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운전사의 현장 이야기 (63)

“새벽기도를 마치고 시집보내야 하는 소중한
차를 바라보며 슬픔에 젖는다. 차 안의 짐을 내
리는데 왜 이리도 마음이 짠한지 모르겠다.”

 

▲ 이해영목사
샘물장애인복지회
대표, 샘물교회 담임

참으로 수고했다 나의 애마야. 오늘따라 나의 애마가 쓸쓸해 보인다.

우두커니 서있는 모습이 슬프고 더군다나 비를 맞고 서 있는 모습이 더 쓸쓸해 보여 눈가에 이슬이 맺힌다. 새벽기도를 마치고 시집보내야 하는 소중한 차를 바라보며 슬픔에 젖는다. 차 안의 짐을 내리는데 왜 이리도 마음이 짠한지 모르겠다.

그동안 숱한 아픔과 사연을 가진 사람들을 태우고 다녔던 차량이다. 15인승 이스타나 차량을 개조해 리프트를 달아 장애인들을 모시고 다니면서 행복한 시간을 가졌었다. 장애인들이 교회 올 때도, 그들이 외출할 때도 이 차량은 매우 유용하게 사용됐다. 장애인 콜택시가 나오기 전에는 병원 가는 일과 외출 시에도 어김없이 우리 애마는 존재감을 확실히 발휘했었다.

장애인들이 신혼여행을 갈 때면 우리 애마는 그들에게 기쁨을 주었고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준 고마운 차였다. 장애인들이 부모님 산소에 갈 때 그들을 태우고 산소가 보이는 곳까지 태워다 주었고 산소에 가서 한없이 눈물 흘리며 속 시원타 말하는 장애인들의 소리를 들었을 우리의 사랑하는 애마였다.

장애인들이 암 선고 받고 시한부 시간을 보낼 때도 그들을 태우고 이 땅에서의 마지막 여행을 떠날 때도 위로의 시간을 함께 보냈었는데 이제 우리의 슬픔과 기쁨의 시간을 함께했다. 또 간절한 마음으로 출렁이는 바닷가의 파도 소리를 듣고 싶고, 가을이면 아름다운 단풍으로 물든 세상을 보고 싶어 하는 장애인들과도 함께하며 환호 하는 그들 곁에서 묵묵히 응원해주었던 애마는 이제 우리 곁을 떠나야 한다. 장애인들이 이사할 때도 작은 짐들을 나르는데 일조했었다. 그래서 항상 사랑받던 애마였기에 서운함이 더한가보다.

그렇게 우리의 슬픔과 기쁨의 순간에 함께했던 애마를 노후 됐다고 버리는 것 같아 슬프다. 이제 우리 애마는 잘 수리해 캄보디아에 보내진단다. 거기는 15인승이 필요한 곳이라고 한다.

가난한 이들을 위해 이 차량이 요긴하게 쓰인다니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거기서도 많은 사람에게 기쁨과 즐거움이 되어 주는 차량이 되었으면 좋겠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것이 이치라며 위안을 삼아본다. 고맙다 잘 가거라. 너와 더불어 보낸 시간들의 의미가 컸기에 우리는 너를 잊지 않고 기억할 거야.

장애인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했던 많은 시간들을 뒤로 하고 이제 이역만리 머나먼 곳으로 떠나는 너를 배웅해야 하는 까닭에 눈물이 나는 걸 거야.

거기는 더운 나라인데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여기서처럼 꼭 필요한 사람들의 발이 되어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긴 여행이 시작되겠지. 또 다른 세상에서 잘 쓰임 받거라. 네가 있었기에 내가 빛이 났고, 네가 있었기에 힘들지 않게 이 일을 감당 할 수 있었단다. 그리고 너를 나에게 붙여준 많은 이들이 있다. 너와 함께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 후원자들의 손길에도 더불어 감사하고 애마를 선물해 주고 리프트를 장착해주신 홍 집사님과 윙하우스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가진다.

그동안 수고하고 애썼다. 그곳에 가서도 파이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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