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가 꼼꼼하게 교정교열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출판사의 구조적 시스템도 오탈자를 만드는 것이다.” 지난번 글에서 한 말이다. 그렇다면, 독자들을 위한 최소한의 맞춤법에 맞는 책을 만들어내기 위해 출판사의 구조적 시스템은 어떻게 바꾸어야 할까?

첫째는 저자에게 ‘완전한 원고’를 요구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완전한 원고’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 출판 계약서에는 “갑(저작권자)은 본 저작물의 내용과 표현 형식에 책임을 지며, 다른 저작물을 표절하는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한 사실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다”라고 되어 있다. 온전히 저작물은 저자의 몫이다. 이것이 명확하지 않으면, 교정교열을 볼 시간에 편집자가 이런 사실들을 확인해야 한다. 당연히 교정교열 보는 시간을 줄일 수밖에 없다. 또한 역사물에서 사진 자료 등도 저자가 소장하고 있거나 꼭 넣고 싶은 자료들도 보내주는 것이 좋겠다.

둘째는 출판사 내의 교정교열 원칙을 만들어가야 한다. 열린책들이 그 사례다. 열린책들은 2008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내용을 수정·추가해서 <열린책들 편집 매뉴얼>을 발간하고 있다. 한글맞춤법, 표준어 규정, 외래어 표기법뿐만 아니라 자사에서 규정하고 있는 여러 기준이나 규칙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어떤 편집자가 보더라도 실무적인 지침이 될 만하게 했다. 그렇게 된다면 교정교열 볼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여기에 편집자는 한글맞춤법과 외래어표기법 등 교정교열에 필요한 도구(?)들을 숙지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아무리 좋은 규범과 규칙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실무에 적용할 능력이 없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셋째는 원고 난이도에 따라 출간 스케줄을 정해야 한다. 출판사마다 편집자 1명이 1년에 출간하는 도서의 권수는 다르다. 분량이 많거나, 역사물처럼 사실 확인이 필요한 원고나, 새로운 사실들을 반영해야 해서 시간적으로 긴 시간이 필요한 원고 등에 따라 편집 기간을 산정해야 한다. 물론 특정 시점에 출간해야 하는 원고(예를 들어 남북정상회담과 관련된 책)일 때는 예외로 한다. 여기에서 원고 난이도에 따라 담당 편집자를 선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어렵거나 쉬운 정도, 해당 편집자가 그 분야에 남다른 지식을 갖고 있다면 우선적으로 그 편집자에게 책임 편집을 맡기는 것도 좋겠다.

넷째는 교정지를 크로스 체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온전히 편집자 1명이 책임편집을 하는 시스템이고, 시간에 쫓겨 팀장이나 편집장 등이 오케이교를 한번 슥 보는 일이 다반사다. 초교부터 담당자와 책임자(팀장 혹은 편집장)가 협업할 수 있는 시스템과 시간을 확보하고, 오케이교를 담당자와 책임자가 크로스 체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박상문 / 인물과 사상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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