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층 서기실 암호>에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밝혀

▲ 태영호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현재 북한 주민의 신앙과 종교 활동은 대단히 미약하다. 그러나 북한에도 신앙인과 종교 활동이 있다는 것만큼은 잊지 말아야 한다. 이것은 종교의 자유가 있다는 것과는 다른 의미다.”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로 활동하다가 자유를 찾아 2016년 대한민국으로 망명한 후 최근까지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으로 일한 태영호 씨는 <3층 서기실의 암호>(기파랑)라는 책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태영호 씨는 한국에 온 후 북한을 방문했던 종교계 인사들을 꽤 만났는데, 북한에 여러 번 다녀 온 분들이지만 제일 많이 하는 질문이 ‘북한에 정말 신앙의 자유가 있는가’, ‘봉수교회, 장충성당 등에 가봤는데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 진짜 신자들인가’, ‘북한에 가정예배소가 수백 개 있다고 하는데 사실인가’ 하는 것들이었다고 술회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종교에 대한 원칙, 그리고 전략적 차원의 종교 활동에 대해 소개한다.

이 책에 따르면 북한에서 종교를 가진다는 것은 당의 정책에 반대하는 행위이며, 6.25 전쟁 이후 북한 주민의 적개심을 종교에 돌리며 철저히 종교를 탄압했고, 교인들은 적대계층으로 분류되며 감시통제를 당했으며, 교회를 ‘반동 통치계급이 인민의 계급의식을 마비시키는 사상을 선전하여 퍼뜨리는 거점’이라고 규정했다고 한다.

그리고 1970년대 김일성은 북한 주민들이 노동당만 믿고 살고 있으므로 종교문제는 해결됐다고 선언하면서도 유명무실했던 종교단체의 활동을 재개시켰다고 한다. 적화통일 전략의 통일전선을 구축하려는 목적인데, 이때가 남북대화가 시작된 시점이라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1980년대 북한은 ‘기독교는 제국주의 사상문화 전파의 앞잡이’라는 문구를 출판물에서 삭제하고, 교회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종교의식을 하는 장소’라고 객관적으로 표현하기 시작했고, 1988년을 고비로 평양에 봉수교회와 장충성당을 건설했다. 이는 좋게 말하면 한국의 반정부 종교단체들과의 교류를 확대하려는 의도였고, 나쁘게는 이들을 포섭하려는 속셈이었다는 것이다.

“교회나 성당을 평양에만 세우고 지방에는 짓지 않는 이유가 있다. 원래는 원산이나 강계 등 지방 주요 도시에 종교시설을 건설하려던 계획이 있었지만 결국은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관리가 안 되고 감당도 안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교회에는 가짜 목사, 신자들을 배치했을까.

태영호 씨에 의하면 교회(성당) 근처에 거주하는 ‘빨갱이 여성들’을 뽑아 진짜 교인이 생길 위험 요소를 미리 제거했단다. 출석이 저조해 출석부까지 만들기까지 할 정도로 가짜 신자들은 꺼려했다.

교육을 시켜도 출석률이 나아지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변화가 감지되었단다. 출석에 대한 통제가 완화되었음에도 교회나 성당에 나오는 여성 수는 오히려 늘어났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있었다.

“나쁜 점도 있었겠지만 종교 활동의 좋은 점을 여성들이 느꼈던 듯하다. 목회자의 설교를 듣고 노래도 부르니 마음이 편안해지고 사교도 저절로 된다. 예배와 찬양을 하는 시늉만 하던 이들이 믿음이 생기자 모든 것이 달라졌다.”

예배 시간 전부터 교회(성당)에 나오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고열로 끙끙 앓아도 종교활동은 빼먹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이들의 자발적인 모습에서 진짜 신앙이 생겼음을 당은 간파했고, ‘위험 요소’가 돌출되자 당은 봉수교회 주변 아파트에 감시용으로 망원경을 설치했을 정도였다는 것이다.

“교회에서 종교의식을 하는 시간이면 어김없이 나타나 그 옆길을 서성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체포해 조사해 보니 이전 신자였다. 김일성은 북한에 더는 신자가 없고 종교문제는 해결되었다고 선언했지만 교인들의 신앙은 변하지 않았다는 증거였다. 당국의 탄압이 두려워 신앙을 버렸다고 했을 뿐이었다.”

태영호 씨는 ‘당은 더 이상 교회나 성당을 세우지 않기로 결정했다’면서 외부에 보여주기 위해 지방에 교회(성당)를 지었다가는 체제를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라며, 한국의 종교계는 이 같은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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