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천신학대학원
대학교 교수,
목회사회학연구소 소장

통일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당장이라도 통일이 될 거 같은 기분이다. 전혀 기대할 수 없던 상황이었는데 정말 손바닥 뒤집어지듯이 새로운 상황이 왔다. 한반도의 정세는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정말 평창올림픽이 열리기 전만 해도 풍전등화였다. 전쟁을 피할 수 없을 것처럼 보였고 어떤 형태로든 무력이 나타날 것만 같았다. 김정은도 문제였지만 트럼프 역시 정상은 아니었다. 이 둘은 마치 치킨게임을 진행하듯이 감정의 에스컬레이터를 올려만 갔다. 그리고 어느 비이성적인 행동 하나로 전쟁은 벌어질 것 같았다. 그런데 그렇게 쉽게, 아니 어쩌면 허무하게 평화모드로 변하고 말았다. 우리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말이다.

한국은 갑자기 평화특수가 일어났다. 휴전선과 가까운 파주지역은 벌써 땅값이 올랐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개성공단이 열리는 것을 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금강산 관광에 백두산 관광까지 기대를 한껏 올리고 있다. 통일특수에 따른 산업의 발전을 기대하며 벌써 관련 주식들이 오르고 있다고도 한다. 정말 우리에게 통일은 특수일 수 있을까?

현재 진행되는 평화모드는 지도자들이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것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무 생각 없이 치킨게임을 진행하던 이들이 갑자기 이제 평화라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에 발맞춰 언론이 부추기고 온 국민이 마치 통일이 당장이라고 이루어질 것처럼 하는 것이다. 정말 이제 우리는 통일을 마주할 수 있을까?

정확하게 바라보면 통일이 우리에게 평화를 가져다주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 전쟁이 없는 것을 평화라고 한다면 분명 통일이 우리에게 전쟁의 공포만은 제하여 줄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평화는 요원하다. 아니 오히려 더 큰 비평화, 또는 반평화의 불행이 올지도 모른다.

진정한 평화는 하나님의 샬롬이다. 그의 창조질서가 회복되고 유지되는 것이다. 그가 세상을 만들어 놓고 ‘좋았더라’고 하셨던 그 세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이 갑작스러운 평화모드와 마치 금방이라도 올 것 같은 이 통일은 평화라고 할 수 없다.

우리가 말하는 것은 정치적 통일이다. 어느 날 갑자기 남북의 지도자가 ‘이제 우리 통일입니다’하고 협약서에 서명하며 나타나는 통일이다. 그러나 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통일일 수 없다. 사람들이 자주 이야기하듯이 그것은 혹 ‘준비되지 않은 통일은 재앙’이라는 말의 실현일 수 있다. 정치적 통일은 이루었지만 실은 사람들의 통일은 이루어지지 않고 오히려 동서남북의 갈등만 더 부추길 수 있다. 그래서 통일이 평화가 아니라 더 복잡해진 투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탈북인들과 함께 이 투쟁을 경험하고 있다. 자유를 찾아서 남한으로 왔다는 이들인데도 이 땅에서 자리를 못 잡고 너무 힘들어한다. 어떤 탈북인은 심지어 자신들이 3등 국민 같다는 이야기를 한다. 차라리 중국동포가 더 대접받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은 누가 물으면 조선족이라고 대답한다고 한다. 그게 오히려 관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얼마나 큰 서러움과 설움이 그 가운데 배어있는 이야기인가. 이렇게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통일이 이루어지길 기대하고, 지금도 손바닥 뒤집듯 통일이 오기를 기대하는 많은 사람들을 보면 두렵기까지 하다.

독일이 통일을 이룬지 벌써 27년이 되었다. 27년 전 우리는 독일의 통일을 보면서 우리도 금방 통일이 될 것으로 여겼다. 그런데 벌써 세월이 이렇게 흐른 것이다. 우리는 그 시간동안 무엇을 준비했을까. 27년 전과 비교하여 우리는 어떤 준비가 더 되었는지를 묻는다면 그렇게 자신 있게 대답할 것이 없을 것이다. 어쩌면 하나님은 우리에게 시간을 허락하신 것일지 모른다. 좀 더 준비하여 통일을 맞이할 수 있는 마지막의 시간을 허락하신 것일지 모른다. 진정한 평화를 이룰 통일을 위해 좀 더 치열한 준비의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소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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