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로펜의 아시아(AD 610~1625) 천년여행 [ 239 ] / 사제 왕 요한 46

“야율 요한은 그의 왕조가 순탄치 않으리라는 예감을 하고 있다.
전부터 그가 직감하건데 그 자신 아니면 테무진 둘 중 하나가 유럽을
산속 옹달샘 같은 곳에서 이끌어내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가 알고, 또 믿고 있는 예수는 전 세계의 왕이시다.
…그의 제자들인 인류의 기독교는 유럽 골짜기에서
단 샘물이나 삼키면서 신선노릇만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세계를 하나의 제국으로 만들어야 한다.”


 

▲ 아제르바이잔 초기 고대 기념교회 안에 있는 예수님 얼굴.


저 멀리 힌두쿠시 산맥 좌우로 파미르와 히말라야 설산의 눈들이 녹아서 흘러 강줄기를 이루는 아무 다리아, 그리고 시르 다리아는 거대한 평원을 이루고 있다. 이모작이 가능한 들판은 한 번 농사로도 풍요로운 푸른 들이다. 카라 키타이 요한 왕은 초기 거란 제국 전성기에도 이곳을 통치했던 역사의 후예로서 언젠가는 동북 평원을 뛰고 달려서 발해 만에 배를 띠우고 싶었다.

왕의 주변에 원을 그리고 멈춰 선 카라진 용사들은 왕의 심기를 살핀다. 폐하, 아랄 해 맑은 수면을 보소서. 장정의 팔뚝보다 더 큰 물고기들의 아름다운 군무를 보소서. 평화롭기가 한량없나이다. 중앙진 사범 대표인 영포가 요한 왕의 눈길을 따라 물고기들을 향해 손짓을 한다.

“그렇구먼. 어디 물고기들 만인가, 저 들의 농부들을 보시게. 지금은 평화로우니까 농부지, 이웃 국가들과 전쟁이 터지면 전사가 되고, 가을 추수가 끝나면 소그드 상인들을 뺨치는 수완을 발휘하는 네스토리안 선교사들이 된다네.”

“이게 다 폐하의 지도력이 이루어낸 공덕이옵니다.”

“이 사랑 영포! 언제 그렇게 아부가 늘었나? 나 그런 거 좋아하지 않아요.”

“아옵니다. 그래도 소신의 혀가 그리 구르는군요.”

“그래, 혀를 다스리는 데는 오십 살을 넘겨야 하는 거야. 자네뿐이겠는가, 나도 자네의 말이 귀에 솔깃하지만 싫은 척 할 뿐이야.”

“폐하, 송구하옵니다. 다시는….”

“아니야. 너무 안타까워 마시게. 혓바닥의 동작은 양심의 표현이니까 그대로 두시게. 저들의 벼이삭이 초가을 햇빛을 잘 받아야 수확이 많아요. 그 쌀로 밥을 하면 맛이 없고, 사람도 그런 거야. 자연스러워야 해. 내가 왕이라고 능청이나 떨고 6으면 그게 무슨 인간이겠소. 그건 도깨비겠지.”

“아, 네.”

영포는 싱글거렸다. 그는 이렇듯 솔직하고 인간다운 요한의 부하 노릇을 하고 있는 날들이 행복했다.

요한 왕은 결코 작지 않은 카라 키타이 영토를 5개 지역으로 나눴다고 이미 밝혔거니와 그들 수장에게 사실상 왕권을 위임해 두었다. 그들 모두가 왕이었다. 그러나 그는 결코 만만한 인물이 아니었다. 그 영토의 방대한 지역 정보를 일주일이면 파악할 수 있는 정보망을 가지고 있었다. 로마제국의 파발마 제도와 같은 방식이었다. 1백리 길 마다에 마장을 두고, 말과 마병을 1개 중대급 평균 1백 명 정도의 민첩한 군사를 두고, 그들의 가족들이 모여서 생활할 수 있는 마을들을 이루어 두었다.

사방 1백리 간격으로 권역별로 5개 파발마 구역을 연계시켜 두었다. 적국들과 인접한 지역은 특별히 2중 3중으로 군사 배치가 되어 있고, 주요 지역은 독수리와 표범을 합쳐서 만든 것만큼이나 민첩하고 맹렬한 요한 왕 직계 카라진 병사 3천 명이 늘 정보망을 관리한다. 카라진 3천 명의 총사령관은 요한 왕이 10살 무렵부터 함께 해 온 유드게스 사령관이 지휘한다.

요즘은 야율 성소를 부사령관으로 배치했더니 충성이 두 배 이상이었다. 야율 성소는 요한을 잘못 오해하여 야율 보속완 지금의 상왕의 태자노릇 하려다가 죽을 뻔했으나 요한은 그를 장차 자신의 후계로까지 마음에 두고 지켜보는 중이다. 그래서 그를 잘 돌보도록 유드게스에게 이미 특명을 내려놓았다.

야율 요한은 그의 왕조가 순탄치 않으리라는 예감을 하고 있다. 전부터 그가 직감하건데 그 자신 아니면 테무진 둘 중 하나가 유럽을 산속 옹달샘 같은 곳에서 이끌어내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가 알고, 또 믿고 있는 예수는 전 세계의 왕이시다. 그가 인류 모두의 왕인 것은 그가 하나님의 독생자요 또 하나님 자신이 육신을 입고 세상에 오셨다 하였기에 그의 제자들인 인류의 기독교는 유럽 골짜기에서 단 샘물이나 삼키면서 신선노릇만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세계를 하나의 제국으로 만들어야 한다. 세계 제국이라고 해서 어느 특정한 인물이나 지역에서 독점하는 나라는 세계 제국이 아니다. 지금 십자군 전쟁 당사자들인 교황군과 이슬람군은 독점 제국을 서로 가지겠다고 싸움질을 하고 있는 도둑들이다. 하루 속히 십자군 전쟁을 끝내고, 독점 욕심이 없는 세력이 세계사를 주도해가야 한다. 요한은 바로 이 일을 하고 싶었다.

요한은 영포와 다섯 명 카라진 병사들과 함께 시야가 멀리 잡히는 초막에 자리했다. 병사들이 달려가서 잘 익은 사과와 배를 한 광주리 가지고 왔다.

멀리서 한 무리의 기마 군사들이 군진을 이루고 달려온다. 뿌연 모래 바람을 몰고 오고 있었다. 카라진 용사들이 즉각 몸을 일으켜 요한 왕의 좌우에 선다.

“누굴까?”

“폐하! 수상합니다. 빨리 피하셔야 합니다.”

“피하다니? 저 군사들 몇 십 명 되어 보이지 않는데, 그래도 우리가 피해야 한다….”

“아닙니다. 저희가 당해냅니다.”

“그래야지. 우리는 일당백이 아니면 카라진 축에 못 드네.”

“네, 폐하.”

부하들이 주변으로 흩어졌다. 저마다 은폐물들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가까이 온 부대는 사령관 기를 든 카라 키타이 전사들이었다. 그러나 왕의 경호는 그들 모습이 시야에 잡힐 때까지 긴장을 풀지 않았다.

요한 왕은 빙긋이 웃으며 다가오는 유드게스와 부사령관 야율 성소가 이끄는 사령관 친위군들을 맞이했다.

“부사령관 님, 소식도 없이 어찌 이러십니까?”

영포가 부사령관 야율 성소를 다그쳤다. 영포는 요한 왕의 비서실장 직급이기에 부사령관에게 호통을 칠 수도 있었다.

“영포 사범! 무슨 역정이오. 우리가 적군인 줄 알았소. 적군이면 파발마가 세 군데서 쯤은 이미 떴지.”

유드게스의 말이었다. 그렇다. 적군이 이 정도 폐하를 위협할 정도이면 파발이 이미 떴을 것을 영포가 모르고 있었다.

“장군, 제가 좀 방심했습니다. 용서하세요.”

“아니오. 영포 사범이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음을 누가 모릅니까. 우리도 긴장을 풀지 않기 위해서 훈련 차 왔소. 사실은 파발이 떴을 터인데 내가 막았소이다.”

그렇다. 설사 사령관 지휘관이라 해도 파발이 뜨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영포 사범이 황제 폐하를 잘 모시는가에 대한 감찰 성격으로 파발을 띄우지 않았다. 요한 왕은 유드게스의 의중을 안다. 이미 유드게스는 영포가 요한 왕 신변 관리에 허점을 보이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것을 영포도 유드게스의 지척에서 깨달았다. 태양이 석양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 시간에 열 명도 되지 않은 호위병으로 황제가 들판에 노출되어 있음은 위험을 안고 있는 셈이니까.

“폐하, 지금의 순행을 언제까지 계속 하시려 하나이까?”

유드게스는 근심이 많았다. 자기네가 정보망이 빽빽하다지만 여기는 중앙아시아, 그 중에서도 아무 다리아 주변이다. 사통팔달임은 물론 아시아 또는 유럽, 저 험산 힌두쿠시 산맥 속에는 사람인지 짐승인지가 구분이 안 될 만큼의 맹렬한 세력들이 활보하고 있었다. 유드게스 사령관은 요한 왕이 도대체 언제까지 주유천하 하고 있을지가 궁금하고 답답할 때가 많았다.

“장군, 장군이 내게 그런 질문을 하고 계십니까? 아무 다리아 지역은 장군이 왕입니다. 각 지역마다 왕들이 있어요. 나는 우리 키타이 다섯 왕들을 격려하면서 순행중입니다. 한 바퀴 돌면 2년씩 다섯 바퀴를 돈 후에도 내게 기력이 있으면 그때 보좌에 앉아도 늦지 않소. 지금 나는 사제요 각 지역 군사훈련과 경계는 사령관들이 하고 나는 신앙을 독려하면 됩니다.”

유드게스는 말을 잇지 못하고 야율 성소는 눈을 감고 있었다.

“야율 성소 장군! 장군은 본디 신앙심이 좋은 것으로 아오만?”

“폐하, 황공하옵니다. 저는 폐하의 가르침을 더 많이 받아야 하나이다.”

“호호, 겸손하시기는….”

“아닙니다. 저는 폐하의 태산보다 높으신 신앙심을 항상 흠모하고 있나이다. 더욱 겸손한 자세로 배우려고 다짐을 늘 하고 있나이다. 이쁘게 보아주세요.”

야율 성소는 요한 왕의 사촌이다. 비슷한 나이지만 그는 어렸을 때부터 요한을 부러워했었다. 어른들의 정치 계산과 요한 왕의 왕위승계 거부의 뜻이 잘못 전해지면서 자신이 태자 책봉 단계에 갔을 때 그는 이미 죽어야 할 목숨으로 알고 있었다. 지금 그는 덤으로 살고 있는 목숨이기에 몇 배 더 카라 키타이와 요한 황제를 위해 충성을 하고 싶었다.

“내가 다 알고 있소. 나와 함께 장군은 더욱 카라 키타이 앞날을 위해 충성해야 하오. 선조들의 이름이 부끄럽지 않도록 말입니다.”

“네, 폐하!”

야율 성소는 요한 왕의 이 말에 감격한 나머지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야율, 왜 그러시오.”

유드게스가 야율 성소의 어깨를 부여잡았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요한 왕은 다음날 박트리아로 갔다. 영포가 이끄는 다섯 명 카라진을 대동했으니 유드게스는 30명씩 10개 부대를 일정한 거리에 배치했고, 호라즘 사령관 보르키에게 황제 요한의 신변을 1킬로미터 간격으로 중대급 이상 전투부대 급으로 배치하도록 요구했다.

호라즘은 이슬람의 정규 군대가 멀지 않은 곳에 있고, 소속 불명의 게릴라들이 비상 출몰하는 위험지역이다. 요한 왕이 사마르칸트를 제외하고는 그의 궁성으로 삼겠다는 포부를 가진 곳이다.

요한 왕은 호라즘 군영에서 하룻밤 지내면서 보고를 받았다. 보르키 사령관은 호라산 지대의 서쪽 메르브와 발흐의 중간지역에서 메르브 네스토리안 선교 아시아 본부와 바그다드의 세계본부 사이에서 필요한 역할이 있다고 말했다.

“그게 뭐, 선교 명령문 전달인가요?”

“아닙니다. 제가 생각할 때는 최소한 메르브가 더 큰 도시로 확대되도록 인구 증가에 힘쓰면서 바그다드 세계본부를 메르브에서 아시아 담당 세계본부로 분할 받도록 정치적인 힘을 발휘했으면 합니다.”

“보르키 장군! 장군은 대단한 생각을 하고 있군요. 나보다 오히려….”

요한 왕은 보르키의 두 손을 잡아 흔들면서 친근함을 표했다. 보르키가 아시아 지역 선교를 독립하자는 뜻이 무엇인지를 요한도 알아들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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