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로펜의 아시아(AD 610~1625) 천년여행 [242] / 사제 왕 요한_49

“요한 왕은 엉뚱한 상상도 해보았다. 테무진과 케레이트 옹칸이 연합해서 나이만을 공격했을 때 나이만이 카라 키타이 영토 쪽으로 쫓겨 와서 살아갈 계획까지 가지고 있지는 않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왕성으로 간다. 기번을 부르라.”

▲ 터키에 위치한 교회

로마 교황에게 문안의 사신을 보내는 문제는 일단 매듭을 지었다. 마지막 결심과정에서 을지 고 사령관과 의논하지 못한 점이 마음에 걸렸다. 요한 왕은 잠시 기도하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보르키 사령관을 불렀다. 보르키가 요한 왕의 집무실로 달려왔다.

“폐하, 소장이옵니다.”

허둥거리듯 바쁜 걸음으로 뛰어든 보르키를 왕은 은근한 눈으로 바라본다. 소중한 사람들…. 요한 왕의 느긋한 모습에 보르키는 자신의 옷매무새를 매만지면서 다음 동작을 잇지 못했다. 요한은 여전히 보르키를 바라보면서 잔잔한 미소를 짓고만 있었다.

“폐하! 소장이옵니다.”

“응. 아, 알고 있소. 거기 앉으시오. 차나 한 잔 하자는 것이오.”

요한 왕은 손수 찻잔을 매만졌다. 차가 따끈하지 않았다. 환관을 불러 사령관님께 차 한 잔 올리도록 했다.

“장군! 우리가 교황께 사신을 보내는 일 너무 서두르는 것은 아닐까요? 을지 고 총사령관님과도 논의하는 것이 어떨지요?”

“폐하! 아니옵니다. 카라 키타이는 폐하의 나라입니다. 그런 말씀은 거두시옵소서. 폐하께서 아껴주시니까 그렇지 을지 고 사령관님도 폐하의 신하일 뿐입니다.”

“그렇게 말해 주니까 고맙기는 하지만 우리 예수님의 가르침에 의하면 이 세상은 임금 따로 백성 따로의 시대는 벌써 지나갔소. 하나님이신 예수님이 사람으로 오신 뜻은 군왕이라고 자기 마음대로 나라를 주물럭거리는 시대는 끝났다는 뜻입니다. 아시겠소?”

“네, 폐하!”

“그래요. 왕이니 신하니 하는 것 또한 계급이 아니고 직급이오. 일을 맡아서 하는 질서요 순서일 뿐입니다.”

“네, 폐하. 지당하오십니다. 하오나 그래도….”

“알겠소. 장군! 그럼 우리의 결정을 파발을 띄워 알리면 어떨까요?”

“그게 좋겠습니다.”

요한 왕은 교황에게 친서를 보낸다고 을지 고에게 알리기 위해 군사를 보냈다.

그런데 군사가 떠난 지 한나절이 채 안되어서 왕성인 사마르칸트에서 을지 고의 파발이 왔다. 나이만 군이 투루판 지역으로 밀고 내려왔다는 것이다. 몇 시간 더 지나자 2차 파발이 왔다.

나이만 군주 타양 칸은 야심이 많다. 태자 쿠출룩이 고비 사막 남부 지역인 투루크 지역과 늘 충돌하더니 우회하여 투루판을 넘보는 것 같다. 투루판은 요한 장군의 군사들이 충분히 대응할 것이지만 요한 왕은 야르칸트로 이동하기로 결단내리고 즉시 카라진을 이끌고 떠났다. 사제 왕 요한의 일행은 30명이다. 이들의 후속으로 30명 단위로 3개 부대씩으로 백 명의 카라진 용사들이 적절한 거리를 두고 뒤를 따랐다. 기번 대장이 사제 왕 곁에서 말을 달리고 있었다. 왕은 말이 없었다. 장거리를 달리는데 마상에서 밥을 먹고 잠도 잔다. 그들은 계속해서 낮밤을 가리지 않고 달렸다.

4일이 지난 저녁 늦은 시간에 왕의 일행은 야르칸트 사령부에 도착했다. 야르칸트 사령관 흑돌 차가 사제 왕 요한에게 근황을 보고했다. 투르판 요한 장군이 돈황에서 나이만 군 방어를 잘 하고 있다. 야르칸트는 물론 허탄, 누란에 주둔한 군사들을 돈황 외곽으로 보냈고 쿠처 사령부에서 대응군을 충분히 준비해 두었다. 사마르칸트 왕성에서 을지 고 총사령관이 요한의 투루판 사령부로 가서 돕고 있다는 보고였다.

한편 박트리아의 보르키 사령관은 일단 교황청 사절단을 선정하는 등 준비했다. 십자군 유학생 요하난과 이수아를 안내자로 선정했다. 바르바스 부사령관을 사절단 호위부대 총책임자로 지명해 왕께서 투루판에서 돌아오시는 시간까지 필요사항을 연구케 했다. 또 하나 박트리아 사령부를 강화하고 메르브 사령부를 빠른 시일 안에 박트리아로 이동키로 했다. 실무 책임자로는 왕께서 귀띔을 해준 대로 메르브 교단 본부의 요한 유차홍 주교를 선택했다. 콘스탄티노플까지 안내는 십자군 유학생인 요하난과 이수아, 경비는 부사령관 바르바스와 그가 10명 이내로 선택하도록 했다. 총무반은 숙식 건강 등을 책임질 군사인데 아직 선정하지 못했다.

야르칸트의 사제 왕 요한은 나이만의 국경 침탈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이 있었다. 그가 그동안 케레이트국 선교부로부터 받은 보고에 의하면 시간이 갈수록 케레이트 옹칸 토그릴이나 나이만국의 타양 칸은 테무진을 각각 자기편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을 보이고 있으나 옹칸 토그릴이 테무진의 보호자를 자청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테무진이 예상 밖으로 세력이 급속하게 확대되어 옹칸 토그릴이 오히려 불안해하는 형편이라는 정보도 있었다.

실제로 나이만은 고비 사막 남쪽으로 내려와서 카라 키타이의 영토인 타클라마칸을 넘보고 있었다. 일찍이 나이만이 목표했던 타클라마칸 지대는 세계에서 첫 번째 아니면 두 번째라는 사막 국가인데 단순한 사막이 아니라 뱅 둘러서 20개 이상의 성벽 국가들이 자리 잡고 있다. 그들 중 쿠처, 카슈가르, 야르칸트, 호탄, 미란, 누란 둔황(사주), 하미, 투루판 등은 농경과 목축, 상업 등으로 부를 누릴 수 있고 인구도 수십만 명 이상을 보유할 수 있는 나라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나이만이 군침을 삼키고 있을까? 요한 왕은 혹시 초원의 세력 균형에서 나이만이 밀리고 있지는 않을까? 나이만은 카라 키타이와 정복전쟁이 아니라 같은 기독교 국가들끼리 연합국가를 만들자는 생각이 있다는 정보가 있었다. 같은 기독교 국가, 똑같이 네스토리우스 파 기독교이기는 케레이트의 토그릴도 마찬가지이지만 토그릴보다는 야율 요한의 카라 키타이가 중앙아시아에 영토의 중심을 잡고 있으니 더 장래성이 있다고 보고 있을 것이다. 물론 카라 키타이와 연합국이나 형제국으로 살자는 의견을 내세우는 사람은 현재 나이만의 2인자인 부이룩 칸인데 이 사람은 타양 칸 군주의 친동생이다. 그러나 태자의 쿠출룩은 정복을 주장한다고 들었다.

야르칸트에 머물고 있는 요한 왕에게 투르판에서 군사가 달려오고 있었다. 연락 담당 전사와 함께 투루판 요한 장군의 특명을 받은 전수가 요한 왕 앞에 엎드렸다.

“일어나라, 어서 전황을 보고하라!”

젊은 왕은 전황이 궁금했다.

“폐하! 나이만 군사를 부이룩 칸이 이끌고 와서 하미 북방에 진을 치고 사령관 요한 장군과 먼저 회담을 요청해 우리 요한 장군이 그를 만났습니다. 그 내용은 가까운 날에 연합국가를 요구합니다. 우리 장군께서는 외국의 침범을 당할 때는 상호 군사지원을 하면서 서로의 신뢰를 쌓아가자고 답하셨는데 엉겁결에 회담을 하시고는 걱정을 많이 하십니다. 폐하의 허락 없이 지역 사령관 자격으로 마음대로 결정했으니 요한 장군은 폐하의 벌을 기다리노라고 했습니다.”

왕은 특사의 말을 다 듣고서 답을 주었다.

“잘 대처했다고 전하라. 지혜로운 해결책이니 짐이 동의한다고 전하거라.”

사제 왕 요한은 나이만의 부이룩 칸의 실력이 궁금했다. 타양 칸의 친동생이라지만 야심 덩어리인 쿠출룩이 문제였다. 그가 사사건건 시비걸기 때문에 테무진과 나이만 간의 불화가 깊어지는 초원의 사정에 대해서도 사제 왕 요한은 이미 알고 있었다. 요한 왕은 엉뚱한 상상도 해보았다. 테무진과 케레이트 옹칸이 연합해서 나이만을 공격했을 때 나이만이 카라 키타이 영토 쪽으로 쫓겨 와서 살아갈 계획까지 가지고 있지는 않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왕성으로 간다. 기번을 부르라.

“기번! 왕성으로 간다.”

요한 왕은 카라진 용사들을 이끌고 카슈가르를 경유해 산악지대에 올랐다. 기번이 투르판으로 가시면 을지 고 총사령관님이 그곳에 계시는데 굳이 사마르칸트로 가시느냐고 물었으나 왕은 답변이 없었다.

야율 직고 중앙군 사령관이 군사들을 거느리고 성 외곽까지 사제 왕 요한을 마중나왔다.

“폐하, 강녕하셨사옵니까. 직고이옵니다.”

“일어나시오. 숙부! 상왕께서도 강녕하시죠.”

“네, 폐하!”

야율 직고의 안내를 받으며 요한은 상왕 야율 보속완을 만났다. 왕의 용상의 옆에 상왕좌를 배치해 요한 왕 부재 시에 왕국을 대표하는 상왕의 위엄을 지켜내고 있었다. 나비소가 상왕궁으로 요한 왕을 찾아왔다.

상왕과 을지 고 총사령관의 부인이자 중앙군 사령관 중 한 사람이기도 한 나비소가 여전히 나비처럼 사뿐사뿐한 걸음으로 왕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달려들었다. 껴안을 듯했으나 왕의 가까이 와서는 무릎 꿇어 경의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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