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로펜의 아시아(AD 610~1625) 천년여행 [ 241] / 사제 왕 요한_48

“중국 대륙의 나라들과 몽골 초원의 실력 있는 나라들이 다 우리들 친굽니다.
이미 서방의 그리스도교는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어요.
아시는 대로 프레스터 존! 사제 왕을 찾아서 도움 요청하려고
우리들 가까이 와 있는 외로운 서방의 흩어진 형제들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만나야 할 우리의 형제 아니겠습니까?”

▲ 아제르바이잔의 한 정교회 예배에서 유아세례 예식 중인 모습

카라 키타이 카간 요한은 로마 교황에게 아시아교회를 위해 기도를 부탁하는 간곡한 편지를 준비했다. 야율 요한 왕은 유드게스와 보르키도 따로 불러 교황에게 아시아 교회를 위한 기도를 부탁하는 편지를 보내는 문제를 의논했다.

“폐하! 참으로 좋은 뜻이기는 하지만 서양교회는 우리들 네스토리우스파 교회를 그들의 터전에서 몰아낸 자들인데 우호와 친교의 공문을 받아들일까요? 공연히 무시당하는 것으로 끝날 수 있을까봐서 저희는 쉽게 결심을 못하겠나이다.”

유드게스의 말에 보르키도 함께 걱정한다.

“나도 그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은 바는 아니오. 그러나 지금은 그들이 우리를 추방할 때와는 다르죠. 이미 그들은 사제 왕을 찾고 있소. 그 사제 왕이 네스토리안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말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급해서 찾는 것일 뿐 그들이 네스토리안을 추방했을 때와 생각이 달라졌다고 볼 수는 없지요.”

“그것을 내가 모르겠소이까. 모르는 척하는 것이죠. 모른 척보다는 환경에 따라서 변화할 수 있는 것이 약한 인간입니다. 에베소 종교회의(AD 431년) 당시 ‘그리스도론’ 다툼은 그때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을 것이오. 로마교회와 우리가 만나면 나는 우리에게 미숙한 부분이 있으면 고치고 또 그들에게 어떤 빈틈이 있으면 지적하면서 이제는 동과 서 그리스도교회가 서로 만나서 복음의 세계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유럽에 비해 우리 동방아시아는 복음 선교에 온 힘을 쏟아야 합니다. 그래서 일단 만날 수 있어야 합니다.”

“폐하의 판단이 옳습니다. 유드게스가 생각이 모자랐습니다. 제가 다녀올 수 있습니다. 저를 보내주소서.”

“장군, 이웃집 마실 가는 것인 줄 아시오. 가면 약 2년 정도, 적게 잡아도 1년 이상 걸릴 것이오.”

요한 왕의 이 말을 듣고는 유드게스의 얼굴이 붉어진다. 보르키는 얼굴을 돌려 자신의 웃는 모습을 감췄다. 그때 긴급 전령이 달려왔다.

“사령관님! 긴급 전령이 메르브에서 왔습니다. 무슬림군이 침입했답니다.”

“자세히 보고하라!”

보르키 사령관이 요한 왕과 함께한 자리에서 나와 자기 집무실로 전령을 불렀다.

“사령관님, 위급인 듯합니다.”

“야율성소 부사령관님이 직접 말씀하셨는데 호레즘과 가즈나 왕국의 연합세력인 듯하다고 하셨나이다.”

“연합군!…”

보르츠는 웃었다.

“연합군 따위는 없다. 호레즘 군사들은 가즈나국과 사이가 좋지 않다. 그럴 리가 없다. 아차! 그렇다. 바르바스 장군, 장군을 부르라.”

보르츠 사령관이 긴장했다. 유드게스가 보르츠 방으로 왔다.

“사령관님, 델리 술탄국 이슬람 군사들이 폐하를 노리는 듯합니다. 호레즘을 공격하는 척 양동작전입니다.”

“그래요.?”

그때 바르바스 부사령관이 달려왔다.

“전군 비상! 폐하의 카라진과 공동으로 이곳 요새를 방어하고 호레즘 쪽에서 이곳 박트리아 쪽으로 공격군이 오지 않을 터이니. 현 위치 밖으로 방어진을 형성하고 델리 술탄국이 큰 규모 군사를 동원한 듯이 보거든 헤라트 방향으로 유인하시오.”

유드게스는 보르츠의 민첩하고 영민한 전술 해석 능력에 만족했다. 유드게스가 사제 왕 요한에게로 가서 보르츠 사령관의 전선 배치와 적들의 동향을 먼저 알고 있는 점을 자신 있게 보고했다.

그러나 그날 밤 적들은 공격해오지 않았다. 메르브 상황도 후라산 게릴라들이 불장난하는 선에서 큰 동요가 없었다. 분명히 적의 움직임이 수백 명 단위는 되었는데 메르브 수비 카라 키타이 병사들을 집중공격은 하지도 않았다.

다음 날 호레즘 사령부에서 보고가 있었다. 3백여 명의 적병들이 나타나기는 했으나 외곽 초병들의 군막을 포위했을 뿐 카라 키타이 정예병들 앞에 정면응수는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요한 왕이 움직일 때 민첩하고 조직적인 방어망을 설치한다. 적들은 카라 키타이 방어력을 직감했을 것이다.

요한 왕은 그들의 아시아 선교 전략은 중앙아시아 그리스도인들을 강화하는 것으로 감당할 수 있다고 보았다. 각 지역의 군사조직은 또 다르게는 교회 조직이었다. 또, 자기의 군 조직 안에 모두가 그리스도교 신자라는 것이 아니었다. 소수의 마니교도나 이슬람 신자 또는 조로아스터 교도들이 있지만 그리스도교 식 운영을 거부하지 않는 한 그들을 문제 삼지 않았다. 이교도들이 혹시 저들끼리 예배 모임을 갖고 있다는 보고를 받아도 묵인하도록 요한 사제 왕은 담당관들에게 지시해 두었다. 심지어 조직 내에서 포교해도 묵인하라고 지시해 두었다. 이는 반대자들을 설득하거나 질책하는 것보다 관용이 더 좋다는 판단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군 조직에 해를 주는 것이 아닌 이상 그 나머지는 본인들의 자유였다.

요한 왕은 지난밤의 소동은 분명히 델리 술탄국의 음모라고 확신했다. 그는 델리의 지도자인 쿠틉 앗 딘을 주목하고 있다. 그는 투르크족으로 예사롭지 않은 지도자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 그는 요한 왕의 조부인 야율 대석 카간에게 패주한 셀주크 투르크 산자르 술탄 휘하의 장수 아들로 카라 키타이를 노리고 있다는 것까지도 알고 있다. 호레즘 왕조의 장수로 활동하다가 요한 왕이 좋다고 귀화한 바흐나 전사로부터 들었다. 바흐나의 친구 아들이 쿠틉 앗 딘이라고 했다.

아침 늦은 시간에 박트리아 외곽 확대 경비지역에 배치되었던 백인대 카라진 대장 기번이 요한 왕을 찾아왔다.

“폐하! 저희가 델리 술탄국 패잔병 둘을 잡아왔습니다. 그들을 족쳤더니 델리 실력자 쿠틉 앗 딘의 음모였답니다. 그들은 계속해서 폐하의 움직이는 상황을 지켜본다고 하는군요.”

“그럴 겁니다. 그 정도는 되어야지. 또 우리는 그 이상으로 방어력을 가지고 있는 거고…, 이게 다 실력자들의 능력입니다. 아참, 기번 대장, 사령관 방으로 좀 오시오.”

“네, 폐하!”
요한 왕은 보르키 사령관과 교황에 사신을 보내는데 누구를 책임자로 삼으면 좋을까를 의논했다.

“폐하, 몽골에 가 있는 파울로를 부르소서. 그 사람이면 소임을 달성할 것입니다. 말이 쉽지 함부로 아무나 교황을 만날 수 없을 것입니다.”

“아니오. 장군! 동방아시아 사제 왕이 보낸 외교문서를 교황에게 전달하려는데 이보다 더 중대한 일이 어디 있겠소.”

“그럴까요. 그들이 우리를 그토록 중히 여긴다면 얼마나 좋겠나이까.”

“보르키 사령관! 그런 약한 생각 하지 마시오. 서양제국은 이슬람과 벌써 1백여 년째 지긋지긋한 십자군 전쟁을 하고 있소. 서양의 로마 그리스도교 실력은 이슬람과 비슷합니다. 이슬람은 우리 동방아시아에서는 친구나 다름없어요. 세상이 바뀌었어요. 저들이 우리들 네스토리우스파를 쫓아낼 때는 아득한 옛날입니다. 아시아에는 우리들 네스토리우스파 그리스도교가 중심에 있고, 이슬람, 마니교, 조로아스터교, 도교, 불교 등 우리는 그들과 친근한 이웃이오. 중국이나 지금 우리 곁에 있는 호레즘 왕조, 가즈나 왕조, 새로 일어나는 델리 술탄국도 내 목숨을 노리는 것을 제외하고는 우리들의 친굽니다. 중국 대륙의 나라들과 몽골 초원의 실력 있는 나라들이 다 우리들 친굽니다. 이미 서방의 그리스도교는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어요. 아시는 대로 프레스터 존! 사제 왕을 찾아서 도움 요청하려고 우리들 가까이 와 있는 외로운 서방의 흩어진 형제들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만나야 할 우리의 형제 아니겠습니까?”

“네, 폐하. 소장이 아둔했나이다. 용서하옵소서.”

“하하, 용서는 무슨…. 모르면 배우면 되는 것이죠. 아참, 파울로가 좋지요. 그런데 그는 테무진 곁에 붙어있으니 어찌합니까. 케레이트 옹칸의 선교부에 있는 십자군 장교들이 또 있지요. 그들에게 급히 연락을 취해보시오.”

“참, 폐하. 카라진 전사 중에도 있나이다.”

“오, 그렇죠. 이름이 누군가?”

“요하난, 그리고 또 한 친구는 이수아입니다.”

“기번을 부르시오.”

“네, 폐하.”

그러나 기번은 지난밤에 설치한 비상 군막들로 가고 없었다.

“폐하! 박트리아에 군진을 설치하시렵니까?”

순간, 요한은 보르키를 쏘아본다. 평소에는 볼 수 없는 사제 왕 요한의 눈초리였다.

“보르키 사령관! 내가 다시 말합니다. 박트리아 역사를 아십니까?”

“네 폐하! 이곳은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전설이 있는 곳입니다.”

“그렇죠. 알렉산드로스는 부하 장수들의 정면거부를 묵살하기도 하고 달래기도 하면서 박트리아를 대도시로 만들었고 나중에는 하나의 제국이 되었소. 또 이곳에 ‘알렉산드리아’라는 문화청을 만들고, 동서종교의 현자들을 초빙했고, 도서관에는 수많은 역사, 종교, 철학책들을 보유했어요. 내가 알렉산드로스의 정신을 승계해 장차 동서그리스도교와 동서 문화를 이곳에서 만나게 하려 하오. 명심하시오. 내가 알렉산드로스 흉내를 내려는 것이 아니고 그의 정신을 이어받아서 세계 평화에 기여하고 싶소.”

“폐하, 그 깊으신 뜻 소장 뒤늦게나마 깨닫게 해 주셔서 감읍하옵니다. 소장이 명심하고 박트리아 도성을 중건하고, 주변에 요새를 설치하겠나이다.”

“고맙소. 메르브와 헤라트, 그리고 박트리아를 삼각 축으로 해서 이곳에서 바그다드 네스토리우스 세계본부까지의 교통로도 마련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네, 폐하!”

보르키 사령관은 요한 왕의 계획에 혀를 내둘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왕을 어린애로 여겼던 자기가 물정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 소설 제목을 ‘사제 왕과 징기스칸’에서 다시 ‘사제 왕 요한’으로 환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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