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로펜의 아시아(AD 610~1625) 천년여행 [ 240] / 사제 왕과 징기스칸 47

“내가 금번에 로마의 비잔틴 황제와 로마 교황에게
사절단을 보내고 싶거든요. 두 사람에게 한꺼번에 각각 보낼까,
아니면 교황이나 황제에게 한 사람을 골라서 보낼까 하오.
내용은 유럽과 아시아 교회 간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고 싶소.
저들이 우리에게서 사제이면서 왕의 군대를 원군으로 보내라 하고 있으니
마침 좋은 기회이거든요.”

▲ 내몽골에서 만난 사람들. 한 승려가 주민들과 대화하고 있다.

요한 왕은 유드게스의 호위를 받으며 호라즘 지경으로 달렸다. 유드게스의 전갈을 받은 보르키가 마중 나왔다. 유드게스는 보르키에게 박트리아로 가신다고 말해주었다.

박트리아는 중앙아시아에서 페르시아로 가는 길이요 인도에서도 페르시아로 이어지는데 인도나 페르시아가 어제오늘의 이름이 아니다. 인도를 말하면 북인도 바라나시에서 히말라야의 구도를 마친 구도승들 중 싯다르타가 득도했다면서 주유천하를 할 때 탕구트, 오라싸, 코살라, 콩가 나푸르, 수라트, 구자라트, 다시 설산 쪽으로 향하다가 쿠시나가라에서 극락입문 후 그의 제자들 중 마우리아 왕조를 일으킬 때는 그의 생명이 피안에서 휴식을 취한 지 2백여 년  뒤다. 그 무렵부터 인도인데 그들이 인더스 강 너머 칸다하르, 헤라트, 메르브, 발흐에 둥지 틀 무렵 서쪽 저 멀리 철학자 냄새도 피우는 알렉산드로스와 만나게 된다.

그곳 가까이 박트리아에서 싯다르타의 제자들과 소크라테스를 이어받은 플라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로 이어지는 철학의 맹주들을 알고 있는 알렉산드로스가 만나서 밤을 세면서 진리가 무엇이냐고 묻고 답하다가 여러 밤을 설쳤을 법한 박트리아 땅을 좋아한다.

요한 왕은 주변이 한가로운 산언덕에 자리 잡고 앉았다. 요한 왕의 성품을 잘 아는 유드게스와 달리 보르키는 불안해했다. 이 어른이 누구신가? 아직은 잘 안다고 할 수는 없으나 중앙아시아의 큰 인물로서 장차 유럽과 아시아의 연합을 하고, 종교와 종교들의 힘을 대등적으로 집약시킬 포부를 가졌다고 유드게스가 늘 말했고, 보르키가 느끼기에도 큰일을 해낼 법한 인물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가끔씩 부하들의 사정을 아는지 잘 모를 만큼 무모한 여행을 하고 있다.

박트리아가 한 세기 전만 해도 융성한 도시였는데 카라한 왕조가 셀주크와 이슬람 연맹 연합세력과 충돌하면서 도시가 폐허로 변한 상태로 알고 있다.

“보르키 장군! 이곳 박트리아를 우리 카라 키타이 전략지로 사용할 수는 없을까?”

“네, 폐하! 저도 그 점을 깊이 살펴보고 있나이다. 이곳은 사방이 열렸다는 것은 장점이면서 또 단점이기도 합니다. 방어력이 많이 투입되어야 합니다. 이곳보다는 메르브를 확장하면 어떨는지요?”

“물론 메르브는 요세화 해야 합니다. 유드게스 장군의 지원을 받아서 곧 착수할 것입니다. 이곳은 보르키 장군이 계획을 세워 보세요.”

“네, 폐하.”

보르키는 대답해 놓고는 요한 왕 가까이 한 발 다가서면서 웃는다. 무엇인가 조심스럽게 묻고 싶은 눈치였다.

“왜, 장군 내게 무슨 할말이 있나요?”

“네, 폐허로 방치된 이곳을 재건하시려는 뜻이 궁금해서요.”

“그래, 궁금하시겠죠. 실은 내가 알렉산드로스의 소명을 재실현해보고 싶거든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시온지요….”

보르키는 요한 왕의 말에 하마터면 헛웃음을 지을 뻔했다. 알렉산드로스의 환상에 젖어있는 왕, 이 무슨 망상인가? 과대망상….

“왜, 내 말이 허황되게 들립니까? 알렉산드로스는 그리스 북방 마케도니아라는 조그마한 나라 출신이요 그의 부친 필리페 2세가 부족 단위의 촌락국가였던 나라를 조금은 확장시켰지만 부친이 급서한 후 나라를 짊어진 알렉산드로스는 큰 꿈을 가졌지요. 자기네 서양철학과 저 동방의 신비한 종교들과 만나게 하자, 그리되기만 한다면 동서양 세계가 하나로 통합된다고 믿었어요. 아득한 옛날입니다. 그때가 기원전 325년이라고 했으니까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에서 역산해보세요. 1천5백여 년 전 아득한 시대였는데 알렉산드로스는 그러한 꿈을 꾸었소이다. 13년 왕 노릇 하던 날들 중에 10년간은 전쟁터를 누볐던 용장입니다. 그 어른이 이곳 박트리아에 제2의 아테네를 일으켜 세웠고, 알렉산드리아라는 도서관과 학당을 세운 후에 동서양 현인  군자들을 초빙해 학풍을 일으켰으며, 그 무엇보다도 그는 동서양 종교와 사상을 통합시키려 했어요. 그게 바로 헬레니즘(Hellenism)입니다. 물론 헬레니즘에 잘못 뛰어들었다가 우리 기독교가 극심한 분열을 일으키고 있으니 나는 반드시 동서사상 혼합은 모르지만 사상들 간의 융화는 가능하고, 또 우리 기독교가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 또는 셈족 사상에 근거한 고유한 기독교 사상들 간에 상호 이해하도록 하렵니다. 바로 우리들 네스토리우스 파 아시아 기독교가 유럽 기독교와 갈등과 상호배반하고 있는 부분도 우리 시대에 해결해야 한다고 봅니다. 나는 이 일을 위해 카라 키타이 왕 노릇을 걸고 앞으로 투쟁하려고 합니다.”

“…….”

보르키는 대꾸할 말을 찾지 못했다. 요한 왕을 향해 두 손을 모아 경의를 표할 뿐이었다. 그러는 사이에 유드게스 장군이 주변 정찰을 마치고 카라진 30명 용사들과 함께 돌아왔다. 유드게스는 요한 왕이 눈을 지그시 감고 있는 모습을 보자 발걸음을 조심스럽게 옮긴다.

“장군, 별일 없으셨지요.”

“물론이요. 주변을 삼 겹으로 초병을 세웠소. 전체 군사가 3천 명입니다.”

“장군님, 뭘 그렇게까지 하십니까?”

 보르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사람! 보르키! 폐하는 카라 키타이 운명이고 중앙과 초원 아시아의 앞날이 걸린 어른이시오.”

“장군님! 그뿐 아니죠. 아시아와 유럽의 평화를 책임지실 군왕이시요 사제 왕이십니다.”

보르키의 이 말에 유드게스는 기분 좋게 웃는다.

“장군들, 그렇게 나를 추켜세우면 내가 민망하죠. 그게 어디 나 혼자서 해야 할 일입니까. 장군들이 내 좌우를 지켜주니까 꿈꾸고 우리 아버지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이죠.”

“네, 폐하! 더욱 혼신 다해 모시겠나이다.”

“좋아요. 오늘 저녁 만찬을 잘 준비해 주시오.”

보르키가 자신 있게 ‘네!’라고 크게 외쳤다.

저녁시간은 만찬이었다. 양을 10마리나 잡고 요리사 5명이 등장해 카라진 백부장 30명이 사제 왕 요한의 초청만찬에 동석했다. 백부장은 쉽게 부르는 호칭으로 100명의 카라진을 통솔하는 장수들이다. 박트리아 성을 통째로 호위하는 카라진 대장급들이다. 카라진은 고구려의 전성기 광개토태왕의 ‘초의선인’과 광개토태왕이 만들어주었다는 신라의 ‘화랑’의 장점을 모아 고구려 패망 후 당나라 장수, 그리고 키타이(요 제국)의 장군을 거쳐온 을지 고 대장군이 창안해서 만든 부대다.

“카라진 부장들! 폐하의 말씀이 잠시 있으실 것이오.”

“네, 장군님.”

백부장들이 보르키 장군의 말에 화답했다.


“내가 자부심 가지고 아끼는 카라진 부대장들, 이 시간 즐거운 만찬이오. 마음껏 드시는 중에 내가 한마디 하고 싶은 생각이 났어요. 여러분 가운데 중국 당나라 시대 고선지 장군을 아시는 이들이 혹 있나요?”
갑자기 고선지 장군을 요한 왕이 꺼내자 장수들이 눈이 휘둥그레진다.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폐하, 소인 이왕구 고선지 장군 전설을 조금 아옵니다.”

“그래, 어디 한 번 말해보시오.”

“고선지 장군은 당나라에게 망한 고구려 왕국 출신 장군의 아들로서 당나라의 장수가 되었고, 그가 최후로 가졌던 직분은 지금 우리나라 영토인 쿠처에 주둔했던 안서도호부 총사령관이셨죠. 그는 마지막 전투를 역시 우리의 수도 사마르칸트 인근의 탈라스에서 투르크와 이슬람 연합군과 대전투를 했으나 당시 당현종 황제 궁성 내부 분쟁 때문에 패배했지요. 평생 전쟁터를 누비면서 단 한 번의 패배도 없었고, 고선지 부대가 나서면 대적들이 멀리서 도망쳤다는 설이 유명합니다.”

“그래, 이왕구 전사가 많이 알고 있구먼. 나는 우리 카라 키타이 군과 여러분 카라진 전사들 중에서 고선지 장군 같은 인물이 몇 사람 나왔으면 하고 기대하고 있소이다.”

“저 차진석 전사가 아룁니다. 우리나라에는 이미 고선지 장군에 버금가거나 더 뛰어난 용장들이 계십니다.”

“그래, 그들이 누군가?”

“폐하가 계시옵고, 폐하의 지용을 더욱 갖추도록 인도하신 을지 고 대장군님이 계시죠. 또 저희 아무다리아 군영 대장군이신 유드게스 사령관님도 계시고요….”

“그렇구먼. 그러나 내 욕심은 여러분 백부장 30명과 여러분의 지휘를 받는 카라진 용사들 중에서도 나와 주었으면 하오.”

“네, 저희들을 지도해 주세요. 저희도 전설 같은 고선지 장군처럼 우리 카라 키타이가 세계역사의 심장부에 자리하도록 목숨 다해서 훈련하고 노력하겠나이다.”

“좋소. 보르키 장군! 장군은 유드게스 장군의 분신과 같고 장차 유드게스 장군을 뛰어넘을 수 있으리라고 나는 기대합니다.”

보르키가 기뻐한다.

“그럼, 이제 내가 여러분의 지혜를 구하는 한마디를 하겠소. 내가 금번에 로마의 비잔틴 황제와 로마 교황에게 사절단을 보내고 싶거든요. 두 사람에게 한꺼번에 각각 보낼까, 아니면 교황이나 황제에게 한 사람을 골라서 보낼까 하오. 내용은 유럽과 아시아 교회 간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고 싶소. 저들이 우리에게서 사제이면서 왕의 군대를 원군으로 보내라 하고 있으니 마침 좋은 기회이거든요.”

* 작가의 요청으로 소설 제목을 47회부터 ‘사제 왕 요한’에서 ‘사제 왕과 징기스칸’으로 변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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