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행전 13:4~12

▲ 김기석 목사
청파교회 담임

평화의 용기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우리 가운데 임하시기를 빕니다. 남북정상회담이 잘 끝났습니다. 남북의 정상이 손 잡고 군사분계선을 넘나들 때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정상들의 입에서 ‘종전’이란 말이 나오고, 한반도에 다시는 전쟁이 없다고 말할 때 감격했습니다. 아직도 반신반의하는 이들이 있는데 당연합니다. 우리는 그만큼 불신의 세월을 살아왔습니다. 분단체제는 평화를 향한 우리의 꿈을 너무 오랫동안 옭죄었습니다. 그렇기에 합리적 의심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선언을 현실로 바꿀 용기를 내야 합니다. 이것은 분명 하나님이 열어주신 기회입니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이 꽃길만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가야 합니다.

안디옥 교회
예수 운동도 그랬습니다. 주님은 어떤 일을 대대적으로 하신 적이 없습니다. 많은 이들이 몰려들 때면 오히려 한적한 곳으로 물러나곤 하셨습니다. 예수 운동은 십자가에서 끝난 것처럼 보였지만 그것은 새로운 시작이었습니다. 주님의 부활과 성령강림을 체험한 이들은 군사력 위에 세워진 로마 제국에 균열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힘과 폭력이 아니라 사랑과 비폭력이 결국에는 승리한다는 사실을 몸으로 증언했습니다. 대대적인 박해가 뒤따랐습니다. 그러나 박해도 예수 정신을 무화시킬 수 없었습니다. 스데반이 순교당하면서 각지로 흩어진 신자들은 오히려 이르는 곳마다 복음을 전했습니다. 헤롯에 의해 야고보가 죽임 당하고, 베드로도 투옥되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복음은 스러지기는커녕 들불처럼 번져갔습니다.

지금의 터키의 남동부 지역에 속한 수리아 안디옥에도 교회가 세워졌습니다. 누가가 소개하는 이들의 면면을 보면 인종과 계급이 다양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한데 어울려 공동체를 이루었습니다. 그곳에서는 이미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가르는 일체의 장벽이 무너진 것처럼 보입니다. 그 힘이 어디서 온 것일까요? 안디옥 교회는 예배에 힘썼고, 진리와 접속하려는 열정에 금식도 열심히 한 교회였습니다. 안디옥 교회는 일종의 대안적 공동체였습니다. 새로운 세상이 그곳에서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안디옥 교회는 달랐습니다. 예루살렘에 갔던 바나바와 사울이 바나바의 사촌인 마가라 하는 요한을 데리고 안디옥에 돌아왔습니다. 그때 성령께서 그 교회에 새로운 비전을 주셨습니다(13:2). 안디옥 교회는 즉시 그 소명에 응답했습니다. 그들은 금식하고 기도한 후에, 두 사람을 선교사로 파송했습니다. 소위 말하는 바울의 제1차 전도여행이 시작된 것입니다.

키프로스 전도
바나바와 사울, 그리고 마가라 하는 요한은 성령의 지시를 따라 지중해 동편 지역에 있는 섬 키프로스를 향해 떠났습니다. 그들은 회당에 들어가 사람들을 가르친 후에 육로를 통해 총독이 주재하고 있던 도시 바보(Paphos)에 이르렀습니다. 당시의 총독은 서기오 바울(Sergius Paulus)이었습니다.

총독이 바나바와 사울을 청하여 하나님의 말씀을 들으려 하자 바예수가 격렬하게 저항했습니다. 총독이 그들의 말에 넘어갈까봐 노심초사했던 것입니다. 거짓 종교는 특별한 계시에만 집중하도록 만듦으로써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을 파괴합니다. 참 종교는 일상을 충실하게 살도록 가르칩니다.

거룩한 분노
그때 사울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지금까지 그는 바나바의 그늘 아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갑자기 전면에 나섭니다. 누가는 그를 ‘바울이라도고 하는 사울’이라고 소개합니다. 이제부터는 바울의 삶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뜻이 아니라 주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바쳐진 존재로 산다는 말입니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성령이 그와 함께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는 성령에 충만해 마술사를 준엄하게 꾸짖습니다(13:10-11a).

예수님도 귀신을 쫓아내실 때 악한 영을 꾸짖으셨습니다. 누가 꾸짖을 수 있습니까? 거룩한 영, 깨끗한 영만이 꾸짖을 수 있습니다. 사울은 단순히 바예수를 제압하려고 혈기를 부린 것이 아닙니다. 거짓 신비와 신통력의 너울을 쓰고 사람들을 노예로 만들던 그의 행태에 대한 거룩한 분노가 터져나온 것입니다.

악한 영을 꾸짖는 것이 설교자와 교회의 직무입니다. 사람들을 온통 사로잡아 노예로 부리는 악한 영이 도처에 횡행하고 있습니다. 주님의 바른 길을 굽게 하는 이들을 보고도 분노할 줄 모르기에 교회는 쇠퇴의 위기에 몰린 것입니다. 교회가 지금 회복해야 할 것은 악한 것을 분별하는 영적 분별력과 더불어 거룩한 분노입니다. 교회가 바로 서면 세상의 어둠도 조금씩 걷힐 것입니다.

어둠과 안개의 세월이 지나가고 평화와 생명의 새로운 시간이 시작되기를 바랍니다. 그 시간을 열어가는 데 교회가 걸림돌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주님의 은총이 우리와 이 나라 위에 함께하시길 빕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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