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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부활의 실체로 살고 있는가!”유영모·이현필·김흥호 선생의 실천적 신앙 연구하는 귀일사상연구소 심중식 소장
정찬양 기자  |  dsr12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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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4호] 승인 2018.04.18  15: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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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으로 사는 것은 
줄이고 
말씀으로 사는 것은 
늘리고”, 
도심 속에서 
영성 수도자로 살아가는 
이들 늘어나길…

   
▲ 유영모, 이현필, 김흥호 선생(사진 왼쪽부터)의 삶을 집중 조명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심중식 소장(사진 오른쪽)

“한국적 영성으로 실천하는 신앙의 길을 걸어간 선생님들의 삶과 가르침을 조금이라도 더 알릴 수만 있다면….”

연구소라지만 연구원은 소장 한 사람뿐, 그마저도 동광원 할머니(수도자)들의 심부름꾼 역할까지 하려니 깊이 몰두하며 연구하는 시간이 늘 아쉽다. 귀일사상연구소 심중식 소장(60)은 하루빨리 선생님들의 사상과 삶을 알려 그들과 같이 복음의 날것 그대로를 직시하고 그것을 전 삶으로 살아내려는 이들이 많아지기를 고대하는 마음 간절하다.

그가 말하는 선생님들이란 일일일식(一日一食)하며 금욕생활을 실천했던 다석 유영모(1890~1981), 한국 최초의 자생 독신 수도공동체 동광원을 설립한 맨발의 성자 이현필(1913∼1964), 다석의 제자이자 심 소장이 직접 가르침을 받은 김흥호 목사(1919~2012) 등이다.

서구 신학의 세례를 받은 기독교를 넘어 한국적 영성에 입각해 복음을 제시해온 선생님들의 가르침은 삶을 잃어버리고 관념화 된 오늘의 한국교회, 세상이 규정하는 기준에 스스로를 꿰맞추기 급급한 나머지 ‘참 나’를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시원한 답을 제시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20대 초반, 기독교의 핵심인 십자가와 부활, 거듭남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아 괴로워하던 그가 선생님들의 몸으로 살아낸 신앙에서 길을 발견했던 것처럼….
 

# 십자가와 부활, 관념 아니라 매일의 삶

심 소장의 이야기에서는 한국 기독교 영성의 대가들로 꼽히는 다석과 이현필, 김흥호가 동시에 등장했다. 심 소장이 이들을 만난 것은 서울대 공대 재학 시절 십자가와 부활, 거듭남의 문제로 고민하던 때였다.

“대학 때 세례 받았지만 점점 믿음이 뭔지, 십자가, 부활, 거듭남이 뭔지, 어떻게 가능한 건지  궁금한 게 많았어요. 교회에서 배워서 아는 정도로는 풀리지 않았어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근본적인 물음으로 고민이 깊어지던 중 김흥호 선생님을 찾아갔어요.”

이화여대 교목이었던 김흥호 목사는 다석의 제자로 35세 때부터 다석과 같이 일일일식을 지키며 동서고금을 통달한 가르침으로 이름을 알렸다. 청년 심중식은 김흥호 목사가 이화여대에서 이끌던 성경공부반인 ‘연경반’에 찾아가 강의를 들으면서 신앙이란 관념적이거나 피상적이어서는 안 되고 구원받은 사람으로서 말씀대로 실천하는 삶이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의 가르침에서 젊은이의 고민이 가장 명쾌하게 해소된 부분은 ‘십자가’에 대한 풀이였다. 예수의 십자가는 예수 것이고, 내 십자가를 발견하고 그것을 질 때 예수 십자가와 연결된다, 부단히 내 십자가(사명)를 찾고 그것을 지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서 끊임없이 해야 할 것이 ‘자기 부인’이라고 했다. 십자가와 부활은 이론이 아니라 체험이며, 그것을 제대로 체험했을 때 삶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믿음의 신앙 세계가 열린다는 것이었다. 덮어놓고 ‘믿기만 하면 된다’는 식의 교회 가르침과는 달랐다. 

“성경에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죽었나니’ 한 것처럼 십자가는 내가 없어지고 예수로 사는 것인데 실제로는 내가 시퍼렇게 살아 있는데? 어떻게 해야 내가 아닌 예수로 살 수 있을까. 버려야 할 나는 누구이고 찾아야 할 나는 또 누구인가…. 새롭게 알아가는 신앙의 깨달음이 컸습니다.”

세례 받고 십자가와 부활, 거듭남에 대해 믿는다고 고백했지만 ‘변하지 않는 내 모습’에 괴로워하던 청년에게 선생님들의 가르침과 그대로 살아간 삶은 깊은 샘에서 길어 올린 물처럼 달고 시원했다.
심 소장은 지금도 십자가와 부활은 다 알 수 없는 ‘신비’라며 평생공부의 길이라고 했다. 그러나 “십자가와 부활은 나에게 늘 세상적인 것으로부터 벗어나 신앙으로 살아갈 힘을 주는 주님의 능력”이라며 깊이 체험할수록 그 능력은 배가된다고 했다.

대학시절 믿음이란 이론에 갇혀서는 안 되고 오롯이 내 몸에 체득되도록 평생 닦고 또 닦아야 할 걸음인 것을 깨닫게 해 준 선생님들과의 만남을 심 소장은 환갑의 나이에도 소중히 간직하며 그들의 가르침이 오늘에도 이어지도록 힘을 쏟고 있다.

한국인의 기독교 영성을 일깨우는 데 주력했던 ‘선생님들’은 한국교회로부터 배척당하기도 했고, 무관심 속에 잊히는 듯하지만 심 소장은 “한국교회가 관념의 신앙 양태를 벗고 깊은 영성의 샘물을 맛보고 실천적인 신앙으로 나아가는 데 이들의 가르침이 크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아… 그리운 선생님들

김흥호 목사를 스승으로 따르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이 유영모와 이현필이었다. 이현필은 전남 화순에서 청빈과 순결, 순명의 수도생활을 하던 이세종으로부터 성경을 배우며 실천하는 신앙의 삶을 깨우치고 일평생 금욕적인 생활을 하며 따르던 이들과 함께 공동체 생활을 했다. 동광원은 처음에 여순반란사건으로 과부와 고아들이 늘어나자 고아들을 돌보기 위해 세운 것이었는데 후에 수도공동체가 되었다.

다석은 YMCA에서 강의할 당시 현동완 총무로부터 전라도에 성자가 있다는 말을 듣고 함께 이현필을 찾았고 그의 삶에 감복해 가까운 벗으로 지내며 동광원에서 오랫동안 강의했다. 다석에 이어 김흥호 목사가 동광원에서 정기적으로 강의하다 어렵게 되자 제자 중에 맥을 이어가도록 해 달라는 동광원의 요청에 대신해서 가게 된 것이 심중식 소장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동광원과의 관계는 20년 가까이 흐른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여자 수도자들의 삶과 봉사 터전인 동광원은 전라도 남원에 본원이 있어 그곳에서 30여 명이 생활하고 있고, 이현필 선생이 마지막을 보낸 경기도 고양시 벽제 계명산 자락에 분원이 있다. 이곳에는 3명이 이현필 선생의 가르침을 따라 땅을 일구어 자급자족의 삶을 살며 신앙을 살아내는 데 매진하고 있다.

심 소장은 동광원 벽제 분원에서 매주일 말씀을 전하고 성경공부를 인도하고 있다. 이곳 사람들은 심 소장을 ‘심 선생님’이라고 부르지만 그는 자신을 ‘동광원 심부름꾼’이라고 했다. 엊그제도 전기가 나갔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가 해결했다. 일이 생기면 동광원 수도자들은 심 소장에게 연락한다. 수녀들은 대부분 어린 시절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동광원에 들어와 일평생 수도자의 삶을 살아왔기에 이들에게 세상과 연결해야 하는 일이 생길 때면 어렵기만 하다. 그런 일들은 심 소장이 나서서 해결사가 되어준다. 심 소장은 동광원에서 가르치는 입장이기보다 수도자들의 일상을 돌보면서 그들의 한없이 맑은 영성과 헌신의 삶을 목도하며 자신의 영적인 삶을 일깨우고 있다고 했다.

20년 전 김흥호 목사를 대신해 강의할 때도 40대의 나이로 가장 젊었는데, 세월과 함께 동광원 수녀들도 할머니가 되어 지금도 동광원에서는 여전히 막내로 “심부름은 젊은 내가 한다”며 웃었다.

‘귀일사상’은 이현필 선생이 강조했던 것이다.

“그리스도인이라면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 하신 주님의 말씀에 순종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천지 만물이 모두 다 한 몸이요 인류와 이웃은 바로 내 지체임을 깨달아야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모두가 하나가 되는 공동체 운동이었습니다.”

동광원 본원과 가까이 있는 광주에는 이현필 선생의 이러한 가르침을 따라 갈 곳 없는 환자들을 돌보는 ‘귀일원’이 있는데 이곳에는 섬김을 받는 환자도, 그들을 돌보는 수녀들도 모두 ‘천사’의 모습이라며 심 소장은 그곳에 갈 때마다 크게 감동한다고 했다.

“귀일원의 환자들은 모두 깨끗하고 평온한 모습입니다. 그들이 그런 모습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24시간 그들의 침상을 떠나지 않고 살뜰히 보살피는 수녀들이 있기 때문이지요. 십 수 년 같은 환자를 돌보는 것에 대단하다고 인사할 때면 그들은 ‘이분은 나에게 오신 예수님’이라며 모시는 것이 영광이라고 말해요. 그들이야말로 살아있는 천사지요.”
 

# 도심 속 영성 수도의 삶

심 소장은 공대 교수로 오랫동안 가르쳤고, 가정을 이뤄 아내와 두 딸을 낳아 길렀다. 그러면서도 그는 선생님들의 가르침, 즉 신앙은 삶이어야 한다는 것을 놓지 않았다. 수도자의 길을 선택할 수도 있었겠지만 ‘도심 속 영성수도자’로 살기로 했다.

다석과 김흥호 목사를 따라 20년 가까이 일일일식하기도 했고, 동광원을 섬기는 일 모두가 그에게는 수도의 일환이다. 요즘은 일일일식이든 이식이든 굳이 따지지 않는다. 하루에 밥을 몇 번 먹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사는 것, 먹는 것이 모두 하나님으로부터 온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렇게 매일 성찬을 받는 마음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했다. 일일일식하면서 몸이 더 단단해지고 영적으로도 깊고 강건해지는 것을 경험했다. 유영모 선생이 1971년 8월에 마지막으로 동광원에서 일주일간 가르친 육성을 풀어 책으로 낼 수 있었던 것도 다 일일일식 덕분이었다고.

“대학시절 도심 속의 수도자로 살아보자고 생각했어요. 40여 년 간 그것을 지켜보려 했는데 잘 되고 있는 건지 어쩐 건지…. 내 삶의 자리에서 영적인 반경을 넓혀가며 수도자의 삶을 살아내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이 세상은 더 좋아지지 않을까요?”

도심 속에서 영성 수도자로 살아가는 삶, 어떻게 가능할까? 심 소장은 “떡으로 사는 것은 줄이고 말씀으로 사는 것은 늘리고”라고 귀띔했다. 어떤 모습으로 살든 그 자리에서 하나님 나라를 생각하고 공동의 삶을 고민하는 이들이 더욱 늘어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그는 앞으로  ‘선생님들’의 가르침을 알리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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