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식 목사
한국목회임지연구소 소장

최근 들어 한국교회 부목사들이 필자를 찾아와서 목회의 고민과 진로에 대해서 상담하는 횟수가 부쩍 증가했다. 사실 같은 목사지만 담임과 부목사의 차이가 많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발견하게 된다. 담임목사는 어느 정도 은퇴보장이 되어있는 반면 부목사는 그렇지 않다. 부목사는 나이 40이 넘으면 더 이상 부목사로 지원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부목사들은 개체교회의 담임으로 청빙 받지 못하면 어쩔 수 없이 개척하거나 개척할 돈이 없으면 생존을 위한 생업 전선에 뛰어들어 가족을 살려야 한다.

그것이 부목사의 현실이다. 세상의 기업에서는 한 회사를 나오면 다른 회사에 들어 갈 수 있지만, 교회 부목사는 한 교회에서 좋지 않게 쫓겨나면 특별한 인맥이 없는 한 다른 교회에 지원하기 어렵다. 담임목사들 중 상당수가 자기에게 순종하지 않은 부목사의 길을 막기 일쑤이다. 새로 부임하려는 교회에 연락해 악담을 하거나 다른 교회에서 문의가 오면 결코 좋은 말을 해주지 않는다. 세상의 회사는 노조라도 있지만 교회 부목사들은 노조도 없이 그냥 당한다. 내가 무슨 잘못을 저질러 쫓겨난다면 억울하지 않을 텐데 갑자기 나가라는 통보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교회 안에서 강자인 담임목사 앞에 약자인 부목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당하기만 한다.

왜 한국교회의 많은 담임목사들은 교회를 자기의 왕국으로 만들고 있을까? 마치 교회와 성도들이 자기의 소유물인 것처럼 말이다. 하나님 앞에 두렵고 떨림으로 지내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는 이들이 적지 않다. 사도 바울은 교인들 가운데 거할 때에 ‘약하고 두려워하고 심히 떨었노라’고 고백한다.

​목회자의 정체성에 대해서 바울은 ‘심는 이나 물주는 이(목사들)는 아무것도 아니로되’, 그저 ‘다 너희의 것이요’라고 한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담임목사들이 부목사들을 동역자로 인정하지 않고 그저 교회 운영을 위한 1회용 소모품 정도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교회 성장은 정체됐지만 해마다 나오는 충성심과 헌신성을 겸비한 신학대학 졸업생은 수요를 초과해 쏟아져 나온다. 자연스럽게 경쟁체제로 돌입했다.

​하나님께 충성하기 위해 투신했는데 줄 잘 서서 담임목사에게 헌신해야 하는 구조가 돼버렸다. 그러다보니 비인격적 대우를 받거나 비정상적 고용을 강요해도 저항할 수 없다. 그렇게라도 해서 살아남아야 하니까 말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기존교회와 기존교회의 목회자들이 과연 젊은 목회자들을 동역자로 인정하고 용납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목회자가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견디고 이겨낼 수 있는 것은 그 자신이 목사, 즉 하나님의 거룩한 사역을 위해 부름 받은 성직자라는 정체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정체성을 부정하고 흔들면 견뎌낼 목회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 그런데 담임목사의 타이틀을 가진 대다수의 선배 목회자들이 이 젊은 부목사들을 목사로 대우하지 않으며 동역자로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

사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한국교회의 미래가 암담하다. 젊은 사역자들을 비판의식도 없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지저분한 일까지 기꺼이 하는 무뇌아, 그저 생계에나 연연하는 비굴한 사람들로 만들고 있다.

물론 모든 목사 모든 교회가 다 그런 것은 아니더라도 이런 세상, 이런 한국교회를 만들었다는 사실 앞에 모든 한국교회 목사들은 공범임을 통회하며 자백해야 하지 않을까? 무엇보다도 우리 모두 이러한 현실의 부목사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전향적 사고와 행동의 실천이 너무나 시급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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