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 > 연재 소설
카라 키타이 영토 확장 >1<알로펜의 아시아(AD 610~1625) 천년여행 [ 236 ] / 사제 왕 요한 43
조효근/작가  |  dsr123@daum.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1665호] 승인 2018.05.02  14:00:19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장군님! 장군님이
내 어깨의 무거운 짐을 이제는
풀어주실 겁니다.
꿈을 꾸었어요. 태자가 나를
찾아왔어요. 그래서 내가
기다렸노라면서 왕관을 그의
머리에 씌워줬더니 기뻐하더군요.
드디어 내 소원이 이루어졌다는
자신감이 생겼답니다.”

   
▲ 내몽골에서 만난 아이들. 흰색 두루마기가 우리 복색과 닮아보인다.

몽골에서 파울로의 소식이 왔다. 몽골 무사 2명이 태자 요한 알현을 요구했다. 사마르칸트 카라 키타이 수도의 태자궁 내관이 이 내용을 태자에게 전했다.

“마마, 파울로가 소식을 보내왔습니다. 몽골 전사 2명이 직접 태자 마마께 전하겠다고 합니다.”

내관은 태자의 반응을 기다렸다. 태자는 투루판 순방에서 어젯밤 늦게 돌아왔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것이다. 늘 따뜻하게 대해주는지라 꾸중은 하지 않으리라 믿고 있었다. 태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파울로, 이 친구 참 오랜만의 소식이군. 안으로 들라 해라.”

내관은 몽골 전사들을 태자 앞에 세웠다. 그들은 모습은 단정했으나 몸치장은 사냥꾼처럼 보였다. 단발머리에 눌러 쓴 물바가지 같은 모자를 한손에 들고 태자 앞에 한쪽 무릎을 꿇어 군례를 올렸다.

내관은 몽골 전사가 주는 목간 서찰을 받아 태자 앞 탁자에 놓았다.

“저희는 파울로가 준 소식을 가지고 온 테무진 칸의 부하들입니다. 제 이름은 자무이입니다. 내 친구는 메르카라 합니다.”

“멀리서 오느라 수고했소.”

태자는 두 전사를 격려해 주면서 파울로의 서간을 읽었다. 글의 내용은 간단했다. 자무이와 메르카를 자기 대신 곁에 두고 가르침을 베풀어 달라는 것이었다.

파울로는 테무진의 인물됨을 좀 더 지켜볼 결심을 한 후에 태자 요한에게 자무이와 메르카를 자기 대신 보냈고, 이 무사들을 통해서 몽골 초원의 현황을 듣고 초원 전사들의 전투방식을 참고해 달라는 말을 했노라고 몽골전사들은 태자 요한에게 말했다.

태자는 그들의 말을 듣고 크게 웃었다. 파울로의 속 깊은 뜻을 헤아렸다. 태자는 테무진에 대해서 물었다. 두 전사는 태무진의 마음이 매우 너그럽다고 말했다. 자기 부족과 오랫동안 원수처럼 지낸 종족들과의 전쟁에서 이겨 전리품을 챙길 때도 싹쓸이하지 않았고, 심지어 적장의 직계 참모나 혈족들이 미처 도망가지 못하고 자기 부하들에게 잡혀 와도 절대로 해치지 않고 먼저 그들의 의사를 묻는다고 했다. 지금이라도 풀어주면 돌아가겠느냐, 아니면 여기 남아서 내 부하로 살겠느냐고 말이다. 그들이 테무진의 휘하에 남기를 원하면 자기 가족처럼 받아준다고 했다. 자기 남편을 테무진이 죽였는데도 그 부인이 남아서 테무진에게 충성하고, 부모의 죽음을 지켜본 자들도 테무진을 부모처럼 따른다는 것이다.

“여러분은 내 곁에 남아서 무슨 일로 나를 돕고 싶은가?”

태자는 테무진의 덕망과 인간됨을 들으면서 흥분했는지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의 얼굴도 약간 상기되어 있었다.

“저희는 파울로 박사의 지시를 따라서 저희 몽골이 카라 키타이의 동반자가 되도록 마마께서 허락하시면 태자 마마의 충직한 부하가 되고 싶습니다.”

“그래요. 나는 테무진 칸의 덕을 따를 수 없소. 내게 무엇을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마마, 저희는 다 알고 왔습니다. 설사 태자 마마가 내쫓으신다 해도 카라 키타이 변방 군사가 되더라도 태자의 나라를 지키려고 결심했나이다.”

“뭐! 무슨 그런 말을 하는가?”

태자는 반말을 했다. 두 몽골 전사가 그의 마음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마마, 저희는 파울로 박사의 인격을 믿습니다. 그분은 저희 대장 테무진의 스승입니다. 밤마다 기독교의 교훈과 사랑의 법칙을 말하고, 또 카라 키타이 태자님과 형제관계를 맺고 연합하는 힘으로 아시아의 존재를 유럽에 소개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태자 마마에 대해서 저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습니다. 저희는 태자 마마를 다 알고 선택한 길이오니 내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자기소개도 자무이에게 맡기고 입을 꼭 다물었던 메르카가 당돌할 만큼 큰소리로 자신감을 보여주려 애쓰고 있었다.

“메르카! 나는 그대가 말을 못하는 줄 알았는데, 자부심이 대단하구면. 그 위세에 눌려서라도 여러분을 내 곁에 모셔야겠구먼.”

“네에! 아, 황공합니다.”

태자는 몽골군 두 사람으로부터 테무진의 위상에 대해서 들었다. 옹칸 토그릴의 야심은 같은 몽골계인 테무진과 자무카가 동맹이 되어 다른 부족을 치는 동반자이게 하면서도 그들 둘이 함께 자기에게 충성경쟁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했다. 모르기는 해도 시간이 갈수록 옹칸 토그릴의 위치가 불안해지고, 조금은 굼뜨다는 인물평이지만 테무진이 몽골 초원의 최고 승자가 될 것으로 느껴졌다.

다음날, 태자는 을지 고 총사령관의 방문을 받았다.

“태자 마마. 아무래도 이제는 황위에 오르셔야 하겠습니다. 여왕 마마가 저에게 신신당부하나이다. 더 이상 우리가 때를 놓치면 안 된다고 야단입니다. 태자 마마가 뜻을 굽혀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가요? 그럼 혹시 공동 왕이 되어 야율 보속완 고모님은 중앙정부를 지키시고 제가 국방을 담당하면 어떨까요?”

“그것도 방법이기는 하지만 우리 동방에서는 그런 예가 없어요. 옛 로마제국에는 공동 황제가 있었지요. 제국이 방대하다보니 부황제가 서너 명이고 정제(황제)가 한 명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럴 때는 제국이 오히려 위태로울 때였다더군요. 자칫 태자께서 때를 그르칠 수 있음을 아셔야 합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서둘러야 합니다. 하루빨리 야율 아보기 조상 할아버지의 제국수준을 회복해야 합니다. 명심하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을지 고 사부께서 절차를 진행해 주시죠.”

태자 요한은 테무진 부하들의 소식과 야율 아보기 거란제국 창업 황제의 포부를 생각했다. 을지 고 사령관의 때를 그르칠 수 있다는 말이 마치 테무진에게 유럽 진출의 선두를 빼앗길 수 있다고 들리기도 했다.
그러나 을지 고는 태자가 이토록 쉽게 황위에 오르겠다고 결심할 줄 몰랐다. 왜 이토록 그의 생각이 바뀌었을까?

“태자 마마, 서둘러도 상관없으시죠?”

다짐을 받자는 속셈이었다.

“사부님, 그렇다고 당장 오늘은 아니시죠?”

태자는 빙긋이 웃어 을지 고 총사령관에게 친근함을 표했다. 늙으셨구나. 사부님이 더 늙기 전에 내가 잘 모셔야지. 태자는 을지 고에게서 아버지의 정을 새삼 느끼고 있었다.

“마마, 이 달은 넘기지 않으렵니다. 보름 정도면 어떨까요?”

“네 좋습니다. 저도 준비하겠습니다.”

태자와 을지 고는 보속완 여왕으로부터 선위를 받을 준비에 착수했다.

궁에서 을지 고 장군을 불렀다. 보속완 여왕은 을지 고 사령관을 내궁으로 모시도록 내관에게 지시해두었다. 여왕은 예복이 아니라 평상복을 입고 있었다. 을지 고가 어찌 된 영문을 몰라 내관을 불러 세웠다.

“”장군님, 편히 모신다는 마마의 배려이십니다. 걱정 마시고 드시지요.

여왕은 내실을 편안한 복색을 하고 거닐고 있다가 을지 고 장군을 보자 달려왔다. 누이가 큰 오라버니를 오매불망 기다리다가 마주쳤을 때만큼이나 반가워하며 달려들었다. 스스럼없이 을지 고를 껴안으려 들었다.

“마마, 어인 일로 이렇게 급하시옵니까?”

을지 고는 보속완 여왕의 스스럼없는 듯한 몸짓이 걱정스럽기까지 했다.

“장군님! 장군님이 내 어깨의 무거운 짐을 이제는 풀어주실 겁니다. 꿈을 꾸었어요. 태자가 나를 찾아왔어요. 그래서 내가 기다렸노라면서 왕관을 그의 머리에 씌워줬더니 기뻐하더군요. 드디어 내 소원이 이루어졌다는 자신감이 생겼답니다.”

을지 고는 여왕이 이 말을 하는 순간, 가슴이 움찔했다. 그러나 역시 천지신명께서 여왕 마마는 물론 우리 카라 키타이 왕조를 돕고 계신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러나 그는 내색하지 않고 멈칫거렸다.

“장군님, 나를 이렇게 계속 세워두실 작정인가요?”

“아, 아닙니다. 너무 두려운 말씀이신지라 겨를이 없었나이다. 좌정하시옵소서.”

“장군도 자리 잡으세요.”

여왕은 여유 있는 웃음을 지우지 못하고 있었다.

“마마, 너무 서두르시는 것은 아니시온지요?”

을지 고가 근심어린 표정을 짓는다. 여왕의 얼굴을 똑바로 보고 싶었으나 간밤에 태자와의 대화가 걱정되었다. 혹시 누군가가 듣고 보속완 카간에게 고자질하지 않았을까 까지도 생각해보았다.

“장군, 때가 늦었어요. 지금 우리나라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할아버지께서 금국에게 빼앗긴 조국을 다시 재건하셨어요. 그리고 지금 우리나라는 유럽 대륙의 길목에 있지요. 길목의 위험성을 아셔야 합니다. 중원에서 강성함을 뽐냈던 당나라 같은 나라가 다시 유럽 가는 길목인 우리 땅을 기웃거릴 수 있고, 서쪽 페르시아의 거대한 영토를 장악하고 있는 신의 제국(이슬람을 말함)이 동북쪽으로 밀고 오는 힘이 우리를 노리고 있고, 박트리아 너머 옛 영웅 알렉산드로스가 노렸던 부처의 고향도 조심스럽고, 만약 북방 초원에서 어느 강자가 일어나면 그들이 가장 먼저 우리나라를 넘볼 것은 불을 보는 것이나 다름없죠. 무섭습니다. 이런 때 태자 같이 용맹하고 영특한 인물이 변방이나 떠돌다니, 여자라고 왕관이 싫은 줄 아세요. 그러나 태자는 카라 키타이를 야율 아보기 조상 할아버지 때보다 더 큰 제국을 만들어낼 인재입니다. 오늘 당장이면 좋겠어요. 장군은 태자를 꾸짖어서라도 서둘러 주세요.”

을지 고는 지그시 눈을 감고 여왕의 음성을 경청하고 음미했다. 영웅이 따로 없다는 생각을 했다. 일어나서 여왕께 무릎을 꿇어 예를 올렸다. 진정으로 존경하는 마음을 담았다.

“대장군, 어찌 이러시오!”

보속완 여왕의 음성이 잔잔하게 들려온다.

조효근/작가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110-460 서울시 종로구 창경궁로 16길 73-6(연건동)  |  대표전화 : 02-3676-3082~5  |  팩스 : 02-3676-3087
신문등록번호 : 서울 다 06483  |  등록일 : 1988.5.31  |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 조효근  |  이메일 : dsr123@daum.net
Copyright © 2013 들소리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