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집사님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날이 누구에게나 올 것입니다.
우리의 건강한 손발로 건강하지 못한 사람의 손발이 되어 주어야 합니다.”

 

▲ 이해영목사
샘물장애인
복지회대표,
샘물교회 담임

요즘 정 집사님의 건강이 좋지 않습니다.

투석 받으러 병원에 오가는 길이 힘들다 말하고 투석 받는 과정에서도 힘이 드는가봅니다. 키가 180cm인데 체중은 59kg에 맞추라 합니다. 그래서 매일 체중계의 눈금에 예민해졌습니다. 투석 환자는 먹지 말아야 할 것이 많다고 합니다. 이것저것 먹고 싶은데 못 먹으니 답답하다고 하소연해보지만 의료진은 냉담합니다.

장애를 입은 지 43년, 그것도 전신마비 장애인으로 힘들게 살아가는 정 집사님이 투석하며 이중고를 겪는 요즘은 사는 것이 말이 아닙니다. 간호하시는 아내분도 지쳤는지 감기몸살로 병원에 다닌 지 오래지만 차도가 없습니다. 80세가 넘은 친정어머니께서 와계셔서 도움을 드리지만 여전히 힘들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결혼을 말렸는데 부모 말을 듣지 않고 결혼하더니 말년에 무슨 고생이냐며 딸을 보며 안타까워하시는 친정어머니의 긴 탄식이 이어집니다.

정 집사님이 폐렴으로 다시 입원해 중환자실로 가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몸에 강직이 오고 기침을 하고 싶은데 그것마저 할 기력이 없는 상태라 중환자실로 옮겨야 한답니다.

산 넘어 산입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힘들게 사시는데 또 입원이라니 아내분도 힘든 표정이 역력합니다.
이럴 때 힘든 영혼을 위해 누군가가 필요합니다. 나는 섬기는 자의 모습으로 그분의 목자가 되어 최선을 다하려 합니다. 새벽기도회 때마다 그분의 영혼과 건강을 위해 기도합니다. 또한 보호자를 위해, 아픈 교인들을 위해 기도하지만 차도 없이 아픔과 외로움이 깊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목자의 심정도 아파옵니다.

이런 모습을 바라보는 일상의 삶을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직은 건강해서 내 손으로 밥 먹고 일할 수 있고, 어디든 갈 수 있는 건강한 발을 가진 우리는 감사하면서 두 손 두 발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을 하며 살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정 집사님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날이 누구에게나 올 것입니다. 건강을 허락하신 것은 나 자신만을 위해 쓰고 즐기라고 주신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건강한 손발로 건강하지 못한 사람의 손발이 되어 주어야 합니다.

처음 장애인들을 만났을 때, 화장실을 혼자 갈 수 없는 분들을 섬기면서 내 힘으로 화장실을 갈 수 있는 것 하나로도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감사한 시간이 있었습니다. 밥을 떠먹여 드려야 하는 분들을 섬길 때는 내 손으로 밥을 먹는 것에 감사했습니다. 혼자 목욕할 수 없는 분들을 위해 때론 대중목욕탕에서, 그들의 집에서 목욕시켜 드릴 때도 섬길 수 있는 건강을 주신 하나님께 한없는 감사를 드리며 행복했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내 몸을 내어주는 것, 그것은 주님이 기뻐하시는 일이라 믿기에 오늘도 주위에 손 잡아달라는 장애인들의 부탁을 외면할 수 없습니다. 주님이 나를 위해 죽어주셨기 때문입니다. 정 집사님이 나로 인해 위로 받고 조금이나마 주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이 화창한 봄날, 또다시 정 집사님과 바닷가 여행할 날을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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