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말씀으로는 성도들을 무장시킬 수 없다. 기도하려하지 않고,
성경을 읽으려 하지 않는 시대이다.
더욱 경건이나 영성에 관심을 갖도록 하려면 목회 큐레이션이 필요하다.” 

 

▲ 최종인 목사
평화교회 담임

큐레이터(curator)는 콘텐츠를 선별해 공급하는 사람이다. 어원은 라틴어 큐라레(curare, 돌보다라는 뜻)다. 17세기 이후 귀족들이 유명한 미술품들을 수집하는데 이 작품들을 관리하는 담당자가 필요했고, 그래서 큐레이터가 생겨난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전시를 기획하는 전문가를 큐레이터라고 불렀다. 그러나 이제는 범위가 넓어져서 어디서나 큐레이션을 필요로 하게 되었고, 실제로 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패션, 음악, 도서, 유통 등 산업 전반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현대 목회자는 큐레이터가 되어야 한다. 정보가 홍수같이 쏟아지는 시대에 예전의 방법만 고수하거나 한두 가지 방법을 갖고는 평생 사역을 감당하기 어렵다. 내가 필요한 정보, 성도들에게 유익한 정보, 교회에 필요한 정보들을 걸러내고 선택하는 작업이 필요한 시대이다.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똑같은 내용이라 할지라도 스토리텔링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성도들이 받아들이는 감흥이 다르기 때문이다. 언젠가 아내가 결혼식엘 다녀와서 주례자를 소개했다. 경상도에서 목회하는 분인데 신랑 신부 등장에서부터 인도하는 주례를 어찌 그렇게 재미있고, 귀에 쏙 들어오게 말하는지 모두가 환히 반기는 ‘주례자의 모범’이라는 것이다. 그렇고 그런 주례사가 많이 들리는 이즈음 그 목사님이 부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성경의 세계를 소개할 때 큐레이션은 필요하다. 기독교 진리는 널리 알려져 있고, 이제는 믿는 이가 아니어도 누구나 성경 상식들은 알고 있는 세상이다. 그러나 여전히 진리는 깊고 오묘하다. 나는 오늘도 성경을 연구하면서 ‘이런 말씀이 있었나?’ 싶도록 새롭게 느껴지는 때가 있다. 예전에 유흥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읽었다. 나도 예전에 가보았고, 무심결에 지나쳤던 유적지를 어찌 그리 잘 설명했는지 그곳에 다시 가 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면서 나도 성경을 그렇게 설명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진 적이 있다.

이단들이 설치고, 온갖 사이비들이 판치는 세상에서 큐레이션은 필요하다. 터무니없는 이단들이 기독교의 진수인양 떠들고 큰소리친다. 주변의 많은 교인들이 이단 사이비에 속아 넘어가기도 한다. 목회자는 성도들을 지키기 위해 진리를 구별하여 전달해야 한다. 가벼운 말씀으로는 성도들을 무장시킬 수 없다. 기도하려하지 않고, 성경을 읽으려 하지 않는 시대이다. 더욱 경건이나 영성에 관심을 갖도록 하려면 목회 큐레이션이 필요하다.  

큐레이터 목회자가 되려면, 부지런해야 한다. 다양한 학문을 섭렵할 뿐 아니라 나의 전공만이 아닌 다른 학문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 교회 목회도 바쁜데 무슨 다른 학문인가 할 사람도 있겠지만 이미 목회자들 상당수는 다른 학문, 다른 전공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 그리고 ‘시급한 것’ 그것들을 ‘새롭게 배치하는 것’이 큐레이션이다. 이미 이 컬럼을 통해 심방의 중요성을 적은 바 있지만, 목회자는 심방을 통해 성도들의 필요나 시급함을 발견하게 된다. 부지런하지 않으면 심방이 귀찮게 느껴진다.

새로운 지식을 향해 마음이 열려 있어야 한다. 큐레이터 목회자는 성도들의 필요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라 성도들에게 필요한 것을 미리 제시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러려면 세상에 마음을 열고 배워야 한다. 많은 독서, 세미나를 통해 다양한 주제를 듣고 참가자들과 대화하고 아이디어를 얻어야 한다. 우리 교단 총회 후 ‘미래사역위원회’가 새로 발족되고, 3040세대 목회자, 개척교회 목회자, 승계·후임목회자들을 초청해서 차세대 목회자 세미나를 연다고 한다. 이런 모임들이 우리를 발전시키고 목회를 풍성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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