로서 그리스도와의 연대이며 그의 죽으심과 부활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설 목사는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교회의 현실은 기독교 영성에 대한 이해가 왜곡돼 있고 그것을 구현하기에는 요원한 현실이라고 우려했다. 그것이 30여 년 전 설 목사가 기독교 영성을 고민하고 영적 순례의 길에 나선 이유였다.

신학대를 졸업하고 교육전도사로 사역하던 당시 목도한 교회현장은 “이것이 과연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 나라의 모형일까?”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교회 건물을 키우는 데 연연하고 교인 숫자 늘리는 것을 부흥이라고 말하는 속에서 공동체성을 잃어버리고,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까지 성장해가는 훈련의 장이기보다는 성도들이 교회 성장의 도구가 되는 것을 보았다. 이건 아닌데… 하며 고민하다가 프랑스의 떼제공동체, 독일의 기독교마리아자매회, 영국의 부르더호프 공동체, 스위스의 라브리공동체 등 유럽의 영성공동체들을 순례했다.

“유럽의 크고 작은 영성공동체들을 순례하면서 그들이 어떻게 하나님의 부르심에 단순하게 순종하는 삶을 살아가는지, 그 속에서 얼마나 풍성한 기쁨과 평안을 누리는지 보았고, 영성과 공동체는 교회의 본질을 추구하는 데 있어 양 날개와 같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이후 설 목사는 샌프란시스코 신학대학원(SFTS)과 샌프란시스코 기독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영성과 상담을 공부하고 ‘영성 형성을 위한 목회와 교육’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에 돌아와 샬롬가정교육문화원을 세워 기독교 영성을 배우고 훈련하는 장으로 이끌어왔다. 샬롬가정교육문화원을 통해서는 15개의 작은 학교들이 영성과 코이노니아 훈련, 가정공동체의 회복과 성숙, 전인적 신앙공동체 교육 등 생활영성의 실현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설 목사는 “현대는 영성이 긴급히 요구되는 시대”라면서 “영성의 시대에 교회가 건전한 영성을 제공하지 못하면 사람들은 건전치 못한 세상의 영에 미혹됩니다. 교회 영성의 약화는 신앙공동체 본질의 훼손과 많은 영적 위기와 문제들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물량주의, 교회 분열, 불건전한 신비주의, 혼합주의와 개교회주의, 영과 육의 이분법적 사고 등은 한국교회가 기독교 영성을 잃어버린 결과라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은 교회 안에서만이 아니라 세상에서 빛과 소금으로 드러나야 하는데 그것을 가능하게 할 신앙의 내용들을 갖추고 있지 않기에 삶에서도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면서 “무늬만 그리스도인으로 살아서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 생태영성 훈련 일환으로 아이들과 함께 일군 텃밭에서 큼직한 무를 수확했다.


# 삶 속 영성 실현의 길
 

설 목사는 삶 속에서 기독교 영성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영성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바로잡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한국교회 영성의 모습은 공동체가 빠진 개인위주의 영성훈련, 배타주의, 이원론의 경향, 엘리트의 전용물화, 개인주의적이고 반이성적인 신앙체험이 특성을 이루고 있다면서 이러한 영성에 대한 왜곡과 오해는 신앙적 혼돈과 편견, 교파주의, 교권주의, 교리주의, 개교회 중심주의를 낳고, 실용주의적 교회 성장 중심의 영성은 기복신앙과 신비주의 강조, 교회 성장의 우상화, 물량주의, 비윤리적 삶의 행태를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교회가 참된 영성을 상실하면 공허하고 깨어진 껍데기의 무기력한 교회로 변질될 수 있습니다. 인간은 하나님의 입김으로 만들어진 존재이기에 참된 영성을 잃어버리면 참인간으로, 생명으로 살아갈 수 없습니다.”

설 목사는 또 기독교적 영성은 신비스런 체험이나 종교적인 열심, 자기수련 및 자아계발, 금욕생활, 이원론적 개념(성속의 구분, 육과 영의 분리)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고 짚는다. 즉, 영성은 혼자 하는 게 아니라는 것. 영성훈련과 함께 중요한 게 성도 간, 이웃 간의 교제와 사귐(코이노니아)이라고 설명했다. 영성훈련에 있어 자기수련도 결국은 코이노니아를 잘 하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오늘의 교회는 자기수련도, 코이노니아도 모두 잃어버렸다면서 “숫자가 아무리 많아도 성도 간의 교통이 없다면 삶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낼 동력을 얻지 못한다”고 말했다.

 

▲ 샬롬가정교육문화원에서 가진 공동체 모임


# 지금 나에게 기쁨·평화 있는가
 

설 목사는 “기독교 영성은 박제(이원화) 돼서는 안 되고 철저하게 현실적, 일상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영성 훈련은 수도원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가정, 일터, 삶의 다양한 관계 속에서 구현되어야 한다는 이야기, 그런 의미에서 “성육신화 된 일상의 영성”의 실현을 제시했다. 삶 속에서 자기 성찰과 깊은 묵상을 통해 어떻게 하면 화해하며 살 것인가, 어떻게 생태계를 보존할까를 고민하고 실천하며, 좋은 부모, 좋은 자녀, 좋은 친구, 좋은 이웃이 되는 삶의 훈련들이 곧 우리 삶에서 하나님 나라의 기쁨이 체현될 수 있는 영성 훈련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일상 속 영성 훈련은 어릴수록 체화가  빠르더라는 것.

생활 영성을 위해서는 “지금, 작은 것부터 실천”할 것을 제시했다. 이웃 간에 식탁 교제도 좋고, 그리스도인 가정 몇몇이 자연 속에서 텃밭을 일구며 도시락 나눔을 갖는 것도 생태영성 훈련과 코이노니아를 위해 좋은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또 교회에서도 영성 훈련을 위한 소그룹 모임을 갖고 기독교 영성고전 읽기, 말씀 중심의 기도를 함께하면서 전인적인 교제를 경험해볼 것도 제시했다.

올해는 그동안 진행해 온 다양한 내용들을 좀 더 활성화 시키고 저변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하늘 숨·샘·영성공동체 학교’로 결집해 본격화 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기독교마리아자매회의 찬양 30곡을 아이들과 함께 녹음해 공동체에서 부를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리스도인의 표지로 ‘기쁨’과 ‘평화’를 꼽는 설 목사는 지금 그것이 자기에게 있는지 날마다 묻고 이를 지켜내기 위해 부단히 애써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이 삶 속 영성 훈련을 위한 길이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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