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가 주체가 되어 잉태된 새누리교회(오세준 목사)-복음 중심, 아직 가야 할 길 멀어

11년 전 평신도들이 주체가 되어 교회 창립-목사・장로 임기제 실현

운영위원회 통해 재정 관리, 목회자는 누가 얼마 하는지 모르니 편견 없어

최근, 개혁의 메시지 담은 <한국교회의 동상이몽> 출간

“진정한 복음에 대해 이야기 하면 교회는 어느 기간 어려워지거나
정체성의 혼란이 올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은 신자든 교회든 필요하다면 겪어야 하는 것이지 피할 일이 아니다”

 

▲ 오세준 목사

서울 영등포구 새누리교회(오세준 목사)는 11년 전 160여명의 평신도들이 모여 새로운 목회를 지향하는 교회지침을 만들고 목회자를 초빙해 주님이 기뻐하시는 교회를 지향해 출발했다.

그런 만큼 목회자와 당회 중심이 아닌 성도들이 참여하는 운영위원회를 통해 교회의 모든 의사를 결정하고 있다. 교회재정도 운영위원회가 관장해 결산내용을 공개하고, 담임목사는 설교와 양육에만 집중한다.
직분 임기제를 실시, 담임목사와 장로는 6년, 권사는 3년 후 신임투표를 실시하고 성도가 300명 이상 되면 교회를 분립하는 것을 명문화하고 실천해가고 있다.

오후 예배를 소그룹 모임예배로 전환, 식탁교제 후 말씀 나눔의 시간을 갖고 있으며, 새벽기도회가 없는 대신 ‘가정기도회’가 있다. 매일 저녁 가족별로 말씀을 묵상하고 기도한다. 이를 위해 오 목사가 매주 성경 본문과 해석 적용 기도제목을 담은 교재를 제공한다.

올해 목회사역 35주년을 맞는 오 목사는 군목 출신으로 11년간 육군 군목으로 사역하다 소령으로 제대했다. 김포에서 교회를 개척해 10년간 사역하며 성전까지 지은 다음 2007년 새누리교회에 부임했다.

그리고 최근 지나온 개혁의 발자취, 개혁의 메시지를 담은 <한국교회의 동상이몽>(은혜와말씀사)을 출간했다. 초대교회를 닮은 건강한 교회를 표방한 성도들에 의해 시작된 새누리교회에서 오세준 목사가 그에 걸맞게 어떻게 가르치고 외쳤는지, 한국교회의 왜곡된 부분이나 본질에서 벗어난 문제는 무엇인지 고스란히 담겨있다.

▲ 새누리 가족 한마음 체육대회


●●  개혁교회 표방대로 실현,
       쉽지 않은 길이지만…

개혁교회, 건강한 교회를 표방해 온 지 11년, 그 목표대로 새누리교회는 자리매김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오세준 목사의 답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한다.

새누리교회가 표방하고 있는 ‘한국교회의 개혁을 염원하며 건강한 교회를 세워가는 공동체’를 이뤄내기 위해 실행하는 몇 가지 중 하나는 재정 투명성이다. 운영위원회에서 재정을 관리하고 있는데, 매월 교회 게시판에 월간 재정 상태를 공고하여 교인 누구나 알 수 있게 한다.

재정만큼은 담임목사가 일체 관여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했기 때문에 재정 사고가 날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이다.

또 오세준 목사는 누가 얼마의 헌금을 하는지 전혀 모르기 때문에 헌금 액수를 보고 신자를 판단하게 될 수 있는 허점이 없다. 헌금에 관한 설교를 하더라도 신자들이 전혀 오해 없이 받아들이게 된다. 그렇다고 헌금이 줄지 않는 것을 보면 어느 정도 성숙한 신앙생활의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생각이 든단다.

그렇다면 주일 오전 예배 후에 드리는 소그룹별 나눔 예배는 생각처럼 잘 되고 있을까?

오 목사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나누는 훈련이 안 돼서 초창기에는 참 어려웠다”고 한다. 사실 새누리교회는 지역주민들 중심으로 개척된 교회가 아니라 교회 내에서 일어나는 비본질적인 부분을 문제시하고 시정이 안 돼 평신도들이 개척한 교회다. 그런 만큼 교회 주변에 사는 신자들이 별로 없어서 식사문제가 어려웠다.

그 대안으로 나온 것이 식사 문제를 해결하면서 소그룹별 예배로 전환한 것이다. 6년 정도 됐는데, 밥과 김치는 교회에서 준비하고 소그룹별로 반찬을 가져오는 방법으로 했는데 먹거리도 풍성해졌지만 신자들의 나눔을 통한 관계들이 끈끈해졌다.

오전에 들은 설교 말씀을 그룹별로 나누는 시간, 처음에는 나눔이나 소통 훈련이 잘 안 돼 있어서 쉽지 않았다. 그래서 오 목사는 어떻게 말씀을 나눠야 하는지에 대해 세미나를 여러 차례 했고 리더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그런데도 어려웠고, 지금도 완전히 개선되지는 않았다.

나눔 속에서 자기 자신의 속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타인을 비판하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목사의 설교에 대해 비판하는 일도 있었다.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기 시작해서 나눔 예배를 없애려고 하니 이 또한 반대가 심했다.

“서로의 얘기를 듣다보니 상대에 대해 더 잘 알게 됐고 공감대가 형성이 되어 이제 조금씩 속에 있는 얘기도 하게 되어 너무 좋은데 없애면 안 된다”는 항변이었다.

그렇게 새누리교회는 과도기를 넘어서고 있다. 나눔예배도 발전되고 있고, 오 목사에게도 피드백을 통해 설교도 점검하고 신자들의 상황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소그룹 내에서도 부정적인 시각으로 얘기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신앙적으로 중심축을 잡고 가려하는 이들이 있다 보니 한쪽으로 쏠릴 수 있는 부분이 자체적으로 균형을 잡아나가고 있다.

새누리교회 목사 장로 임기제 실현 단계에서 오 목사는 6년이 지나면서 절대 다수의 지지로 신임을 받았다. 약간의 반대표가 있었는데 오히려 긴장감이 있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갈 수 있으니 좋다. 내년에 두 번째 신임을 받게 되는데, 신자들이 불신한다면 목회자가 그만 두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을 오 목사는 늘 마음에 새기고 있다.

새누리교회가 여러 가지 교회다움을 향해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하고는 있지만 성숙한 교회를 향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오 목사는 말한다.

사실 새누리교회 신자들도 전통적인 교회에서 오랫동안 신앙생활했던 이들이고, 개혁적으로 가야 하는 게 맞다고 시도했지만 ‘새로운 옷’을 입고 살려니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다가 본성이 변화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가 않으니 여러 부분에서 여전히 몸부림치며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본다.


●●  복음의 본질로 회귀하지 않는다면

복음의 본질은 주님의 마음을 품는 것인데 그것이 여전히 잘 되지 않는다. 한국교회는 기복적, 율법적인 요소가 많아 하나님 중심이 아닌 자기중심적이 되고, 그렇다 보니 하나님이 자기를 위한 수단이 되곤 한다. 율법적으로는 당근과 채찍의 역할이 되어 제대로 안 하면 벌준다는 식의 엄포를 놓는다. 이것은 은혜의 복음이 아닌 것이다.

“구원은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그런 본질에 대한 깨달음으로 변화되지 않으면 헌신하면 복 받고 그렇지 않으면 벌 받는다는 식의 왜곡된 복음 속에서 힘들게 살게 되는 것입니다.”

한국교회가 복음 중심으로 자리 잡지 못하는 것은 미국의 번영신학의 영향이 크다고 오 목사는 진단한다. 1970년대 미국 수정교회 등의 번영신학이 한국에 들어와서 경제발전과 맞물려 급성장의 도구가 되었고 번영논리가 기복신앙으로 둔갑해버렸다는 것이다. 한국교회는 성숙하지 못한 기복주의에 여전히 물들어 있다고 오 목사는 진단하고 있다.

“예수 잘 믿어 복 받고 잘 살자는 논리로는 안 됩니다. 내적 변화 없이는 안 됩니다.”

진정한 복음에 대해 이야기 하면 교회는 어느 기간 어려워지거나 정체성의 혼란이 올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은 신자든 교회든 필요하다면 겪어야 하는 것이지 피할 일이 아니라고 오 목사는 말한다.

오 목사 자신도 신학을 마치고 군목으로 11년, 김포에서 개척해서 3년 간 전통적인 목회를 통해 신자들이 150명 쯤 모이고 건축도 해보았다.

그런데 신자들이 변하지 않는 모습에 갈등하면서 ‘진정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했다. 그 무렵 친구 목사와 교제를 계속 하면서 복음의 본질에 대해 나누곤 했는데, ‘복음을 모르는 목사가 어디 있나, 다 알고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지만 깨닫고 나니 2% 부족했음을 알게 됐다. 복음의 본질에 대해 뚜렷이 알게 됐다. 오 목사는 신자들 앞에서 고백했다. ‘내가 이제까지 잘못 가르친 것 같다. 저도 그것이 복음인 줄 알고 설교했지만 율법적인 것에 머물렀던 것 같다.’

쉽지 않은 고백으로 신자들 중에는 충격을 받기도 했지만 그래도 ‘진실된’ 모습, 그리고 참 복음에 대해 설파하는 모습을 보며 감사했노라는 고백을 나중에 듣기도 했다.

오 목사는 한국교회가 지금이라도 율법적인 것에서 더 나아가 복음적인 교회로 우뚝 서갈 수 있도록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복음은 하나님의 은혜에 기초하나, 비복음은 사람의 행위에 기초한다. 복음은 자격 없는 인간에게 하나님이 주시는 은혜이나 비복음은 인간이 하나님의 은혜를 받기 위해 율법의 기준에 따라 종교적 노력을 하게 만든다. 이런 점에서 율법주의적 신앙과 기복주의 신앙은 맥을 같이 한다.”

최근에 내놓은 <한국교회의 동상이몽>에는 비복음적인 요소로 가득 차 있는 한국교회의 맹점을 신랄하게 지적하고 있다. 그 중에 헌금에 관해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헌금을 많이 하면 물질의 대박 나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된다고 하는 것은 하나님의 은혜를 욕되게 한다…은혜의 하나님이란 자격 없는 자에게 모든 것을 값없이 주시는 하나님이라는 뜻이다…복 받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헌금은 그 동기가 자기 욕심에 있다. 하나님을 위해서가 아니다. 더 심하게 표현하면 하나님을 이용하는 것이다. 하나님을 우상종교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

오 목사는 복음의 본질에서 벗어난 것을 개혁하며 건강한 교회를 세우려면, 현재 한국교회의 풍토에서는 교회 성장이 더딜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오랜 세월 동안 비복음적인 신앙에 깊이 물들어버린 일부 교인들의 거부감 표출 내지는 반발에 부딪치는 경우가 흔한 실정이기에 건강한 교회를 세워나가는 사역은 고난의 연속일 수 있을 것이지만 복음의 기초 위에 교인들의 신앙을 세워나가는 한국교회가 되기를 소원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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