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환 목사의 독서 이야기 [86] <그리스도교의 역사와 침묵>

▲ 하늘기쁨목회자독서회
대표
하늘기쁨교회 담임

세상에는 말과 묵이 있습니다. 말은 드러나지만 침묵은 드러나지 않습니다. 역사는 말에 대한 기록입니다. 그러나 역사는 말과 침묵으로 함께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침묵은 말의 역사만큼이나 중요합니다.

목회자독서회에서 이번에 읽고 토론한 책은 <그리스도교의 역사와 침묵>(디아메이드 맥클로흐 저/CLC 간행)입니다. 여러 목회자들이 이 책을 완독하지 못하고 어려워했습니다. 저자는 <3000년 기독교 역사>라는 두꺼운 책을 쓴 아주 유명한 역사학자입니다. 그는 이 책을 기독교 역사와 교리에 대한 선 이해를 전제로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러한 배경 지식이 없는 경우 이해하기 어려운 책입니다. 게다가 현학적 표현들은 이 책을 더욱 어렵게 합니다. 그러나 어려운 책은 어렵게 깨닫는 지혜를 제공하는 이점이 있습니다.  

역사는 기록된 역사 이면에 더 많은 기록되지 않은 역사가 있습니다. 기록된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기도 하고 주류에 대한 이해이기도 하지만 세상은 힘없는 사람이 더 많고 역사는 그들에 의해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래서 역사를 바르게 알기 위해서는 기록된 역사뿐만 아니라 침묵에 대해서도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역사학자인 저자는 침묵이라는 주제로 기독교 전 역사를 살펴보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성경에서 말과 침묵은 동시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나님께서 말씀하심으로 천지를 창조하셨습니다. 구약은 말이 주류를 형성합니다. 그러나 하나님 존전에서는 ‘잠잠하라’는 말씀처럼 침묵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신약성경에서 침묵은 조금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합니다. ‘침묵하는 어린 양’과 하나님 나라 도래에 있어 ‘아직’의 측면에서 침묵이 황금이 됩니다.

교회사에서 침묵이 가장 적극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은 ‘수도적 침묵’일 것입니다. 수도원에서 침묵은 조금 더 조직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을 합니다. 수도원적 침묵은 교회 영성의 젖줄기 같은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침묵이 주류가 되고 부와 명예를 얻으면서 그 침묵도 타락하게 됩니다.

어느 시대든 그 안에는 주류와 비주류가 있습니다. 개혁이 비주류였다가 성공하면 주류가 됩니다. 그러면 그 안에는 이전에 주류였던 것이 비주류가 됩니다. 주류는 소리를 내고 그 소리는 소음이 되기 쉽습니다. 주류를 유지시키는 역할을 하는 소리는 왜곡된 소리가 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 침묵은 진리를 대변하는 좋은 역할을 합니다. 침묵은 검증되지 않은 약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침묵은 권력에 의해 검증되는 것이 아니라 성경에 의해 검증되도록 해야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소리와 침묵이 있습니다. 교단의 큰 행사에 참석해 들려지는 큰 소리보다 책과 성경에서 들려지는 침묵과도 같은 작은 소리가 훨씬 더 진리에 가깝다는 것을 느낍니다. 사람들이 칭찬하는 정치적인 큰 소리보다 기도하며 느끼는 하늘의 세미한 음성이 훨씬 더 진리에 가깝다는 것을 느낍니다. 소음에 속지 말고 침묵에 귀 기울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부정신학’은 하나님에 대해 말할 때 말로 표현된 것보다 말로 표현되지 않은 것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만들어진 신학입니다. 그것은 하나님에 대한 풍요로운 사고를 가능하게 합니다. 그래서 하나님을 사고할 때 침묵은 ‘무’가 아니라 더 ‘깊음’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소리를 차지하는 권력은 “진리나 현실에 대한 왜곡을 통해 유지된다”는 저자의 말처럼 소리는 불쾌한 소음이 되기 쉽습니다.

그래서 침묵은 그러한 소리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데 매우 효과적이고 필수적입니다. 권력에 의해 진리를 잃어버리고 소음이 된 소리의 부족함을 침묵이 보완하기도 합니다. 침묵이 그 부족함을 채우고 때로는 대체해야 합니다. 그러기에 진리를 듣고자 하는 사람은 소리와 침묵에 동시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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