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화려함이나 파격이 아니라 따뜻한 가정이었다”

홍대에서 1년에 카페 90% 
문닫는 상황에서 만 3년 넘겨

1층 카페, 2층 공연장 갖추고 
젊은이들과 미션얼 사역

깨진 가정 50% 이상에서 사는
젊은이들 진정한 가정 갈구

▲ 여섯걸음교회 곽병훈 목사

서울에서 대표적인 젊은이들의 거리인 홍대에 자리한 여섯걸음교회(곽병훈 목사·38세) 주소지에 도착하니 REDBIG(레드빅)이라는 1층 카페, 지하 공연장만 있을 뿐 그 어느 곳에도 교회 간판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주일에 함께 예배하는 이들은 이곳으로 어렵지 않게 발걸음한다.

여섯걸음교회는 2015년 2월에 창립됐다. 곽병훈 목사는 서울장신대와 성결대에서 예배학 및 신학을 전공했고, 대학(서울종합예술대학)에서 실용음악과 교회음악을 3년간 가르치며 후배, 제자들과 함께 주님의 기뻐하시는 CCM 음악과 공연 작업을 했다. 

▲ 여섯걸음교회

곽병훈 목사는 성청(성결교 청년회) 제1회 복음성가대회에서 대상을 탈 정도로 실력파 복음가수였으며, 찬양과 예배 사역을 10여 년 간 꾸준히 했다. 홍대는 20대 초반 라이브 카페로 활동하던 곳이기도 한다. 개인 음반을 준비하다가 혼자 하는 것보다는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젊은 다음세대인 청년들에게 맞는 실제적인 토양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선배 목회자가 목회의 필요성을 조언한 것을 받아들이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만 3년을 넘긴 ‘죽지 않고 살아난 개척교회’가 여섯걸음교회다.

홍대에 1년에 카페가 2천여 개 정도 되는데, 1~2년 안에 90퍼센트가 문을 닫을 정도로 살아남기가 어려운 곳에서 레드빅은 살아남았으니, 곽 목사의 표현대로라면 ‘멋모르고 시작했고, 살아남았으니 감사한 일’이다. 그러면서 명실공히 ‘상위권’에 진입한 것 아니냐며 쑥스러운 웃음으로 반문한다.

한 달에 1층 카페와 지하 공연장에서 만나는 이들은 대략 2만여 명에 달하고, 공연장은 1년에 강연, 음악, 연극, 출판기념회, 클래식, 댄스 등 300여 회에 이른다.


●● 여섯걸음교회는?  

그렇다면 이곳의 목회는 무엇이 다를까?

함께 예배드리는 50여 명의 성도들은 음악, 공연 등 예술 계통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대부분이고, 20대가 2/3에 해당할 정도로 젊은 층이 압도적으로 많다. 장소는 평소에는 공연장으로 사용하는 지하 1층이다.

여섯걸음교회의 사역자는 풀타임 멤버 10명이다. 그리고 공동체 생활하면서 훈련프로그램에 임하는 이들 12명은 합숙하면서 3년간 자신의 사역을 개척한다. 대부분 예술 계통에 비전을 갖고 공동체 생활하는데 처음 1년은 영성 및 사회 훈련을 하며 레드빅 카페나 공연장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한다. 2년 차에 들어가면 내부의 경험을 토대로 밖에서 자신의 전공을 살려 일을 찾는다. 3년 과정에는 자립해갈 수 있는 터전을 확보해야 한다.

“선교사나 목회자는 나름 후원받을 구조가 마련돼 있지만 음악이나 문화 사역자는 그런 것이 안 되다 보니 생활조차 어려운 이들이 대부분이고, 생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비전을 접고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하는 경우들이 비일비재합니다.”

그런 어려움들을 타개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 곽병훈 목사는 문화 예술 사역자들이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카페나 공연의 실무를 열심히 배워서 전문가로서 일하면서 그곳에서 하나님의 뜻을 실현해내는, ‘미션얼(missional church) 처치’ 운동이다.
 

●● 쉽지 않은 미션얼 처치

세상 속 선교의 개념으로 이해하는 미션얼 처치가 여전히 생소한 한국 정서지만 곽병훈 목사는 오늘 이 시대에는 그런 교회가 한편에서는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시대에 교회는 이런 모습이어도 괜찮은가’, ‘이런 교회도 필요하지 않은가’라고 자문하며 나아간다.

그런 의미에서 여섯걸음교회의 공간은 교회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플랫폼처럼 문화나 컨텐츠를 수용하고 담을 수 있는 또 하나의 형태를 표방한다. 바울이 ‘이방인에게는 이방인처럼 유대인에게는 유대인처럼’(고전 10:20-33)이라고 말하면서, 동시에 ‘다른 복음은 없나니’(갈 1:7)라고 했듯이 이 두 극단적인 모습을 ‘옷’과 ‘몸’으로 비유하며 한데 어우러져야 함을 역설한다.

“몸(복음)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리스도의 교회 역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좋은 명품 외투라 할지라도 한여름에는 가벼운 옷으로 갈아입어야 하듯이 시대(옷)마다 옷은 변해야 합니다. 복음 역시도 마찬가지입니다.”

곽병훈 목사는 ‘우리는 어떤 옷을 입어야 하는가 여전히 고민하며 살고 있다’고 말한다.

“한국교회 초창기에는 기도원운동과 부흥운동이 성도들을 일으켜 세웠다면 그 이후에는 사회의 지성이 강화됨과 동시에 제자훈련이나 성경공부가 한참 성도들의 욕구를 채웠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문화의 시대입니다.”

롤 모델이 없어서 곽병훈 목사는 더 고민이 많고, 더 많은 시행착오와 노력이 필요한 것을 안다. 카페와 공연장에서 일하는 핵심 멤버들(여섯걸음교회 사역자)은 그래서 일하는 매일매일 최선을 다하려 노력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산, 달란트를 쏟아부으며 여전히 부족한 달란트를 채우느라, 그리고 그 속에서 함께 만나는 이들을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의 사역을 위해 혼신을 다한다. 그래서 때로는 탈진하고, 병이 나기도 한다.

여섯걸음교회 한 전도사는 카페 매니저로 사역한다. 평범한 청년이었는데, 비전을 함께 공유하면서 찬양 사역, 교회 행정, 카페 총괄 등 그 누구보다도 탁월한 전문가가 됐다.

“예수님은 회당에서도 계셨지만 대부분 사람들 속에서 계시면서 하나님의 사람으로서 일하셨습니다. 그들과 소통하고 울고 웃었습니다. 현장과 세상을 모르고서는 사역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부딪히며 배우고 나누고 있습니다.”
 

▲ 여섯걸음교회 카페


●● 젊은이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

“젊은이의 거리, 젊은이들로 붐비는 이곳에서 진정으로 그들이 바라는 것은 화려함이나 세련되고 파격적인 그 무엇이 아니라 따뜻한 가정이라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곽병훈 목사는 이렇게 의외의 이야기를 한다.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교회가 채워줘야 할 것은 가정, 가족이라는 것을 발견했단다. 요즘 청년들의 가정을 보면 대부분 절반 이상이 부모의 이혼이나 문제들로 ‘깨진 가정’이 많음을 알게 됐고, 그것을 채워줄 수 있는 곳은 역시 교회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삼포시대라고 하지 않습니까. 요즘 젊은이들이 결혼에 소망이 없다는 것은 가정을 이루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한 번도 온전한 가정을 경험해보지 않아서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입니다. 잘못하고 실수해도 그것을 넉넉히 수용해주고 격려해주는 가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여섯걸음교회는 그래서 조만간 결혼한 열 쌍의 부부 가정에 청년들을 초청, 가정에서의 따뜻한 교류를 시작하려 한다. 미흡하겠지만 교회에서 진정한 아버지, 어머니를 경험하고 형제와 가족애를 나눌 수 있다면 그들 속에 비전과 꿈이 일어날 것이라고 곽병훈 목사는 말한다. 예전의 아이들은 어른들이 제시하는 비전과 꿈을 따라왔지만 요즘 아이들은 그런 것에 거의 무반응인 상황, 그런 아이들에게 헌신만을 요구하지 말고 먼저 가족이 돼줘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그런 의미에서 여섯걸음교회가 자리하고 있는 홍대, 젊은이들의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방황하는 이곳은 블루오션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섯걸음교회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이 주님의 은혜, 성령, 말씀으로 가득 차고 흘러 넘쳐서 홍대 일대에 있는 젊은이들에게 흘러갈 수 있기를 소원한다.

아홉 살 난 딸을 처음 키우는 곽병훈 목사는 신자들 앞에서 이렇게 설교한 적이 있다.

“처음 제가 아빠를 해봤는데 얼마나 실수가 많은지 모릅니다. 우리 여섯걸음교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저도 잘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그러나 많이 사랑합니다.”

너무 평범할 수 있는 이런 대목에서 젊은이들은 눈물을 흘린다. 곽 목사는 완벽한 목사가 아니라 그렇게 ‘함께 일구어 가는 공동체’의 수장으로서 오늘도 부단히 심방도 하고, 상담도 하고, 리더들을 키워내고 있다. 여섯걸음을 걷고 한 번 쉴 줄 아는 하늘 사람으로 서가는 젊은이들이 많아지는 날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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