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 상 훈
한국생명의전화 원장

최근에 미투 운동이 쓰나미처럼 우리 사회를 덮치고 있다. 미투 운동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폭력의 심각성을 알리고 생존자들 간 공감을 통해 연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미투 운동으로 인해 우리 사회의 그동안 수면 아래서 곪아왔던 직장, 학교, 교회, 대학 등 각계각층의 성폭력 경험이 SNS를 통해서 폭로되고 있다. 특히 문화 예술계, 정치계, 종교계, 교육계를 포함한 전 분야에서 이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가해자들이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성폭력을 가했을 때, 피해자들은 충격과 분노, 그리고 무너진 자존감과 수치감으로 인해 죽고 싶을 정도의 큰 상처를 입게 된다. 그동안 대다수의 권력형 성폭력 피해자들은 그 사건을 폭로할 수 없었다. 폭로되는 순간 자신의 생계는 물론 우리 사회의 날카로운 시선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은 마치 자신에게 문제가 있어 성폭력에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졌을 것이라는 사회적 편견과 같은 2차 피해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혼자 속앓이를 해왔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미투 운동은 피해자들이 그동안 말하고 싶었지만 감춰왔던 아픈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혼자는 말할 수 없었지만 미투 운동의 분위기를 타고 연일 놀라운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미투 운동의 본질은 가해자들이 피해자들에게 진정으로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고, 잘못이 있으면 사법적인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피해자들에게 추가 피해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하고 당당하게 사회적·법적으로 치유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 사회의 미투 운동을 돌아보아야 할 시점에 와 있는 것 같다. 미투 운동의 대상자가 되었던 사람들이 여론의 재판으로 자살하거나, 피해자나 피해자 가족들이 악플로 인해 고통받고 있기 때문이다. 3월 9일 성추행 사건으로 유명 배우이자 대학교수가 자살했고, 3월 18일에도 성추행 의혹을 받아온 교수가 자택에서 숨을 거두었다. 미투 운동의 본뜻이 가해자들의 죽음일 수 없는데도 이런 일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이런 안타까운 일을 보면서 미국의 하워드 제어(Howard Zehr)의 회복적 정의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그는 “우리는 정의를 응보로 정의하지 말고, 원상회복으로 정의해야 한다. 범죄가 손해이면, 정의는 손해를 배상하고 치유를 촉진하는 것이다. 원상회복 행위는 범죄의 해악과 평형을 이루어야 한다. 더 이상의 해악을 만들어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또한 그는 “가해자도 치유를 받아야 한다. 물론 자신의 행위에 책임을 져야 한다. ‘궁지’를 스스로 무사히 빠져나오게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책임은 그 자체가 변화와 치유를 향한 걸음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의 다른 요구들도 주목해야 한다. 공동체도 치유의 대상이다. 범죄는 공동체의 완전함을 잠식하기 때문에 이러한 손상을 치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필자는 우리 사회의 미투 운동이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회복적 정의에 대한 관점을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미투 운동은 남녀 간의 성 대결도,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법률 공방도 아니고, 악플로 인해 고통을 겪을 일도 아니다. 우리는 모두 평등하고 존엄한 존재들이란 생명존중의 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먼저 피해자들이 자신의 고통을 표현하고 치유 받을 수 있는 편견 없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가해자들도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정당한 사법적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그들도 치유 받아야 할 대상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공동체도 잘못이 없는지 돌아보고 치유와 회복의 길이 무엇인지 찾아 나서야 한다.

필자는 미투 운동을 보면서 예수님이 간음하다 현장에서 잡힌 여인을 돌로 치려는 사람들에게 너희 중 죄 없는 사람이 돌로 치라고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미투 운동이 우리 모두가 서로를 진정으로 존중하지 못했음을 고백하는 회개 운동으로 나아갔으면 한다.

<복음인in 들소리>는 하나님의 교회다움을 위해 진력하는 여러분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동반자로서 여러분과 동역하며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함께 하겠습니다. 샬롬!

후원계좌 : 국민은행 010-9656-3375 (예금주 복음인)

저작권자 © 복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