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목회자님들을 모시고 일산에서 식사
양 손에 등산지팡이를 의지하고 오신 분,
입원하신 사모님 수발하다 오신 분,
사모님 먼저 천국 보내시고 혼자 오신 분,
움직임이 어려워 사모님 손을 꼭 잡고 오신 목사님도 계셔

 

▲ 홍종찬 목사
아름다운교회 담임

최근에 우리 교회에서 서00노회 은퇴목사님들을 모시고 일산에서 점심을 함께 나눴습니다. 12시 예약시간보다 30분 먼저 도착했지만 목사님들께서는 벌써 모여 담소를 나누고 계셨습니다. 양 손에 등산지팡이를 의지하고 오신 목사님, 입원하신 사모님 수발하다 오신 목사님, 사모님 먼저 천국 보내시고 혼자 오신 목사님, 움직임이 어려워 사모님 손을 꼭 잡고 오신 목사님도 계셨습니다. 80세를 넘기신 분들이 여럿 있었지만 몸을 가누시는 데 불편한 점 빼고는 그래도 정정하셨습니다. 작년엔 15분이 모였었고 올핸 11분이 참석하셨습니다. 

뷔페식당이라 동선(動線)을 위해 음식 상 가까운 곳으로 옮겨 자유롭게 식사를 시작했습니다. 좋아하는 음식부터 갖다 잡수시는 데, 유독 한 분이 저걸 다 잡수실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접시가 넘치도록 담아오셨습니다. 그 목사님은 오래 전 사모님 먼저 하늘나라에 보내시고 혼자 사시는 분이셨습니다. 그렇게 두 번 잡수시는 모습을 건너편에서 보면서 가슴이 많이 아팠습니다. 미래의 내 모습이지 싶었습니다. 권사님들이 호박죽과 음료수를 떠다 드리자 모두 기쁘고 즐겁게 드시며 마음을 나누셨습니다. 

식사를 위해 두세 번 드나드는데, 어떤 목사님께서 갑자기 문 쪽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셨습니다. 아무래도 이상하여 동향을 살피고 있는데 5~6m 가시다가 다시 음식 있는 곳으로 뒤돌아서는 것을 보고 안심했습니다. 잠시 방향감각을 잃었던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자존심 상하지 않도록 모른 척했습니다. 동두천에서 전철 타고 세 시간 걸려 오신 사모님께서는 일부러 제 앞에 오시더니 교회 재정이 빠듯하실 텐데 이런 자리를 마련했느냐며 연신 사의(謝意)를 표하셨습니다. 어느 목사님은 제 손을 꼭 붙잡고는 당신의 현역 시절 아프리카에 번역 선교사를 파송했던 얘길 들려주시면서 ‘선교는 꾸준히 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기가 참으로 어렵다’며 우리교회가 섬기는 BMS 선교사역을 칭찬하고 격려도 해주셨습니다. 

이번 행사는 작년에 식사대접 할 때 1년에 한 번은 모셔야겠다고 약속한 것에 대한 이행이었습니다. 감사한 것은 이 소문을 듣고 두 교회에서 참여 의사를 밝히셨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한 달에 한 번 모셨으면 좋겠지만 그게 어려우면 두 달에 한 번이라도 괜찮습니다. 교회가 마음만 합하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두 달 걸러 모이면 여섯 교회면 되고 한 달에 한 번 모인다 해도 열두 교회면 됩니다. 일 년에 한 번 식사만 대접할 경우엔 20~30만원이면 되고 선물이나 차비까지 계획한다면 50~100만원이면 충분합니다. 이번 행사엔 홍삼 절편 한 박스씩 준비해 드렸는데 얼마나 좋아하시던지, 미안해 하시면서도 안 받겠다는 목사님은 한 분도 안 계셨습니다. 그러나 식사나 그런 선물이 뭐가 그리 중요하겠습니까? 목회 현장에서 은퇴하신 후 외롭게 지내시다가 누군가 당신 이야기를 들어주고 인정해주는 것이 고마웠을 뿐이겠지요. 

주님은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이것이 율법이요 선지자니라”(마 7:12)고 하셨습니다. 이 말씀을 원문대로 번역하면, “사람들이 너희에게 행해 주기를 원하는 바의 모든 것들을 그와 같이 너희가 저희에게 행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대접 받고 싶으면 대접 받고 싶은 만큼 먼저 그 사람에게 대접하라”는 의미입니다. 이 말씀은 두 가지 적극성을 가진 도덕률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먼저, 자기에게 좋은 것이라면 남에게 먼저 하라는 의미입니다. 

둘째, 선을 행할 때 무엇인가를 기대하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사람들은 선을 행할 때 그것에 대한 반작용이 일어날 것을 기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내가 남을 대접하면 남들도 나를 대접하게 될 것이라 미리 생각합니다. 그러나 주님의 교훈은 남들이야 나에게 되갚아 주건 말건 나는 그들에게 선을 행해야 된다는 것을 가르칩니다. 

주님은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마 25:40)고 하셨습니다. 작은 자는 은혜를 베푸는 자에게 되갚을 능력이 없는 자를 가리킵니다. 세상의 교훈은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마라” 즉 소극적인 데 반해 성경은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적극적인 교훈입니다. 대접하는 일은 주님의 명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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