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 승 진
(사)한국기독교출판협회
사무국장

하루하루가 조마조마하다. 언론에서 하루가 멀다고 기독교관련 소식이 보도된다. 그런데 미담은 거의 없고 대체로 부끄러운 일들, 화나는 일들이다. 기독교가 사회, 문화, 정치 등에서 집단적인 행동을 통해 무리수를 둔 것은 그나마 일면 타당한 부분도 있기에 애써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 몇몇 기독교 신자인 정치인이나 문화예술인 등이 범죄한 것은 긍휼히 여기며 오히려 그가 회개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응원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내부에서 곪아 터지는 문제들은 얘기가 다르다. 하나님을 향한 예배, 신앙의 문제가 아니라 일반 사회에서조차 금기로 삼는 불법이 교회와 신학교에서 성행한다. 결코 일부 대형교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기독교계의 문화적 풍토가 원인이라는 절망적인 진단도 이미 오래된 얘기다. 그래서 ‘기독’(그리스도)이라는 말 대신 ‘개독’이라는 말이 유행어가 되었다. 이것이 일부 안티들이 보여주는 일탈적 행동일까? 꼭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제30회 ‘한국기독교출판문화상’(2013년)에서 대상을 수상한 박삼종 목사의 <교회생각>이라는 책이 있다. 박삼종 목사는 그 책에서 한국교회의 원죄를 ‘신사참배’로 규정하면서 한국교회가 그 원죄를 회개하지 않고 오히려 ‘군대식 계급문화’와 ‘자본주의에 기댄 맘몬이즘’으로 무장하여 사회적, 정치적 권력을 갖는 데 애써왔다고 진단했다. 그의 말처럼 오늘날 한국교회의 문제가 ‘신사참배’로부터 시작된 것인지를 다투기에 앞서, 현재 한국교회가 겪고 있는 고통스러운 범죄들의 배경이 ‘계급문화’와 ‘맘몬이즘’이라는 데 동의한다. 요즘 말로 ‘완전공감’이다.

간혹 일부 목회자들이 자신들의 영적 권위를 주장하기 위해 요한복음 21장에 등장하는 “내 양을 먹이라”(15~17절)는 구절을 근거로 삼고, 교회에서 제왕적 권세를 누리려고 하는 것은 주일 저녁 온가족이 웃으며 보는 코미디 프로의 한 코너만도 못하다. 다시 말해, 종이 되려고 했으면 종이 되어야지, 주인의 자리를 꿰차고 앉아서 주인행세를 하려고 하면 안 된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교회의 두드러진 문제점들 중 가장 큰 것이 바로 주인의 자리를 대신 차지하는 제왕적 목회에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얼마 전 한 교회에서 ‘애국’을 빌미로 예배 중 어린이들을 동원해서 군가를 부르게 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또 어떤 목회자는 ‘애국’을 빌미로 정치집회에 교인들을 동원한 뒤, 당당하게 자신이 “교회 헌금을 3억 원이나 이 집회를 위해 썼다.”고 외쳤다. 자신의 사역 50년을 기념하기 위해 전교인을 동원해서 대형 경기장을 빌려 예배가 아닌 축하 쇼를 보여준 참람한 사태도 있었다. 그로부터 온갖 치적을 자랑하기 위한 ‘감사예배’가 교회마다 성행했으니 부끄럽기 한이 없다. 학력을 위조하기 위해 무인가 학원에서 수업도 받지 않고 학위를 돈으로 사고파는 이들은 국내외에 셀 수 없이 많다. 신학교수들이 표절하고, 대형교회 목회자들은 기업체를 물려주듯 온갖 편법을 동원해서 자녀에게 세습했다. 청소년 사역자가 청소년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르고, 청년사역의 대부였던 이가 청년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 그런데 제대로 치리된 기억이 없다. 노회(연회), 교단의 재판국들에서 제대로 된 판결을 내린 적이 있던가? 최근 불거진 총신대학교의 분쟁만 해도 그렇다. 누가 봐도 납득하기 어려운 불법적 과정이 눈에 보이는데도 인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이들의 음모라고 주장하는 대목에선 꼴불견이라는 단어밖에 생각나는 게 없었다.

‘기독인’, 즉 그리스도인이라는 아름다운 호칭 대신 ‘개독’, 즉 개 같은 기독교인인라는 오명으로 불리는 이유를 이러한 몇몇 목회자들의 탓으로 축소할 수 없다. 그들이 참람하게 예수님의 자리를 차지하고 언급하기도 민망한 죄악을 교회의 이름으로 행할 수 있는 배경에는 분명히 이를 수수방관하는 성도들의 무관심이 자리한다. 부활절이다. 매해 맞는 행사로, 다시 한 번 예수님을 살려내는 것으로 위안삼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진 것도 없고 내세울 것도 없으면서 ‘죄와 벌’로 위협하여 세상을 바꾸려고 하지 말고, 세상이 본받을 수 있는 진짜 개혁과 선한 행실이 교회 안에 가득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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